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식
한량사 첫 번째 레이블 콘서트

지폐를 문 돼지머리와 시루떡은 없었다. 대신 비트와 래퍼가 있었다. 10월 9일 예스24 라이브 홀에서 열린 힙합 레이블 한량사의 개업식 이야기다. 한량사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운영된 레이블이다. 내부 사정으로 운영을 중단했던 한량사가 가리온, 킵루츠, 빌리진, 다이얼로그, 반블랭크 등의 뮤지션들을 영입하고, 다시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한량사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개업식’이라는 타이틀의 콘서트를 열었다. 개업식이라는 말은 공연 제목일 뿐 아니라, 문자 그대로 한량사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잔치를 의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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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식은 DJ Skip과 신예 래퍼 빌리진이 시작했다. 솔로곡 ‘Pain Does Not’과 게스트 보컬 러반과 함께한 ‘So Beautiful’은 앞으로 한량사의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뒤를 이어 래퍼 다이얼로그가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바꿨다. 정확하게 내뱉는 그의 강한 래핑에 몸이 들썩일 때쯤, 게스트 래퍼 언제이크가 등장해 다이얼로그와 함께 ‘아무도’를 부르며 공연장의 온도를 높였다. 

이 분위기를 이어받은 건 DJ Tiz와 래퍼 반블랭크. 반블랭크가 ‘Switch’, ‘Tuck’, 게스트 댄클락과 함께 ‘Hello, Motherfucker’, ‘Yeah’까지 끝냈을 때, 반블랭크가 소속된 그룹 크림빌라 멤버들이 무대에 올랐다. ‘면도날 Flow’, ‘Dead Wrong’ 등 흥겨운 비트의 노래들이 이어지자 개업식 분위기는 그야말로 잔치판이 되었다. 이어 킵루츠가 ‘영순위’를 플레이했고, 가리온과 게스트 넋업샨이 무대에 올랐다. 전설은 전설이었다. 가리온이 올 2월 발표한 곡 ‘Heritage’을 시작으로 ‘무까끼하이’, ‘무투’ 등의 노래를 이어갔다. 울리던 비트가 잦아들고 고요함만이 남았다. 그리고 메타가 프리스타일 랩을 시작했다. 진심이 묻어나는 프리스타일을 끝낸 후 메타가 말했다. “이제까지 그래온 것처럼 앞으로도 힙합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가리온의 무대 이후, 한량사 소속 모든 뮤지션이 함께 ‘불한당가’를 부르며 공연의 끝을 장식했다. 앞으로 이 한량들이 한국 힙합 신에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하게 하는 무대였다. 개업식이 끝난 후, 공연 시작 전 한량사 대표 노성래(마초)가 한 말이 떠올랐다.

“한량사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은 옛날처럼 놀자는 것만은 아니었어요. 이제 허투루 하는 거 말고, 제대로 한번 해보자 싶었죠. 그 생각으로 사무실도 차리고 준비하는 동안, 우리가 할 줄 아는 게 공연이니까 개업식도 콘서트로 하겠다고 계속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쭉 공연으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 말을 내뱉는 그의 음성은 상기되어 있었으나 분명 자신감이 내비쳤다. 개업식을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