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nner of Creative Spirits
Limbai, Ji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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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탁, 162.2×130.3, 한지에 혼합재료, 2014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하시는 어머니의 바람으로 피아노와 첼로를 자연스레 배웠어요. 그러나 막상 하고 싶어 했던 건 음악이 아니라 미술이었죠. 당시에 첼로 레슨을 받고 있다가 주위에 널브러진 조형물이나 떠다니는 먼지에 착안해 추상적인 형상을 허공에 그렸어요(이 버릇(?)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시각적인 자극에 대한 호기심과 어떤 틀을 깨는 행위에 대한 목마름이 제 안에 늘 존재해 있던 것 같아요. 목마른 나날이 계속되다가, 고등학교 진학을 몇 개월 앞둔 시점에 음악에서 미술로 진로를 바꾸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 후에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운 좋게도 작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그림 스타일이 나오게 됐나요? 
초창기에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나 언밸런스한 도시 풍경을 수집해 그렸고 나중엔 일상 사물에 자신을 투영해 작업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타내고자 하는 주체 안에 오롯이 정신과 감정을 일치해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라는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다가 여러 작업을 모색한 끝에 지금의 작업까지 오게 되었어요. 이런 과정 속에는 삶의 다양한 경험이 바탕이 되었는데 주로 잊고 싶은 기억들이 반 이상을 차지해요. 그러다 보니 작업을 시작하는 초반에는 내면을 화면에 온전히 표현해내기가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 순응하게 되더라고요. 그리면서 억눌려있던 많은 것들이 오히려 해소되었고 감정을 순화할 수 있었어요.

홈페이지에서 ‘은둔’에 대한 자전적인 글을 봤습니다. 무엇이 세상과 단절하게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느끼고 배웠나요? 
사적인 거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대학교 졸업 직후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만신창이가 되었어요.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는 경계를 넘어서자 눈앞이 까매지면서 쉬고 싶었고 숨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죠. 마음의 도피처가 필요했어요. 지금 보면 당시 저는 어리석고 나약한 존재였던 거 같아요, 가족과 떨어져 혼자 나와 살고 있어서 극단적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었던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시작된 은둔생활은 마치 태아로 돌아간 것 마냥 평온했어요. 내면 깊숙이 자신을 탐구할 수 있었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할 수 있었죠. 망상에 빠져 노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절 지켜보는 눈이 없으니 자유로웠어요. 하지만 마음 한편은 항상 아팠죠. 지금 작업에서 은둔했던 당시의 날들이 중요한 작업 소스(Source)로 사용돼요. 제 생각으로는 경험한 모든 것에는 쓸모 없는 것이란 없는 거 같아요. 아팠고 힘들었던 시간도 나중엔 원동력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꿈에서 본 것들을 그려보고 싶어 펜과 종이를 옆에 두고 잠들었다고 했어요. 주로 꿈은 어떤 것들이었나요? 
엄청 대단한 꿈을 꾸는 건 아니에요. 모든 사람들이 꾸는 꿈의 형태와 같을 거예요. 조금 다른 것이라면 꿈의 이미지를 민감하게 보고 기억하려 하고 그것을 작업으로 담는다는 거죠. 작업으로 끌어오는 꿈은 대부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꿈이에요. 반복적으로 나타나다 보니 형상을 기억할 수 있었고 어째서 지속적으로 꿈의 형태로 나타나 자꾸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추리를 할 수 있었죠.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꿈도 작가님의 작품에 영향을 주는 것 같은가요? 
눈을 뜨고 있어도 수면상태에서 했던 행위를 이어와요. 그때 기억하지 못 했던 또는 일부러 제외한 이미지들이 툭툭 튀어 나오기도 해요. 그럼 그 이미지를 가지고 허공에 응축시키거나 확장시키며 놀죠. 그래서 겉보기에는 혼자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전 이런 식으로 노느라 바빠요. 이런 행위들이 아이디어 스케치할 때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도 해요.

보내주신 작품들에는 흑백(모노톤)으로 컬러가 없어요. 컬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일부러 모노톤을 고집해 그리는 건 아니에요. 최근 작업에는 많지는 않지만 적당히 컬러가 스며들어 있어요. 저는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다면 그것에 맞는 재료와 그리는 방식과 태도, 감정, 외에 모든 것이 일치해야 좋은 작업이라 생각해요. 그 기준에 맞춰 색을 정하는 거예요.
 
얼굴이 가려진 채로 몸체만 구체화 되어있는데, 얼굴을 그리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작업에서 상상을 극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에요. 가려져 있어 쉽게 파악할 수 없죠. 보이지 않음으로써 오는 여러 감정을 노린 거예요. 작업자의 입장에서는 그 부분을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작업으로 내뱉을 수 있었어요. 제 작업은 힘든 일을 겪고 있거나 상처가 많아 감정을 주체 못하거나 남들 눈을 의식해 솔직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소위 ‘평범’이라고 칭하는 일반 사람들과 자연스레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는 분들이 유독 공감해 주시고 그림과 소통해주시더라고요. 물론 그분들이 느끼고 해석하신 것은 제 각각이겠지만 제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놔 주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더 좋은 작업을 해서 내면의 깊은 울림을 주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돼요.

주로 작품은 어떤 재료를 가지고 그리시나요? ‘혼합재료’가 어떤 것들인지 궁금하고, 어떤 이유로 그 재료들을 사용하시는지도 궁금해요. 
말 그대로 혼합재료예요. 다양한 재료가 섞여있어요. 저는 꽤 오랜 기간 그림을 배워왔지만 테크닉이 좋은 편이 아니에요. 그리고 남들은 잘만 쓰는 재료도 저에겐 맞지 않았죠. 그래서 맞는 재료를 찾아야만 했고 저만의 그리는 방식을 찾아야만 했어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일치하는 재료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와 실패를 반복했어요. 시간이 걸렸죠. 소요한 시간에 비해 엄청난 것을 창조하는 건 아니지만 저에겐 꼭 필요한 과정이었어요. 바탕이 되는 재료는 흑연, 안료, 수성&유성 물감이고 이 외에는 작업마다 쓰는 재료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나열하기 좀 애매해요. 재료를 고를 때 주관적으로 재료에 성격을 부여하고 그림에 맞는 성격을 가진 재료를 골라 작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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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Happens, Installation View, 2014

좋아하는 작가, 영향 받은 작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순주 작가의 영향을 받았어요. 학부 때 강의하러 오셨는데 그분으로 인해 드로잉의 매력에 빠지게 됐죠. 그분의 사상과 표현력도 좋았고요. 그리고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작업도 좋아해요. 평면뿐만 아니라 영상, 설치, 조각 등을 넘나들며 방대한 작업량을 보여주는데 그 점이 본받을 점이라 생각돼요.    

미술 이외에 좋아하는 것들(음악, 영화, 책 등)은 무엇인가요? 
고양이. 그림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고양이에요. 특별한 행성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갈라진 바닥이나 후미진 곳, 메마른 식물을 보는 것을 즐기죠. 책은 에쿠니 가오리, 가네하라 히토미의 소설을 주로 읽고요. 작업할 땐 음악을 듣진 않지만 (집중을 못해요) 작업 외의 시간에는 검정치마, Spin Aqua, 메이트, 김재중, 영화 <바스키아>와 <릴리슈슈의 모든 것> OST를 좋아해 주로 들어요(소설과 음악에서 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어요).

그려보고 싶지만 아직 그려내지 못한 이미지나 감정이 있다면요? 
작업에 들어가기 전 아이디어 스케치용으로 수많은 드로잉을 해요. 그 중에 뽑힌 몇 개의 이미지를 제외하면 나머지 이미지들은 ‘탈락’돼죠. 앞으로는 제 스케치를 포함한 여러 시작점에서 탈락된 이미지를 끌어와 작업으로 확장시켜 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퍼포먼스와 설치작업도 계획 중이에요. 이미 아이디어는 끝내 놨는데 자금이 뒷받침이 되지 않아 작업으로 실현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거 같아요.

2016년이 시작됐습니다. 올해 계획과 목표를 알려주세요. 
이번 새해를 몸이 아파 병원에서 맞이했어요. 입원해 있으면서 몸이 건강하지 못하니 놓치는 것이 많음을 깨닫고 건강 회복을 시급한 목표로 삼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론 공부와 작업적으로 자극이 될 만한 자료조사를 하며 더불어 작업에 저만의 색을 농후하게 하기 위해 많은 양의 작업을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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