A Smiling Observer

Jean Jullien


장 줄리앙은 프랑스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장 줄리앙의 작품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특히 스마트폰 중독, 사이버 폭력 등의 현실을 재치 있고 개성 넘치게 표현하고 있다. 10월 7일부터 11월 13일까지 한남동의 스튜디오 콘크리트(Studio Concrete)에서 장 줄리앙의 한국 내 첫 번째 개인전 <Concretisation>이 열리고 있다. 


‘구체화, 실현’을 뜻하는 타이틀처럼, 이곳에서는 온라인에만 존재했던 장 줄리앙의 작품을 실물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작품뿐 아니라 서울을 소재로 한 작품들까지 새롭게 선보인다. 눈에 띄는 색감과 신선한 스타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두고 있는 장 줄리앙, 자신의 개인전을 맞아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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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an Jullien, Seoul

공식적인 내한은 처음인데 기분이 어때요? 

새로운 나라에 가는 건 언제나 신나요. 요즘은 전 세계가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돼있지만,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그곳에 가는 건 진짜 달라요. 직접 사람을 만나고, 도시를 걷고, 일상적인 풍경을 둘러보는 건 온라인에선 할 수 없잖아요. 한국에 와서 또 다른 대비를 느끼게 되는 것이 흥미로워요.


전시 타이틀이 <Concretisation>인데,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작업에 유머를 더하는 걸 즐기는 편이에요. 제 전시회가 열리는 공간 이름인 스튜디오 콘크리트와 프랑스어 ‘Concretisation’의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고 싶었어요. 단어의 뜻인 구체화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죠. 이번에는 온라인상에 떠 있는 제 작업을 프린트해서 ‘만질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로 전시 타이틀을 정했어요.


일러스트뿐 아니라 사진, 비디오 등 다방면에 걸쳐 작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오늘 진행할 라이브 퍼포먼스도 그중 하나일 텐데, 어떤 걸 보여줄 생각이에요? 

서울과 스튜디오 콘크리트, 그리고 브랜드 ‘스테레오 바이널즈(Stereo Vinyls)’와 관련된 퍼포먼스예요. 내일(10월 8일) 제가 참여한 스테레오 바이널즈 컬렉션이 발표될 거고요. 라이브 퍼포먼스에서 ‘옷’이라는 재료를 이용할 예정이에요. 옷의 질감은 그대로 보여주고, 그래픽은 그 자리에서 그릴 거예요. 옷이라는 실물과 그래픽의 조화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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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Eating Habits For Fricote Magazine, Ink And Digital Color, 21x30cm, 2015


# Keep On Walking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 비엔나 박물관, 영국의 아동 상담 전화(Childline) 캠페인 등 분야를 정해두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요? 

제 작업은 상업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 두 종류예요. 상업적인 작업은 회사와 협업하는 거잖아요. 기본적으로 일을 의뢰한 회사에 맞추려고 해요. 일단 일을 받으면, 의뢰한 곳과 어울리는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요. 평소 제가 흥미로워하는 대상과 엮어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편이에요.


동생 니우이우인(Niwouinwouin)과 함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줄리앙 브라더스(Jullien Brothers)를 함께 운영한다고 들었어요. 동생과 일하는 건 어때요?

동생과 나는 최고의 콜라보레이션이에요. 우린 같은 환경에서 함께 놀며 자랐어요. 이 점이 프로페셔널한 작업을 할 때도 좋은 영향을 끼쳐요. 동생과 전 유기적이에요. 동생은 진지하고 조용한 편이고, 그에 비해 전 활달하고 외향적이거든요. 둘의 균형이 맞아서 많은 도움이 돼요.


올여름 영화 포스터 작업을 했어요.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영화 <재키 브라운(Jackie Brown)>의 포스터 작업이었죠? 

네,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 작업 때는 작품에 영화 타이틀을 직접 쓰면 안 된다는 룰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이미지만 보아도 바로 ‘아, 이거 그 영화구나!’하고 알게 해야 했죠. 먼저 눈을 사로잡은 후에 이해가 되는 작품을 만드는 일이었는데 새로운 경험이라 더 즐거웠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어요? 

지금 생각나는 작업이 세 가지 있어요. 첫 번째는 프랑스 낭뜨(Nantes)의 ‘르 니드(Le Nid)’라는 스카이라운지 디자인을 했던 거예요. 공간에 새를 날아다니게 하고, 의자는 달걀 모양으로 만들었어요. 그 사이사이에 그래픽을 넣었구요. 공간 전체를 디자인한 경험이라 기억에 남아요. 두 번째는 케이스 스튜디오(Case Studyo)에서 했던 램프 디자인이에요. 사람 모양 오브제의 얼굴 부분을 램프로 만든 건데, 실용성과 유머를 갖춘 작품이라 맘에 들어요. 마지막은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의 스위치 하우스(Switch House)에서 진행한 라이브 이벤트예요. 관람객을 실제 사이즈로 그려주는 퍼포먼스였는데, 서너 시간 정도 방문객들을 계속 그렸어요. 관객과 소통한다는 점은 오늘 여기서 보여줄 라이브 퍼포먼스와도 비슷해요.


런던에 가기 전에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지금 하는 작업들도 저널리즘과 관련이 깊어 보여요. 

저널리즘엔 계속 관심이 있어요. 작업할 때 관찰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관찰을 베이스로 동시대의 모든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며 작업하죠. 우선 현재 일어나는 일에 주목한 다음, 거기서 확장해나가곤 해요. 말하자면 저널리즘은 제 작업의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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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Ink And Digital Color, 20×20cm, 2016


# What Makes Him Special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런던에 살고 있어요. 런던을 택한 이유가 있어요? 

10년 전, 학교 때문에 런던에 가게 됐어요. 런던은 어릴 적부터 접한 영국 콘텐츠들 때문에 익숙했을 뿐 아니라, 뭔가 해보려는 사람들에게 활짝 열려있는 곳이었어요. 이런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가끔 프랑스는 뭔가 유행하면 ‘~스타일’로 이름 붙이면서 정의하기를 좋아해요. 전 정의되고 싶지 않거든요. 영국은 그런 면에서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프랑스를 사랑하고, 결국 프랑스로 돌아갈 거예요.


알란 플레처(Alan Fletcher), 솔 바스(Saul Bass), 폴 랜드(Paul Rand)와 같은 아티스트들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이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심플하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은 흥미롭다는 점이 맘에 들어요. 디자인은 효율성을 의미하기도 하잖아요. 정보를 주면서도 독창성을 가진 작품들이라 더 멋져요. 저도 작업하면서 늘 그런 점을 지향하구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했어요. 살다 보면 일상을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어떻게 매번 새로울 수 있어요? 

모든 걸 바꾸려고 노력해요. 순간을 바꾸고, 사이클을 바꾸고, 결국엔 큰 그림을 바꾸는 거죠. 예를 들면, 저는 SNS가 재미있어서 이걸 많이 활용해요. SNS에 그림을 올릴 때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도전은 작은 그림에 그치기도 하지만, 운이 좋으면 큰 규모의 애니메이션이나 페인팅이 되기도 하죠. 또 작업의 경계선을 정해두지 않아요.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한 아이디어를 계속 다른 식으로 다루려고 애쓰죠. 만약 한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만들었다면, 다음엔 비디오 작업도 해보는 식으로 말이에요. 끊임없이 새로운 플랫폼을 접하려 노력해요.


매일 아침 한 시간씩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진다고 들었는데, 이 시간이 줄리앙한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여행 중엔 너무 바빠서 못 하지만, 집에서는 항상 그 시간을 즐겨요.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구요. 많은 사람이 근력을 키우려고 매일 운동을 하잖아요? 매일 제 맘대로 그림을 그리는 건 그 운동이랑 똑같아요.


그림을 단순히 돈을 벌거나 창조적인 일을 뛰어넘는 ‘언어(Language)’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림을 언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런 거예요. (펜 브러시를 꺼내 깔때기 모양을 그려주며) 이렇게 아이디어가 마구 널브러져 있을 때, 이 깔때기 안에 아이디어를 넣어요. 그러면 정제된 하나의 작품으로 나오죠. 아이디어를 최대한 제 스타일로 바꿔서 단순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는 수단이란 의미에서 언어라는 표현을 썼어요. 그림은 제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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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Whirlpoo, Ink And Digital Color, 20×20cm, 2016


앞으로 일정이 궁금해요. 어떤 신나는 일들을 계획 중이에요? 

최근 6개월 동안은 미국에서 작업하고 있어요. 첫 번째 단행본이 11월에 뉴욕에서 출간될 예정이에요.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애니메이션 같은 TV쇼도 준비 중이구요. 다음 달에는 뉴욕타임스와 협업해서 새로운 것을 보여줄 계획이에요.


한국에 머물면서 어떤 걸 하고 싶어요? 

친구들이랑 놀아야죠. 놀면서 문화를 느끼고 영감을 받고 싶어요.


더 구체적으로는요? 

음, 일상적인 모든 걸 하고 싶어요. 식당에 가고,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일이요. 오늘만 해도 밥 먹으면서 해파리로 만든 요리(해파리냉채)를 처음 봤어요. 그걸 보고 놀라긴 했지만 정말 신선했어요! 이런 것처럼 모든 일상이 제 아이디어의 뿌리예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많은 영감을 느끼고 싶어요.


그럼 언젠가 한국에서 받은 영감으로 완성한 작품이 나올 수도 있을까요? 

저도 정말 그렇게 되길 바라요!


# He In His Pieces

장 줄리앙과의 인터뷰는 오픈 준비가 한창인 전시장에서 진행됐다.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 줄리앙의 목소리엔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작업 이야기를 할 때는 한없이 진지했으나, 결코 유머를 잃지 않았다. 장 줄리앙의 작품들은 그를 많이 닮았다. 복잡한 해석이 필요 없는 친절함, 보는 사람을 웃게 하는 사랑스러움, 그 안에 담긴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시선까지. 장 줄리앙은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이 세계를 응시하는 따뜻한 관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