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ateboard, Ride it or Play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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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데크 위에 발을 올린 이유는 다양했다. 자유로워서, 쿨 해서, 멋있어 보여서.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스케이트보드를 사랑하는 이유는 모두 같았다. 그저 좋아하기 때문에. 

스케이트보드와 관련 된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이는 ‘데일리 그라인드(Daily Grind)’, 스케이터보드 문화를 기록하는 포토그래퍼 ‘펩 킴(Pep Kim)’, 버려진 데크를 활용하는 설치 예술가 ‘양의진’,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적극 지원하는 ‘반스(Vans)’, 목재로 롱 보드를 제작하는 ‘투비크래프트(2B Craft)’, 보드 전문 샵 ‘팀버샵’까지. 이 모든 움직임의 원동력은 좋아하는 것을 향한 가장 순수하고 진실 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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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at Skateboard
DAILY GRIND

이원석과 조광훈은 오랜 친구 사이다. 두 친구는 지난해 같은 이유로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그들은 스케이트보드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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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디지털단지에서 열린 먼슬리 그라인드 ⓒ박효신

스케이트보드 웹매거진
광훈 ― 데일리 그라인드의 시작은 블로그였어요. 2008년에 시작된 블로그가 커뮤니티로 확장됐고 웹매거진의 형태를 갖추게 됐죠. 작년부터는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어요.
원석 ― 데일리 그라인드는 스케이트보드와 스케이트보드 문화 전반을 다루는 웹매거진이에요. 부가적으로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이벤트, 한국의 스케이트보더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국내 스케이트보드 매체들을 보면 단순히 타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근데 저희는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다루고 싶었어요. 그런 취지로 블로그에서 매거진으로 발전을 시켰던 거고, 회사 일을 병행하면서 매거진을 꾸려왔는데 더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계속 쌓이더라구요. 결국 회사를 관둔 다음 사무실도 얻고 사업자도 내고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죠. 

뿌듯한 기억
원석 ― 지금 자체로 좋은 거 같아요. 안정적이진 않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로 삶을 영위하는 걸 꿈꿔왔거든요. 사람들이 제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거라고 하잖아요. 좋을 수밖에 없죠. 만약에 계속 회사를 다녔으면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목말라하면서 후회만 하고 있었을 거 같아요. 좋아하는 일에 원 없이 매달릴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광훈 ―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기 위해 해외 사이트가 아니라 저희를 먼저 찾을 때, 저희가 진행한 행사에 대해 질문할 때, 나름 자리가 잡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좀 뿌듯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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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브레스(Brown Breath)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 B: 데일리 그라인드 데크 시리즈

스케이트보드여야만 하는 이유
광훈 ― 멋있어 보이고 재밌어 보여서 시작했는데 실제로 타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앞으로만 가던 게 점프도 하게 되고, 돌리는 기술도 하게 되니까 계속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공부도 안 하고, 일도 안 하고 계속 보드만 탔던 거 같아요. 그러다 선수생활을 하게 됐고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일도 하게 됐죠. 다른 일을 하면서는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열망이 채워지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이 일을 시작한 거죠. 스케이트보드를 탄지 20년짼데 아직까지도 다른 건 눈에 안 들어와요. 제대로 꽂힌 거죠. 

원석 ― 스케이트보드의 가장 큰 매력은 문화적인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은 데크에 담긴 그림을 항상 보고, 그 그림을 보면서 데크를 사요. 그림을 사는 행위인 거죠. 스케이트보드 영상을 접하면서 비디오아트와 음악을 알게 되기도 하구요. 저 역시 그렇게 음악과 미술을 배웠어요. 스케이트보드라는 게 단순히 타는 행위가 아니라 음악, 미술, 다양한 예술을 포괄하는 큰 그릇인 거예요. 이러한 굉장한 매력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고, 매거진을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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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브레스(Brown Breath)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 B: 데일리 그라인드 데크 시리즈

우리에게 남긴 것
원석  ― 스케이트보드는 넘어지면서 배우잖아요. 넘어지는 요령을 알게 되고, 안 아프게 넘어지는 법, 넘어졌을 때 덜 쪽팔리게 일어서는 법을 배우죠. 그러면서 넘어지는 행위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없어지는 거 같아요. 스케이트보드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에서도 넘어지거나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는 거죠. 스케이트보더 출신의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 역시 넘어지는 것에 부담을 갖지 않고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두려움 없이 이 길을 택할 수 있었어요.
광훈  ―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도 있다는 걸 배웠어요.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보면 외국 친구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그 친구들은 큰 회사에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살아가요.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게 삶의 목표인 나라에서 굳이 그렇게 살지 않고도 내가 원하는 삶,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는 걸 터득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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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스에서 제작, 선물해준 데일리 그라인드 스케잇 - 하이 슈즈

앞으로
광훈  ―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스케이트보드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 좋을 거 같아요. 
원석  ―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쉽게 스케이트보드를 접할 수 있도록 저희가 양질의 컨텐츠와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야겠죠. (웃음) 앞으로도 지금처럼 가교 역할을 하면서 스케이트보드를 통해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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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grin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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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PEP KIM
펩 킴은 스케이트보드에 관한 다양한 기록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포토그래퍼다. 그 동안 그가 만들어 온 작은 조각들은 어느새 시대의 아카이브로 완성되고 있었다. 펩 킴의 사진 안에 존재하는 건 단순히 스케이터들의 화려한 움직임이 아닌, 
이 신이 걸어 온 커다란 흐름이었다.

타는 것에서 찍는 것으로
대학생이 되고 나서 GTM이라는 스케이트보드 팀을 알게 됐어요. 거기에 스케이트보드 영상을 찍는 형이 있었는데 이쪽 분야에선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는 분이었거든요. ‘우리나라에서 보드를 제일 잘 타는 사람들과 비디오를 찍는 사람이 있으니 나는 사진을 찍으면 되겠네’라는 생각을 했어요. (웃음) 그렇게 GTM이 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좀 더 활동적으로 사진을 찍게 됐고 나중에는 제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걸 좋아하는 건지, 정말 사진 찍는 걸 좋아했던 건지 헷갈리기도 했어요. 

완벽한 타이밍
사진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은 없어요. 다만 제가 보드를 타는 사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으로 아는 경우도 있었고, 스케이트보드 사진이 실린 잡지들을 보며 방법적인 면을 습득하기도 했어요. 스케이트보드 사진이 다른 사진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패션 사진의 경우 ‘이 타이밍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5초 이상 지속되기도 하잖아요. 스케이트보드는 그 타이밍이 굉장히 짧은 순간이다 보니 보다 민첩하고 순발력 있게 담아내야 해요. 사실 찍다 보면 그런 타이밍을 알게 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데, 아무리 멋진 사진을 찍는다 해도 그 사진을 쓸 수 있고 없고의 문제는 스케이터의 기술 성공 여부에 달렸으니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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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는 순간들
얼마 전 칼하트에서 전시했던 사진전의 경우 애런 해링턴(Aaron Herrington)이 주인공인데, 그가 요즘 뉴욕에서 꽤 중요한 스케이터로 이름을 알리는 중이거든요. 애런과 2011년부터 같이 작업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 만들어진 그의 아카이브는 제가 제일 많이 가지고 있어요. 이게 특정 인물에게만 국한 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떤 것에 대한 아카이브를 가지고 있다는 건 이 신의 중요한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다는 의미잖아요. 저에겐 어떤 마스터피스 한 장을 남겨야겠다는 것 보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이 한 시대의 아카이브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거니까요. 

요즘 방식
옛날에는 스케이트보드 비디오가 다섯 개 정도 나왔다고 치면 지금은 하루에도 수백 개가 넘는 영상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고 있어요. 이전에는 버려졌을 법한 작은 기술들 조차 기록된다는 것, 그걸 보고 젊은 친구들이 더 빨리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은 스팟에 가야만 어떻게 탈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던 시절과는 많이 다르죠. 하지만 디지털로 보여지는 막연한 이미지를 접하다가도 직접 프린트 되어 나온 종이를 손에 들고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여전히 멋진 것 같아요.

아카이브의 중요성
해외 다큐들을 보면 한 사람에 대한 자료가 엄청나게 많다는 걸 느껴요. 그게 가능했던 건 인물이 유명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남기고 보관했기 때문이에요. 마치 엄마가 찍어주는 홈 비디오처럼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닌 자료들도 어떤 시기가 지나고 나면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거든요. 마찬가지로 이번 전시에서도 시작을 어린 시절 애런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사진으로 걸었어요. 이건 애런의 어머니께서 찍어주신 사진인데 이런 작은 부분이 현재와 연결되며 한 사람의 큰 아카이브가 완성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많이 찍고 기록한다는 것, 그게 정말 중요해요.




[#70 June, 2016 스페셜 이슈] Skateboard, Ride it or Play it part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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