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e Up
Andra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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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절반 정도 흘러 있었다. 무대 위의 여자가 갑자기 화장을 지웠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거였다. “화장한 모습은 솔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화장을 지운 얼굴로 노랠 해도 이해해 줄 수 있나요?” 지난 9월 23일 저녁, 예스24 라이브 홀은 무대 위에서 화장을 지우는 여자와, 그녀를 마주한 채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화장을 지우고 다시 노랠 부르기 시작한 여자는 이날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한 안드라 데이였다.

콘서트 전, ‘재즈풍의 곡은 물론, 장르적으로 실험성이 짙은 무대를 선보일 것’이란 안드라 데이는 데뷔 앨범 타이틀곡인 ‘Forever Mine’으로 무대를 시작했다. 2016년이 아니라, 1950년대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왔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을 빈티지한 목소리가 중간 박자의 피아노 선율과 함께 어우러졌다. 첫 곡이 끝나고, 밴드 세션 연주자들이 안드라 데이의 무대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바로 이어진 ‘Gold’ ‘Mississippi Goddam’ ‘Honey Or Fire’ 무대는 재즈풍의 악기 연주와 안드라 데이가 가진 관능미의 조화가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콘서트 중반, 곡과 곡 사이의 짧은 멘트를 제외하면 쉬지 않고 이어졌던 무대에 잠시 공백이 생겼다. 잔뜩 소울풀한 안드라 데이의 음색 때문에 덩달아 달아올랐던 분위기도 다시 차분해질 무렵, 안드라 데이는 이날 공연 중 가장 많은 말을 쏟아내었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No Make Up’이란 노랠 듣고 알게 됐어요. 보이는 것보단, 보이지 않는 내면이 더 중요하단 걸요. 사실 그전까진 내 모습에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단 걸 알게 됐죠.” 화장을 지우자마자 관객들은 연신 “Beautiful!”을 외쳐댔고, 안드라 데이는 눈이 휘어지도록 미소를 짓고 나서는 바로 ‘No Make Up’과 ‘Cheers To The Fall’, 마지막 곡인 ‘City Burns’와 앙코르곡 ‘I Want It All’까지 부르며 콘서트를 마무리했다.

안드라 데이는 2015년에 1집 <Cheers To The Fall>을 발표했다. 데뷔 앨범을 내기 전부터 유튜브에 뮤즈(Muse), 에미넴(Eminem), 제시 제이(Jessie J) 같은 뮤지션들의 커버 영상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재즈, R&B, 레트로 소울, 힙합 등 장르를 넘나들며 밀고 당김, 긴장과 이완의 기교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안드라 데이는 신인이라곤 믿기 힘든 농익음과 여유, 독보적인 가창력을 지닌 뮤지션이다. 

가장 폐부를 찌르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곡을 써서 세상에 내놓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이다. 그 곡들은 삶의 고통, 그 고통을 마주하고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과도 같다. 안드라 데이가 세상을 마주하는 태도는 1집 수록곡인 ‘Rise Up’에 담은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다시 일어날 거야’라는 다짐은,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안드라 데이가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