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방
강애란 기획전

3. 지혜의 타워링, 나무, 플라스틱, 거울, LED, 370X370X323cm, 2016.jpg
지혜의 타워링, 나무, 플라스틱, 거울, LED, 370×370×323cm, 2016

강애란의 전시 <A Room Of Her Own>이 11월 27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렸다. 강애란은 30여 년 동안 투명한 오브제에 LED 라이트를 장착해 빛을 발하게 하는 작업을 해온 작가다. 아르코미술관과 함께한 이번 전시에서, 강애란은 처음으로 책의 표면에서 내부로 시선을 옮긴다.

이번 전시 주제는 한국 현대사 속 여성들 이야기다. 나혜석, 김일엽, 최승희, 윤심덕의 삶에서 착안해 전시장 내부를 네 사람의 방처럼 구성했다. 방 하나하나를 둘러보다 보면 그들의 삶이 그려진다. 강애란은 예술가였던 네 사람의 대표작을 자신만의 작업으로 재 탄생시켰다. 문필가 나혜석의 대표 시 <인형의 가>, 김일엽의 글 <나의 정조관>, 무용수 최승희의 다큐멘터리, 성악가 윤심덕의 가곡 <사의 찬미>까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오래된 작품이 디지털 작업을 만나 현대 예술로 되살아난다.

8. 김일엽의 방 - 시(9편) 라이팅북 위 영상프로젝션, 500X281cm, 2016.jpg
김일엽의 방 - 시(9편) 라이팅북 위 영상프로젝션, 500×281cm, 2016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나혜석의 방이다. 낡은 책상 위에 필기구와 책이 어지러이 널려 있다. 그리고 그 방 한 구석에서 강애란의 오브제가 빛을 발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책 위에 시 <인형의 가(家)> 구절구절이 점멸한다. 예쁜 모습으로 입 다물고 있는 남성의 인형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내용의 시. 이 전시는 사회적 통념을 거부하고 새로운 철학을 받아들이려 했던 그 시대 여성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폐쇄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내려 한 삶은 녹록지 않았을 것, 다양한 색채를 띠는 강애란의 작업이 그 삶에 조그만 위안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강애란의 전시는 아르코미술관이 기획한 2016 중진작가 시리즈의 하나다. 이 기획전은 신예 작가와 원로 작가 사이에서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운 중진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강애란 기획전은 끝났지만 아르코미술관의 중진작가 시리즈는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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