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바다로 갔다
Wolf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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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3, 1DXW4398, 87×58inch

부산에서 자란 김울프는 고등학교 때, 사직운동장에서 스케이트 보더들을 만났다. 그 뒤로 그의 인생은 꽤 개성 있는 방향으로 펼쳐진다. 우선 그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제 눈에 가장 멋있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어 시작된 일이다. 그렇게 펑크 밴드,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사진을 찍던 그가 바다로 간 것은 10년 전의 일이다. 

‘학창 시절, 오전 수업을 마치면 바다로 갔다. (중략) 현실은 언제나 녹록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나는 바다로 갔다’는 전시 소개글처럼 김울프는 아주 오랜 시간 카메라를 들고 바닷가에서, 혹은 바닷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작가의 카메라에 담긴 깊고 큰 바다는 아름답고 두려운 존재다. 잔잔한 바다, 가라앉은 바다, 출렁이고 일렁이는 바다, 압도적이면서도 우아하게 큰 파도를 일으켜내는 바다 등 김울프가 마주했던 바다는 매번 다른 모습으로 작가와 우리를 빠져들게 만든다. 

김울프는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또 한 번 하와이의 바다에 다녀왔다.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좋은 사람들을 함께 만나보고 싶다는 작은 욕심은 카메라와 장비를 모두 팔아 개인전을 여는 것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그는 모두를 위한 전시를 열었다. 작품들은 굉장했다. 사진마다 긴 시간, 일관적으로 바다를 사랑해 온 그의 애정이 듬뿍 담겼음은 물론이다. 하와이의 바다에서 만난 여성 서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정말 아름다웠는데, 그 작품은 우연히도, 정말 우연히 찍힌 사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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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1, SAIPAN, DP4A2162, 24×36

김울프는 지난 8월 말 시작해 10월 초까지 캐논갤러리에서 이어진 이번 개인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라고 했다. 그래서 매일 갤러리에 나와 자신을, 자신의 바다를 보러 오는 손님들을 맞이한다고 했다. 그는 전시를 찾는 이들의 사진을 찍고 그들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 SNS 상에 올려 서로를 소통하게 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도 전시 기간 내내 진행했다. 

사진을 보러 온 사람들을 일일이 맞이하는 것도 모자라 모두의 사진을 찍어 기록하는 작업까지, 보통 성의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전시장을 채우고 있는 많은 작품과 그 간 작업해 오거나 인터뷰를 했던 크고 작은 매체들(<파운드 매거진>의 크리에이티브 스피릿도 포함된다.)을 모아둔 벽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향을 피워두고 의미 있는 작품에 대한 자세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던, 눈과 귀가 즐거웠던 전시다. 전시를 위해 다 팔았다던 장비를 전시 후에 다시 다 장만했기를 바란다. 그가 기록해 내는 바다를 또 보고 싶은 욕심에서 나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