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한국 맛
퓨전 오리엔탈 레스토랑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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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가 당길 때가 있다. 꼭 술을 먹은 다음날이 아니더라도, 쌀국수의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은 열 반찬 부럽지 않을 정도로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 주기 때문이다. 쌀국수는 작년 광화문에서 밥벌이를 하던 내가 즐겨먹던 음식이었다. 서울은 어딜 가나 사람이 많지만, 특히 광화문은 빌딩과 사람이 많은 곳이기에 점심시간에 줄서서 먹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국수는 회전율이 좋아서 덜 기다려도 됐다. 점심 메뉴로 쌀국수를 자주 선택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밥벌이 장소를 신사로 옮기면서부터 쌀국수의 국물 맛을 잊고 지냈다. (신사는 쌀국수보다 더 맛있는 음식이 많았다.) 그러던 중, 퓨전 오리엔탈 레스토랑 ‘융’을 추천해 주신 편집장님 덕분에 오랜만에 쌀국수를 먹으러 상수동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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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오리엔탈이라는 수식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클래식한 베트남 쌀국수를 파는 곳은 아니다. 융은 베트남 쌀국수뿐만 아니라 태국식 볶음 쌀국수인 팟타이 그리고 볶음밥류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요리를 한다. 이 집의 인기 메뉴인 양지차돌 쌀국수, 소고기 부추 볶음밥 그리고 주인장의 추천으로 ‘불고기 팟타이’를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살펴본 가게 안은 소박하고 깔끔해서 내 집처럼 편안했다. 

무심한 듯 멋이 느껴지는 곳곳의 인테리어 소품들은 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갈하게 정리된 스냅백이며, 냉장고에 가득 붙여진 매니악한 스티커, 공간을 가득 메운 힙합 음악은 스트릿 감성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이런 곳에서 퓨전 동남아 음식을 먹다니. 음식을 맛보기도 전에,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을 경험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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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딱 맞아 떨어졌다. 주인장의 푸짐한 인심에 미소 짓고, 조심스레 들이킨 양지차돌 쌀국수의 국물 맛에 한 번 더 미소를 지었다. 이전에 먹어 왔던 쌀국수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시원하고 깔끔한 맛은 기본이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기 전, 입안에 가득 퍼지는 깊고 진한 사골 육수가 입맛을 돋우었다. 동남아 특유의 향신료가 강하지 않아서 쌀국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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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재료를 베이스로 긴 시간동안 끓이고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새롭게 탄생한 융만의 쌀국수는 만족스러웠다. 쌀국수로 입안이 조금 심심해질 때, 소고기 부추 볶음밥을 한 입 먹어주면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 느끼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소고기와 밥이 잘 어우러져 찰진 식감을 만들어 냈다. 두 가지 음식만으로도 충분히 융 스타일을 느낄 수 있지만, 만약 쌀국수 대신 다른 면 요리를 먹고 싶다면 불고기 팟타이를 추천한다. 여러 채소들이 어우러진 볶음면 위에 한국식 간장양념이 밴 돼지 불고기는 단맛과 짠맛의 균형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음식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작은 공간. 내 집같이 편한 이곳에 혼자 방문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친한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고 싶을 때 들려도 좋을 것 같다. 진하고 시원한 쌀국수 국물과 소주 한 잔.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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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315-3 1층(02-322-7421)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