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niverse Where My World Belongs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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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숙한 곳에 우주를 품은 사람, 그리고 우주를 담아낸 사물을 수집했다. 막연하기만 했던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우주는, 우주에서 받은 영감을 받은 이들의 손길을 통해 ‘은유적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록 음악으로 우주 항해를 꿈꾸는 로바이페퍼스(Raw By Peppers), 우주 과학을 예술과 접목한 미술가 김윤철, 우주와 인류의 공존을 디자인으로 선보인 패션디자이너 최범석, 우주 공간으로 스크린 속 오페라를 그려낸 SF 영화의 내면엔, 각자가 추구하는 저마다 다른 소우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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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ship Out Of Bones
Raw By Peppers
보컬과 기타의 김가온, 베이스의 이진우, 드럼의 이광민으로 이루어진 로바이페퍼스는 광활한 우주의 이미지를 독창적인 색으로 표현해내는 밴드다. 지난 5월에 발매한 EP 앨범 <Spaceship Out Of Bones>엔 우주로부터 출발한 인류의 도약, 우주 속에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담겼다. 

3
가온 ― 각자의 음악 취향이 다 달라요. 광민이는 팝이나 가스펠을 좋아하고, 저랑 진우는 다른 장르의 록을 좋아해요. 셋이 모여서 밴드 시작했을 때 팀의 정체성을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래도 전혀 다른 세 가지 요소가 부딪히면 우리만의 색깔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Raw’ + ‘Peppers’
광민 ― 원래 이름은 ‘로킹 체어(Rocking Chair)’였어요. 그러다 로바이페퍼스가 됐죠. (웃음) 없던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신선하고 새로운 걸 한다는 의미에서 우선 ‘Raw’를 붙였어요. 그리고 우리가 모두 남자잖아요. 그래서 ‘Peppers’를 붙인 거구요. 그런 뜻도 있고 다른 뜻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순댓국에 고추 썰어 넣으면 감칠맛이 확 올라오잖아요. 그런 것처럼 고추들에 의해서 맛이 완전히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Peppers’를 붙인 것도 있어요.  

Inspiration
가온 ―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나서 영감을 얻었죠. 우주를 표현하는 곡을 쓰고 싶었어요. 어느 날 광민이가 곡에 쓸 드럼 리프를 가져왔는데, 그 무렵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영화도 보게 됐어요. 영화 초반부에 유인원이 하늘로 집어 던진 뼈가 우주선까지 도약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런 것처럼 인류가 지금껏 걸어온 길을 노래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쓴 곡이 ‘3’과 ‘Spaceship Out Of Bones’이라는 노래예요. 이 두 곡을 뼈대로 해서 나머지 곡들도 만들어서 EP 앨범으로 우리만의 우주를 완성했죠.
 
정돈된 카오스(Chaos)
가온 ― 우리가 세 명인 게 되게 강점이에요. 각자 연주하는 악기가 굉장히 잘 들리거든요. 이렇게 선명하게 들리는 악기들이 얽히고설키면서 혼란스러움이 생기지만, 그 혼란이 다시 한 덩어리로 정돈되는 게 우리 음악이에요. 그래서 언뜻 들으면 되게 러프하게 치는 것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우리가 계획했던 정교하고 정돈된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광민 ― ‘3’을 들어보면 세 명의 연주가 충돌하면서도 정리된 느낌이 있어요. 도입부엔 베이스가 알 수 없는 모호한 음을 계속 연주하고, 후반부엔 기타가 메인인 것 같으면서도 어느새 드럼이 치고 올라와요. 이런 혼란과 혼돈 속에서도 정리되고 정돈된 느낌이 우리의 음악 스타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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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앨범 <Spaceship Out Of Bones> 커버

EP <Spaceship Out Of Bones>
광민 ― 앨범 재킷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오마주했죠. 아트 디렉터와 상의를 했는데, 거기서 교집합으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영화 속의 ‘모노리스’였어요. 그게 비석이잖아요. 그 비석을 유인원이 건드리고 난 후에 어떤 지식이 습득되고 인류의 역사가 도약한다는 메시지를 앨범 재킷으로도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어요.
 
팽창
가온 ― 올겨울 쯤 나올 정규 앨범은 EP보다 더욱 더 확장된 우주를 담을 예정이에요. 1번부터 14번까지 모두 우주와 관련된 스토리가 들어있어요. 곡 자체의 스펙트럼은 되게 다양하지만, 주제는 우주라는 지점으로 모아져요. 로바이페퍼스가 우주로 떠나서 여행일지를 하나하나 남기는 느낌처럼 트랙이 구성될 거예요. 불안하고 어두운 우주도 있고, 한없이 광활하고 확장되는 우주도 있어요. 이렇게 무궁무진한 우주의 세계를 정규 앨범에서 들어볼 수 있을 겁니다. 
진우 ― 정규에도 EP처럼 특정 작품에 대한 오마주가 담겨 있어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미지와의 조우>를 모티프로 해서 쓴 곡도 있고, <20세기 소년>에 영감을 받아 쓴 ‘21세기 소년’이라는 곡도 들어갈 예정이에요. 

Masterpiece
가온 ― 우리의 공연이 하나의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30분짜리 클럽 공연을 해도 그 시간만큼은 로바이페퍼스의 세계를 들고 나와서 보여주고 싶어요. 시작할 때부터 끝까지 하나의 뮤지컬 같은 느낌이 들게끔요. 우리가 아직 경험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다른 밴드들, 예를 들면 라디오헤드 풀 라이브 영상 같은 거 보면서 그 긴 공연을 이끌어가는 특유의 호흡을 배우려고 많이 노력해요.  

Enlightenment
진우 ― 모노리스 라는 비석 자체가 의미하는 게 크잖아요. 그런 것처럼 우리 음악을 접한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알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듣는 이로 하여금 세 번째 눈이 떠지게 하는 사람들이 되고 싶어요. ‘3안’이라고도 하고, ‘Enlightenment’라고도 하는, 그런 전혀 다른 새로운 걸 보여주는 사람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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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sion Of Science & Art
Kim, Yoonchul
출렁이는 유체, 쏟아지는 입체, 경계가 사라지는 미세관의 흐름 등 메타물질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마치 우주공간 속을 배회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시간의 흐름과 연계되어 리듬감 있는 음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9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세른)가 수여하는 2016 콜라이드 상을 받은 김윤철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다.

경험
원래 전자음악을 전공했어요. 음악을 하면서 단편영화, 애니메이션, 무용 및 연극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 분야의 제작단계에 참여하고 있더라구요. 그런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새로운 영역에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어요. 결정적으로 독일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면서 시공간을 베이스로 하는 다양한 매체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 물질에 대한 근원적인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시기였어요. 쉽게 말해 작품을 이루는 ‘본질적인 재료’에 대한 관심이죠.    

My Own Thing
독일에서 18년 이상을 살았어요. 엄청난 문화의 벽을 경험했는데요. 작곡을 공부하다보니 종소리를 듣더라도 좀 예민하게 반응해요. 성탄절에 울리는 종소리나 길 가다 들리는 교회 종소리가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다양한 종소리가 있더라구요. 다른 문화권에서 느낀 상이한 인식의 차이가 저를 흔들었죠. 예를 들어, ‘물’은 많은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나만의 물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면 물이 가진 여러 문화적인 코드로부터 자유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만의 역사를 갖고, 나만의 루트를 갖고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던 갈망이 계기가 되어서 지금의 작업까지 온 것 같아요.   

Mattering
매터링(Mattering)은 재료, 사건을 의미해요. 제 작업에 있어서 매터링은 매우 중요해요. 음식을 만들 때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잖아요. 셰프들은 갖가지 음식 재료들이 최종적으로 완성된 음식에서 어떤 맛을 낼 것인지 생각한다면, 저는 어떤 재료를 써서 완성된 작품에서 생생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고민해요. 재료를 직접 만들다보니 다른 작가들보다 작업 프로세스가 길 수 밖에 없죠. 그리고 만들어진 재료들의 움직임은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요. 멈춰진 세계가 아닌 흐르고, 출렁이며, 움직이는 그런 실제 사건이 일어나는 현상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독학
과학 분야를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업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Whiteout(2014)’의 재료는 하이드로젤(수용성젤)이에요. 여성들 화장품에 많이 사용되는 물질이죠. 이 재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만드는 방법부터 공부했어요. 그 다음에 하이드로젤에 하얀색 염료가 천천히 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죠. 이 부분이 매터링이에요. 고분자와 관련된 하이드로젤 역사부터 분자구조, 일반 대학 수준에서 제조할 수 있는 방법 등 작업 초기에는 혼자서 공부했어요. 지금은 주변에 과학분야에 종사하는 지인들이 많다보니 방법적인 측면에서 여러 도움을 얻고 있죠. 처음보다는 전문 지식에 접근하는 시간이 빨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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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tigo, Flare Solution, Motor, Micro-controller, Double Jacket Reactor, 250(h)×60(d)cm, 2014

덧없음
저는 이 세계가 고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자연은 끊임없이 변하고 흘러 다닌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멈춰있고 고정된 자연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계절의 경계가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개념적으로 사계절로 정의하고 안정적인 세계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작은 물방울만 보더라도 계속해서 출렁거리고 변하죠. 

그래서 고정되지 않은 세계를 저의 작업의 큰 중심으로 잡고, 전시 제목도 <몽환포영로전>으로 꿈, 환상, 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라는 무상의 대표적인 물질 이미지들로 표현했어요. ‘Vertigo(2014)’가 대표적인 덧없음이에요. 좌, 우, 상, 하로 두 개의 유리병이 끊임없이 돌죠. 경계의 구분이 없어요. 이 작품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스스로 시간의 흐름에 빠지게 돼요. 비행사들이 비행하다보면 위쪽과 아래쪽의 경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현기증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와 비슷한 맥락이죠. 

Knock Sense Up
저는 일상의 사소한 부분에서 영감을 받고자 하는 습관이 있어요. 공원에 앉아 있더라도 낡은 의자에서 느껴지는 질감들을 예민하게 받아들여요. 다른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들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본질적으로 탐구하려는 성향이 있다 보니 지금의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고,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 깨어있지 않으면 예술가로서 삶을 살아가기에는 힘들어요. 

앞으로의 계획
이번 ‘콜라이드 상’을 계기로 9월부터 2달간 세른 현지 연구소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됐어요. 이미 제가 만든 재료들을 과학자들한테 보여주었는데, 관심이 많더라구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재료, 질료, 물질의 역동성을 주제로 과학자들과 서로 영감을 주고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할 예정이에요.





[#73 September, 2016 스페셜 이슈] The Universe part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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