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 Mo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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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 매거진>은 2016년 8월 호 스페셜 이슈 주제를 ‘몸’으로 정하고, 지금까지 외형적인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던 우리의 몸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몸은 언어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때론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면 몸을 쓰기도 한다. 몸을 퍼커션처럼 연주하는 바디퍼커셔니스트 산, 춤을 추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팝핀 댄서 주민정, 펜을 가지고 사람의 몸을 그리면서 소셜 네트워크를 표현하는 펜화작가 이동엽의 이야기와 함께 몸과 관련된 앨범/북 아트워크를 만나보자.

Body Percussionist
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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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퍼커션(Rapercussion)의 멤버인 산 디렉터는 몸을 퍼커션처럼 활용하는 바디퍼커션의 흥미를 느낀 후 해외 여러 지역에 가서 현지의 바디퍼커션을 직접 배우고 돌아왔다. 현재는 바디퍼커션 팀인 바디뮤직코리아를 만들어 바디퍼커션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Worldwide
퍼커션적인 요소와 음악적인 요소를 몸에 대입하는 거예요. 바디 뮤직이라고도 하죠. 우리 몸을 퍼커션처럼 연주하고, 우리 몸을 음악처럼 연주하는 게 바디퍼커션이에요. 바디퍼커션은 전 세계에 유래를 가지고 있어요. 우선 아프리카에선 검부츠(Gum Boots)라고 해서 장화를 두드려 소리 내는 바디퍼커션이 발전했어요.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선 우리나라의 “푸른 하늘 은하수”처럼 손뼉 치고 소리 내면서 하는 바디퍼커션이 있구요. 브라질에선 리듬이 강조되고 화려한 삼바 스타일의 바디퍼커션이 있어요. 또 유럽에선 펑키적인 느낌으로 발전했구요. 그리고 미국은 전 세계의 바디퍼커션을 표준화시켜서 스텝핑(Stepping)이란 스타일을 만들었죠.

몰입
우리나라에서 바디퍼커션을 시작한 팀이 있어요. ‘몸 벌레’라고 해서 연극적인 요소를 도입한 팀이었어요. 전 그 팀에 3년 정도 있었는데요. 거기서 하다 보니까, 어느 시점부턴 본질적인 걸 배우고 싶단 갈증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브라질에 가서 바디퍼커션을 배워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원래 전 브라질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브라질이 익숙하기도 했구요. 브라질엔 삼바 스타일의 바디퍼커션으로 유명한 바르바투키즈(Barbatuques)란 팀이 있는데요. 그 팀의 헤드라이너 뮤지션한테 배우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곧바로 브라질로 갔어요.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뮤지션을 찾아가 브라질 스타일의 바디퍼커션을 배웠죠. 그리고 영국도 갔어요. 영국에선 스톰프(Stomp)란 팀한테 배웠어요. 그런 식으로 브라질, 영국, 덴마크, 스웨덴 뮤지션들한테 그 나라 스타일의 바디퍼커션을 배웠어요.

History
바디퍼커션은 나라마다 스타일이 완전 달라요. 그 나라의 역사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거든요. 예를 들어, 아프리카는 흑인들이 장화를 신고 노동을 하는데요. 노동이 다 끝난 다음에 즐거워서 몸을 치고 다리를 치고 하면서 춤을 추다가 장화를 이용한 바디퍼커션이 발전하게 됐어요. 그게 검부츠예요. 그리고 브라질은 삼바의 나라니까 바디퍼커션도 굉장히 정교한 리듬으로 발전했어요. 16비트로 쪼개서 바디퍼커션을 할 정도로 리듬이 되게 현란하죠. 

무체계
바디퍼커션은 기본을 익힌 후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그 이상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면서 발전시켜야 해요. 영국의 스톰프 팀이나 브라질의 바르바투키즈 팀의 뮤지션들이 하는 걸 보면 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죠. 그래서 저도 제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만들고, 그걸 누군가에게 알려줬단 생각이 들어서 수업을 하고 워크숍을 진행하게 됐어요. 

바디뮤직코리아
3년 전 바디퍼커션을 제대로 시작하고, 이걸 전파하고 싶어서 바디뮤직코리아를 만들었어요. 국내에선 우리가 유일한 바디커퍼션 팀이에요. 현재는 워크숍 위주로 활동해요. 전에 500명의 학생들을 한꺼번에 가르친 적이 있는데요. 이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더니, 다른 나라의 바디퍼커셔니스트들이 엄청나게 좋은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2시간 만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대요.

강점
누구든 할 수 있어요. 제작비도 안 들고요. 그리고 춤하고 붙이기도 쉽고, 노래하고 붙이기도 쉬워요. 교육하기도 쉽구요. 피아노든 드럼이든 음악을 배우려면 일단 악기가 필요하잖아요. 근데 바디뮤직은 필요한 게 따로 없어요. 이미 자기 자신이 준비돼 있기 때문이죠. 음악과 내가 완전히 만날 수 있다는 게 바디퍼커션의 매력인 것 같아요.

정체성
바디퍼커션도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에 속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게 되게 재미없는 장르가 되어 버렸어요. 난타 팀은 정말로 멋있지만, 그 아류 팀들이 타악기를 되게 재미없게 만들어 버렸거든요. 본질을 다루지 않고 피상적인 것만 하려는 사람들이 겨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전 그런 건 지양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바디퍼커션에 대해 정말로 진정성을 갖고 해보려는 분들한텐 꼭 가르쳐 드리고 싶어요. 실제로 수업 나가서도 전부 다 가르쳐 드려요. 그게 진짜 멋있는 거거든요.  

앞으로의 계획
바디뮤직코리아를 좀 더 충실하게, 단단하게 꾸리고 싶어요. 지금은 바디커퍼션을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바디퍼커션에 관한 책도 쓰고 있구요. 그리고 10월에 바디뮤직 페스티벌이 열리는데요. 1회 때부터 지켜보고는 있었는데 너무 바빠서 직접 가보진 못했어요. 올해는 프랑스에서 하는데, 기회가 되면 꼭 참가하고 싶어요. 우리가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면 <파운드 매거진>에서도 관심을 가져 주세요! (웃음)


Dancer, Popper, Artist
JOO, MIN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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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팝핀 춤을 춘 주민정의 나이는 스물셋이다. 열 살 무렵 팝핀의 매력에 빠진 후 지금까지 오직 한 길을 걸어온 댄서다. <코리아 갓 탤런트 1> 우승, 일본의 <도쿄 걸스 컬렉션> 초청을 비롯한 여러 환희의 순간은 오직 춤만을 생각하는 주민정의 집념과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다.

출발 
동방신기 유노윤호 팬이었어요. 어느 날 <엑스맨>이란 프로그램에서 유노윤호랑 장우혁이 나와 댄스 신고식을 하는 걸 보는데 그 춤이 너무 멋있더라구요. 바로 춤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그땐 가수를 해야 춤을 출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댄서라는 직업이 있는 건 가수 준비를 하게 되면서 알았죠. 그래서 댄서가 되자고 결심했어요.

기본과 깊이
한번 좋아하면 계속 그것만 보고 다른 건 못 보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팝핀을 쭉 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서야 힙합이나 탄츠플레이 같은 걸 해봤는데, 그래도 역시 제일 좋은 건 팝핀이더라구요. 팝핀은 사실 동작은 단순하지만, 베이직한 걸 제대로 연마하지 않으면 실력이 바로 드러나는 춤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연습해야 해요. 처음엔 잘 안 되니까 힘들기도 했는데, 그래도 팝핀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포기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렇게 시작한 게 벌써 10년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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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아닌 시련
춤추면서 다친 적은 없어요. 몸을 되게 사리는 편이거든요. (웃음) 조금만 아파도 바로 병원 가고 그래요. 그게 더 오래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긴장감이 압박으로 다가오는 순간은 있죠. 대회나 오디션 같은 걸 앞두고 있을 땐 그 부담감이 몸으로 올 때도 있더라구요. 그래도 춤 자체에서 느끼는 힘든 점은 아직 없었어요. 

스타일
팝핀의 특성상 처음엔 특정한 동작을 익혀야 해요. 그러다보면 점점 자신의 스타일이 생기죠. 자라온 환경이나 취향이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요. 저는 초반엔 남성적이거나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이제는 보고 느끼는 것들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여성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스타일을 추구해요. 남성적인 팝핀에 여성성을 드러낸 게 제 스타일이요.

한국인
얼마 전엔 보이런던이란 브랜드와 함께 콜라보해서 일본의 <도쿄 걸스 컬렉션> 무대에 섰던 적 있어요. 전 그게 그렇게 큰 무대인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까 톱스타들도 서고 싶어 하는 무대더라구요. 거기 오신 분들은 제가 누군지 전혀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춤을 보고 되게 좋아해 주셨어요. 언어는 안 통하지만 춤으로 소통할 수 있어서 희열감이 컸어요. 한국인데도 많이 환호해 주셔서 자랑스러운 마음도 들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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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감
무대에서 제일 큰 것 같아요. 춤은 혼자 춰서 재밌는 게 아니니까요. 사람이 있고,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앞에서 추는 춤이 재밌는 거고 쾌감이 있어요. 춤을 췄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무의미해질 수밖에요. 결국, 모든 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저한텐 제일 중요한 문제예요.

Day By Day
지금은 음악 고르고 워밍업 하는 시간까지 더해서 한 서너 시간 정도 추는 것 같아요. 예전엔 일고여덟 시간씩 추기도 했죠. 요즘은 국내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춤을 춰요. 힙합도 좋아하죠. 제가 넉살 씨와 콜라보레이션한 적이 있는데 그분의 음악도 너무 좋아해서 즐겨 들어요. 그리고 가사가 없는 음악에 맞춰서 춤추는 것도 선호해요. 비트와 멜로디만 있는 음악에다 새로운 색을 입혀볼 수 있기 때문이죠.

오해
굳이 팝핀만이 아니라, 모든 건 제대로 알기 전엔 오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바로 잡아드리고 싶은 건 있어요. 팝핀을 한다고 하면 “관절이 아플 것 같다”, “그건 각기 아니냐”고 하면서 시작하기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팝핀은 남성적인 춤이란 인식이 많다 보니까 부모님들이 여자아이들한테는 안 시키는 경향도 있구요. 저희 엄마도 처음엔 반대하셨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춤을 제대로 배우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살리는 거잖아요. 팝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롤 모델
김연아 선수 좋아해요. 자기만의 아이덴티티가 명확하잖아요. 김연아 선수는 가진 기술도 물론 훌륭하지만, 자기만의 연기력과 뚜렷한 색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사람이라 무척 외롭기도 할 텐데, 그런 어려움을 꿋꿋이 견뎌내고 자기만의 길을 걷는 게 멋있고 대단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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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
제가 얼마 전에 고향인 광주에서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을 한 적 있는데요. 어린 친구들을 만나러 가기 전에 조언을 구하고 싶어 아는 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춤을 좋아하면 기술이 늘어날 수 있지만, 사람을 좋아하면 모든 춤을 출 수 있다.” 기술을 연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통도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춤은 결국 사람들과 소통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전 제가 좋아하는 춤,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춤을 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확장
지난달엔 사운드박스란 밴드와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했어요. 서로 하는 분야가 다르니까 신기하고 재미있더라구요. 그렇게 앞으로도 새로운 걸 많이 시도해보고 싶어요. 춤에서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도 좋지만, 새로운 자극과 감성도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엔 댄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죠. 그렇게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어요.




[#72 August, 2016 스페셜 이슈] Body Movin part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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