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nner of Creative Spirits
Chae, N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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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머(Gipbmmer)

사과나무 앞에 앉아 사과를 먹는 사람을 그린 작품인 ‘쉼-기다림’이 지난 호에 소개되었어요. 어떤 이야기를 가진 작품인가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흘러가는 시간을 멈출 수는 없어요. 계속되는 미래를 현재로 맞이하는 존재는 가만히 쉬고 있어도, 어쩌면 다가오는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라 생각해요. 현재의 한 동작 한 동작이 지속적으로 미래를 마주하며 나아갑니다. 빛이 쏟아지는 화창한 날, 상쾌한 바람에 춤추는 나무 아래서 시간 속에서 무르익은 과일 먹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쉬고(미래를 기다리고)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에요.  

작품 소개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깊쁨’이란 무엇인가요? 
‘깊쁨’은 ‘깊음’과 ‘기쁨’ 즉, ‘깊은 기쁨’을 자의적으로 합성한 단어입니다. 영원한 즐거운 사랑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이런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하게 된 이유, 계기가 있나요? 
학생 때 ‘결코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목마름’에 대해 작업을 했었어요. 자크 라깡의 <욕망 이론>에서 말하듯 인간의 욕망은 어떤 욕망의 대상에서 새로운 욕망의 대상으로 계속 넘어가요. 그러다가 대치될 수 없는 욕망의 대상이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것은 시대와 지역, 빈부, 지위의 고하, 비천함과 고귀함 등을 초월해 인간이 변함없이 추구하고 있는, 생리적 욕구가 해결되고, 돈과 명예와 권력을 가진 인간이 여전히 갈망하는 대상이 아닐까 생각해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생각과 시각은 어떤 건가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을 뿐더러, 그 대상은 정말 다양하죠. 하지만 제가 관심 있는 것은 영원, 유희, 그리고 관계에 대한 거예요. 이 세 가지가 앞서 이야기한 대치될 수 없는, 보다 근원적인 갈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갈망을 ‘영원한 즐거운 사랑’이란 말로 정리했어요. 프랑스의 철학자 앙드레 콩트-스퐁빌(Andre Comte-Sponville)이 “사랑은 단지 기쁨으로만 존재한다. 사랑이 아닌 기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영원한 즐거운 사랑’이 ‘깊은 기쁨’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깊은 기쁨’을 축약해 ‘깊쁨(Gipbmm)’이라는 자의적 단어에 ‘영원한 즐거운 사랑’의 의미를 담아냈어요. 그리고 그것을 ‘깊쁨의 상징’으로 시각화했습니다.

‘Lying On The Air’ 시리즈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여기에는 소개되지 않은 작품인데요, ‘기쁘머(깊쁨을 머금은 사람)’ 의 부유하는 신체를 그린 거예요. ‘기쁘머’의 가벼운 마음일 수도 있겠어요. ‘기쁘머’는 거칠 것 없는 자유로운 여행을 해요. 꽃밭을 가로지르고, 별이 쏟아지는 사막을 가로질러 유유히 떠도는 모습을 담았어요. 중력을 이겨 ‘공중부양한다’, ‘날아다닌다’는 표현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하늘에 눕는다’는 표현을 쓰고 싶었어요. ‘땅바닥’이 아니라 ‘하늘바닥’에 눕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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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머(Gipbmmer)

프로덕트 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회화를 다시 시작하셨는데 이렇게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간 이유가 있나요? 
디자인에는 다양한 분야와 접근방식이 있지만 많은 부분, 여러 사람의 니즈를 고려해 ‘부분집합’을 솜씨 좋게 찾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과정에서 객관성을 잃지 않게 되고, 절제, 절충의 미를 경험하게 돼요. 회화과로 진학한 것은 좀 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싶어서였어요. 그리고 싶은 것이 있었고, 어린 시절부터 본인 스타일의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소망해왔어요.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에는 어떤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역시, 전업 작가를 꿈꾸지만, 어려운 일이네요. 최정화 작가님의 ‘가슴시각개발연구소’, 아이웨이웨이 작가님의 ‘FAKE Design’처럼 디자인프로젝트를 맡거나 혹은 디자인제품, 아트상품 등을 제작하고 싶어서 ‘깊쁨유용한예술품연구소’ 즉, ‘깊쁨(Gipbmm)’이란 이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외의 시간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새롭고 좋은 것을 찾아요. 음악, 좋아하는 취향의 제품, 환기되는 장소 등등. 요즘 같은 때에 새롭고 좋은 것이라니, 쉽지 않은 이야기네요.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영원한 즐거운 사랑’ 즉, ‘깊쁨’을 표현하고자 집중하는 모든 거예요.  그것은 성경, 움직임, 상황, 음악, 사람, 자연, 에너지, 인공물, 등에서 어떤 이야기나, 캐릭터를 찾는 일 같아요.

미술 이외에 어떤 예술 장르, 작품들을 좋아하나요? 
음악, 그리고 스토리가 있는 작품은 장르 불문하고 좋아해요. 영화,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이 대표적인데요, 취향에 맞는 경우는 여러 번 반복해서 감상합니다. 

아직 그리지 않았지만, 그려보고 싶은 이미지나 대상이 있다면? 
‘깊쁨’에 대한 다양한 서사를 풀어내고 싶어요. 생각은 많았지만, 이제 막 그리기 시작한 거나 다름없거든요. 관심 있는 것은 역시 사람이에요. 사람의 매력을 그리는 것에 재미와 흥미, 가능성을 느낍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께서 초상을 많이 그리신 화백이셨는데, 저에게도 이어지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다분히 주관적이겠지만, ‘깊쁨’을 주제로 그리는 만큼, 작업을 마주하는 사람에게 어떤 영감과 제가 추구하는 ‘깊쁨’의 감각이 전달될 수 있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업의 대한 고민과 연구 활동 등 이어나가는 모습들을 공유하고자 하는 계획도 있는데, 아직 구체적이지 않아요. 회화를 기초로, 다양한 매체와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