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ulnerable
Tim

노래 한 곡으로만 기억하기에 팀은 너무 아까운 가수다. 어쿠스틱 앨범을 냈고 자작곡도 꾸준히 만들어왔다. 발라드로 시작했지만, 음악의 폭을 넓히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는 한때는 데뷔곡의 인기에 얽매여있는 것 같아 아쉬웠으나, 이젠 노래를 기억해주는 자체로 기쁘다고 말했다. 그렇게 마음을 바꾸기까지 어떤 시간이 있었을까. 조용히 활동해온 팀은 다시 달려보겠다고 했다. 새로운 시작은 지난 9월에 낸 싱글 <그려본다>부터였다. 그가 이렇게 달라진 이유를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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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안녕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요. 
그냥 잘 지냈습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있는 것처럼 똑같았어요.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어떤 생각을 그렇게 많이 했어요? 
활동을 그래도 꽤 했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대체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노랜데 내 것처럼 안 느껴지고 음악이 너무 일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그 생각이 드니까 피할 수가 없더라구요.

처음 그런 감정이 들었던 건 언제였어요? 
해외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거기서 노래를 하다가 갑자기 부끄러워졌어요. 어차피 내 노래라면 자신 있게 부를 수 있잖아요. 근데 그땐 그냥 소리만 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이후로 심각해졌다가 이제 좀 회복됐어요. 그래서 지금 나온 노래는 좀 더 완성된 팀의 음악이죠. 완전하지는 않더라도요. 시작의 길인 것 같아요.

그러면 이번 자작곡 ‘그려본다’에도 팀의 경험이 담겨 있겠네요? 
완전. 가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계속 인생에 후회가 드는데 그런 모습이 너무 부끄럽고, 거기에 묶여있으니까 앞으로 나갈 수도 없구요. 이제는 그냥 그걸 다 이겨내고 해보자, 있는 그대로, 이런 의지를 담았어요.

5집부터 본격적으로 자작곡 비중이 높아진 것 같아요. 자작곡을 만들 때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어요? 
유기농으로 하자는 거예요. 지금 유기농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게 됐지만, 솔직히 유기농은 그냥 원래 모습이에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정말 진솔하게 내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생각하면서 만들어요. 그게 제일 중요해요.

어떤 뮤지션들은 소설 쓰듯 이야기를 창조해서 노래를 만들어요. 팀은 그런 스타일은 아니라는 거죠?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내 얘기가 비슷할 거라 생각해요. 이야기는 비슷하더라도 이 세상에 팀이란 사람은 하나밖에 없어요. 관점이 다른 거죠. 전 보통의 이야기를 제 관점으로 풀어내는 스타일이에요.

수록곡 ‘휘파람’ 이야기도 더 듣고 싶어요. 
이 곡을 쓰면서 많이 헤맸어요. 그래서 곡을 쓰고 데모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들려줬죠. 친구 두 명이 그 곡을 기억하고는, 자기네들이 결혼할 때 이 곡을 불러주면 안 되냐고 부탁을 한 거예요. 원래는 발매할 생각도 없었어요. 이 친구들한테 선물하는 맘으로 곡을 줘야겠다 싶어서 가사도 쓰고, 편곡도 해서 만들게 된 거죠. 이걸 하면서 너무나 많은 기쁨을 느끼게 됐어요.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음악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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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빽빽한 공백
올 4월에 <복면가왕>에 출연했어요. 
원래는 그 콜이 더 예전에 들어왔어요. 근데 당시에는 두려워서 하기 싫었어요.

왜 두려웠어요? 
그때는 노래라는 게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라고만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구요. 물론 퍼포먼스 하는 가수 팀도 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던 거예요. 여태껏 썼던 가면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팀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걸 딱 느끼니까 <복면가왕>, 이건 무조건 출연해야겠다 싶었어요.

오로지 노래만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마음이었을까요? 
노래로 평가받는다기 보다 팀의 가면을 벗고 싶다는 의미였어요. 노래 부르는 건 둘째치고, 그냥 가면을 벗는 그 순간을 기대했어요. 쉽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생각하느냐에 상관없이 그냥 나를 위한 거였어요. 자신에게 이렇게 있는 그대로 살겠다는 각오를 보여주고 싶었죠. 무슨 이유든 이유만 있다면 나갈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출연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도 감사한 일이구요.

그래도 <복면가왕> 덕에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어요. 색다른 장르에도 관심이 있어요? 
모든 장르를 좋아해요. 감정 표현에 맞춰서 장르를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하구요. 아직까지 팀은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니까 보는 사람에겐 새로울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음악을 접해왔어요. 그중에 저한테 잘 맞는 옷이 발라드였던 거죠. 일단 음성 자체가 R&B, 힙합…, 아니잖아요. 그건 인정하지만 계속 새로운 느낌의 음악을 찾아 나갈 거예요.

세월 정말 빠르죠. 어느새 13년 차예요. 가요계가 어떻게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일단 제가 나이 먹었구요. (웃음) 동료들이 훨씬 어려요. 가요계는 아이돌 쪽으로 많이 가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떻게 보면 케이팝이 이렇게 잘 되니 감사한 일이죠. 또 임창정 형님이나 효신이도 계속 발라드를 들려주면서도 잘 되는 케이스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패션이랑 똑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돌고 돌고 돌고. (웃음) 저는 이런 상황이 재미있어요. 그냥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가 어려운 것뿐이죠. 

옛날에는 6개월에서 8개월 활동하는 게 기본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한 달은 되려나? 저도 이렇게 싱글 자주 내는 거 처음이에요. 또 예전엔 음악만 하면 됐는데 이제 인스타그램, 트위터 다 해야 하죠. 이것도 원래 성격에 잘 맞는 건 아닌데 노력하고 있어요.

이제는 음악 외적인 것도 중요해졌다는 거죠? 
요즘은 다 드러내고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런 변화가 신기해요. 흐름에 따라 노력해야죠. 어느 한 부분에 딱 중심을 잡고 나머지는 유도리있게 맞추면 된다고 생각해요.

이루마씨와 콜라보한 적이 있어요, 요즘은 어떤 뮤지션과 콜라보하고 싶어요? 
딱 뮤지션이 있다기보다는 같이 하고 싶은 장르가 있어요. 힙합이나 R&B요.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발라드인데 비트는 약간 다르게 간다거나? 도전하고 싶어요.

이치현과 벗님들의 ‘당신만이’를 리메이크했어요. 리메이크는 평소 하던 작업과 어떤 면이 달랐어요? 
일단 명곡은 명곡이다라는 걸 뼈까지 느꼈어요. 오래된 곡인데 지금도 이렇게 세련될 수 있다니…. 진짜 멋있었어요.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죠. 작업을 같이한 프로듀서 형이랑 소통하면서 맞춰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또 팀의 목소리가 원곡과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걸 잘 어울리게 하려고 제일 노력했죠.

얼마 전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완벽주의가 있었어요. 완벽은 세상에 없는 건데 말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완벽주의라는 건 결국 실패가 두렵다는 뜻인 것 같아요.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나니까 벌거벗은 모습, 영어로는 ‘Vulnerable(연약한, 벌거벗은)’이라고 하는데 그걸 드러내는 게 쉬워졌어요. (휴대폰으로 사전을 찾아보며) 사전에는 연약하다는 뜻으로 나오네요.

뭔가 보호막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걸까요? 
상처받기 쉬운, 약점이 있음, 이런 뜻이요. 어떤 연구 결과를 읽었는데, 이 상태가 모~든 창작(Creation)이 태어난 곳이래요. 당연히 아트도 거기서부터 시작이라는 거죠. 그런데도 누구나 이 연약한 상태를 드러내기 어려워해요. 약점을 보여준다는 게 두렵고 부끄럽거든요. 하지만 이 상태를 보여주잖아요? 의외로 사람들은 힘을 내요, 그 사람을 보면 용기 나요.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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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황영민
팀의 시작 이야기를 해볼게요. 데뷔하자마자 엄청난 사랑을 받았어요. 어쩌면 그게 부담이 됐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모든 기준을 ‘사랑합니다’에 두면 당연히 부담이죠. 이건 정말 넘을 수 없는 산이구나, 느낀 적도 있어요. 음악인으로서 약간 아쉽기도 했죠. 너무 한 곡에만 관심이 쏟아지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마인드를 바꿨어요. 이건 정말 너무나 너무나 기적 같은 일이구나, 13년이 흘렀는데도 내 노래를 기억해주시는구나, 하구요. 앞으로 노력해서 그만큼 다시 사랑받을 수 있으면 정말 감사한 거고, 그게 아니라도 계속해보는 거예요.

가수로서 음악에 이것만은 지키겠다는 게 있어요? 
오로지 진솔함이요. 진솔함은 가사에서 느껴질 수도 있고, 음악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과정을 통해서 느껴질 수도 있구요. 저 스스로도 그 진솔함을 지켜야만 떳떳하게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팀만이 가질 수 있는 색채나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근데 내 스토리, 음성… 그냥 팀이라는 사람은 하나니까 어쨌든 다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지금은 그걸 확실하게 찾아가는 여정이에요. 몇십 년 후에 찾든, 죽기 직전에 찾든 후회는 없을 거예요.

팀은 노래에 기복이 없어요. 정말 어려운 일일 텐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너무 부족해서 말씀드리기 부끄러운데요, 연습이죠. 레슨도 계속 받고 있어요. 레슨 선생님이 아는 동생인데, 이 친구가 너무 큰 도움이 돼요. ‘나 그래도 13년이나 한 사람인데!’ 생각했으면 절대 못 그랬을 거예요. 더 배워야 해요. 마인드를 그렇게 갖고 계속 연습하고 있는데도 배울 게 너무 많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듣고 싶어요. 
11월 말에서 12월 초에는 미니 앨범이 나올 거예요. 그 전에 싱글 하나 더 낼 수 있을 것 같구요. 느리게 걸어왔지만 이제 좀 달려보려구요. 아직도 저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보답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싶어요. 많이 달라진 방송활동도 적응하도록 노력해야죠.

결국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요? 
사람한테 힘이 되는 음악, 맘을 움직이는 음악이요. 그냥 그거면 만족할 것 같아요.

오늘 내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이제는 행복한 거죠? 
행복해요. 물론 이 행복을 지키려면 날마다 싸워야 해요. 날마다 결심해야 하구요. 하지만 노력하고 있다는 자체가 좋아요. 좋지 않았던 일들이 오히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바탕이 됐어요. 그 경험이 나를 훈련시킨 걸 알게 되니까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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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그대로
팀이 전하는 말에서는 시간이 느껴졌다. 오래전부터 혼자 생각을 얼마나 하고 또 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그의 문장은 깊이 있고 단정했다. 인터뷰 동안 팀이 가장 많이 말한 단어는 있는 그대로를 뜻하는 Vulnerable(연약한, 벌거벗은)이었다. 팀은 그 단어 뜻처럼 있는 그대로 살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겠다고 했다. 팀에게 뭔가를 물으면 모든 답이 결국 그 다짐으로 이어졌다. 무언가 걸치지 않은 맨몸은 상처 입기 쉽다. 팀은 그걸 알지만, 그래도 그 모습으로 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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