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Alone
I'D RATHER BE ALONE
ONE IS BETTER THAN TWO

도비라.jpg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함께 있지 아니하고 그 사람 한 명만 있는 상태’. 국어사전에서 ‘혼자’를 찾아보면 나오는 설명이다. ‘독신’ ‘홀로’ ‘단독’ ‘스스로’ 등의 표현들과 묶일 수 있는 말이다. 혼자의 반대는 아마도, ‘여럿’일 것이다. 혼자가 모이면 여럿이 되고, 여럿이 흩어지면 또다시 혼자가 된다. <파운드 매거진>은 2016년 5월 호 스페셜 이슈를 통해 여럿 대신 혼자에 무게감을 가득 실었다. 

‘Alone’이라는 키워드를 가운데 두고 사람, 물건, 그리고 장소로 혼자에 관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냈다. 영화와 음악, 글과 그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 이랑, 혼자 사는 여자의 삶을 정감 있고도 재미있는 시선으로 그려낸 일러스트레이터 백두리, 독신의 방에 가득 채우고 싶은 물건, 그리고 혼자일 때 더욱 찾게 되는 장소에 관한 이야기가 차례로 펼쳐진다.

이랑 (1).jpg

Lee, Lang
할 수 있는 자가 다해라
영화와 웹 드라마를 연출한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른다. 때론 춤도 춘다. 모두 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랑은 감독이고, 작가이고, 뮤지션이고, 또 다른 그 무엇이다. 

내가 30代가 됐다 (3).jpg
저서 <내가 30代가 됐다> 

1+1+1+1+1=1
혼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걸 두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한 가지에 집중을 못 한다는 거죠. 그런데 저는 이게 여러 가지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제가 하는 건 전부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거든요. 표현하는 방식이 그림일 수도 있고, 영화일 수도 있고, 음악일 수도 있는 것뿐이에요. 사실 만화도 되게 허접하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잘 그린 작품도 있으면, 이렇게 투박한 그림도 있는 거죠. 

이름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면 너무 길어서 그냥 ‘작가’라고 소개해요. 처음에는 제가 제 입으로 “저 감독인데요”라고 하는 게 너무 소름 돋았어요. 그런데 이게 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편의상 쓴다는 걸 깨닫게 된 후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신경 안 써요. 어디서는 ‘감독님’, 또 어디서는 ‘아티스트’, 또 문학 쪽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부르시더라구요. 요즘은 <게임회사 여직원들>이라는 작품을 연출하고 있는데요. 거기서는 저를 ‘독립영화계의 구혜선인 이랑 감독’이라고 소개하더라구요. (웃음)

이랑 영화 연출작_변해야한다 (2).jpg
영화 연출작 <변해야한다>

사람과 죽음
나이 먹는 게 문득 두려울 때가 많아요. 저는 일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일은 하면 할수록 능숙해지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던 20대 때 했던 것과 30대가 된 지금 하는 일이 또 달라요. 그런데 시간을 쓰면서 일을 잘하게 되면 될수록, 그만큼 나이를 먹고 늙어가잖아요. 그게 두려워요. 그게 계속되다가 일을 제일 잘하는 순간에 죽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사람은 왜 태어났고, 왜 살지? 일하려고 태어난 건가? 일만 하다가 죽으면 사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지?’라는 의문이 계속 생겨요. 이런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제가 하는 일의 주제가 된 거예요. 곧 나올 2집 앨범에도 ‘사람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저를 미워하는 것 같아서 이 곡을 썼어요. (웃음) 고백에 실패했을 때의 마음도 있고, 사회생활하면서 느끼는 감정도 있고 그래요. 말하듯이 내뱉는 가사를 만든 후에, 녹음은 즉흥 판소리 같은 느낌으로 했어요. 앨범 작업할 때 세션으로 참여한 첼리스트에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의 데모 버전을 들려드렸더니, 한 번 들으시곤 그 자리에서 노래에 맞춰 연주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그대로 녹음하고, 뮤직비디오도 찍었어요. 뮤직비디오를 보면 첼리스트와 제가 마주 본 상태로 가만히 있다가 조금씩 움직이잖아요? 그걸 처음 본 사람들은 아마 깜짝 놀랄 거예요. 정지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눈도 깜빡거리고 움직이니까. (웃음)

등가교환
다른 사람들도 다 자기 일을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해야 하는 일을 계속하는 거라 힘들다는 생각은 특히 안 해요.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내 이야기로 먹고 살아야 해서 생기는 리스크가 있어요. 이랑이라는 사람은 세상 사람들한테 너무 많이 까발려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게 직업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어요. 그런 리스크는 감수해야죠. 직업이니까요. 

udory-still-01.jpg
영화 연출작 <유도리>

웹 드라마
지금 찍고 있는 <게임회사 여직원들>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웹 드라마예요. 그래서 제 얘기라고 할 수는 없어요. 요즘은 원작이 있는 웹 드라마를 많이 해요. 웹 드라마 자체의 리스크에다 창작이라는 부담도 있기 때문에 다들 원작이 있는 걸 가지고 와서 리스크를 줄이려고 하죠. 그런데 저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원작에서 따와서 웹 드라마를 찍지만, 할 수 있는 한 제 방식대로 하려고 해요. 그래서 <게임회사 여직원들>도 웹툰의 캐릭터만 가져오고 이야기는 새롭게 만들려고 해요.

이랑 앨범_1집 욘욘슨.jpg
정규 1집 <욘욘슨>

한 가지만 ‘안’해
2집 앨범은 아마 5월에 발매될 것 같아요. 앨범 재킷 디자인 작업만 남겨둔 상태거든요. <네 컷 만화> 2권도 나오고요. 에세이를 써서 넘긴 것도 있는데 그것도 곧 나올 거예요. 사실 처음에 에세이는 안 한다고 했어요. 인생 얼마 살았다고 자서전을 내요. 그리고 사람들이 지금도 저를 미워하는데, 더 미워할 거 아니에요. (웃음) 뭐 잘났다고 에세이까지 쓰냐고. 그런데 출판사에서는 늦어져도 괜찮으니 꼭 쓰라고 했어요. 그래서 2집이 나오면 그때 쓰겠다고 했는데, 두 가지가 같이 나오네요. 그리고 지금 찍고 있는 <게임회사 여직원들>은 한 6월쯤 나올 거예요. 사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건 오프 더 레코드예요. 정말로 꼭 할 거예요. 비밀은 지켜주세요. (웃음)

백두리 (1).jpg

Baek, Duri
혼자의 상념
일러스트레이터 백두리는 그림과 글을 통해 끊임없이 ‘혼자’를 이야기한다. 혼자 사는 여자가 겪는 일상의 파편과 감정은 아티스트의 손을 거쳐 진득한 공감을 자아내는 작품으로 탄생한다.

강산이 절반 변하는 시간
지방에 사는 고등학생이 겪는 걸 그대로 겪었어요. 고향이 익산이거든요. 대학교를 서울로 왔으니까, 부모님과 헤어지고 독립하게 됐죠. 서울 올라와서는 언니랑 쭉 같이 살다가, 5년 전부터는 혼자 살아요.

혼자 사는 여자 (1).jpg
저서 <혼자 사는 여자>

혼자 사는 여자
예전부터 블로그에다 나이 먹으면서 느끼는 것, 일상에 관한 그림과 글을 조금씩 올렸어요. 그림일기처럼 이요. 그걸 본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자는 제안을 해서 <혼자 사는 여자>를 내게 됐어요. 혼자 살다 보니 독신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담기게 된 거죠. 혼자 사는 사람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들, 서른 살 즈음의 여자들이 느끼는 희로애락을 담으려고 했어요. 

혼자 사는 여자 (3).jpg
혼자 사는 여자 (5).jpg
저서 <혼자 사는 여자>

나는 안녕한가요?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하다 보니까 글과 그림이 담긴 나만의 그림책을 계속 내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래서 <나는 안녕한가요?>도 내게 됐어요. 평소에 치유나 위로의 감정을 담은 아크릴 작업을 많이 하는데요.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을 많이 담았어요. 요즘 다들 너무 지쳐 있잖아요. 힐링이라는 단어도 지긋지긋하다고 할 정도로요. 그래서 한두 살 많은 언니가 토닥여주는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어요. <혼자 사는 여자>는 유머가 느껴지는 내용이 많은데, <나는 안녕한가요?>는 좀 진지하고 성찰적인 면이 많아서 그런지 두 책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사소함의 예술
이렇게 누군가와 마주 보고 이야기하다가도 어느 순간 찾아오는 느낌이 있어요. 탁 꽂히는 지점이랄까요? 요즘처럼 벚꽃이 피는 계절엔 산책하러 나갔다가 본 벚꽃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누워있다가도 문득 소재가 떠올라서 작업으로 옮기기도 해요. 정말로 별것 아닌 사소한 일상이 그림의 주제가 돼요. 그게 진짜 저의 이야기인 것 같구요.

통제하는 매일
프리랜서 초반에는 시간 관리가 잘 안 됐어요. 늦잠 잘 때도 있고, 밤새워서 일하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게 쌓이니까 삶이 너무 피폐해지더라구요. 건강이 많이 나빠졌을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해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의 일러스트레이터들도 거의 다 규칙적으로 살아요. 저는 집이 직장이기도 하니까, 일과 휴식을 명확하게 나눠서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해요.

극과 극의 마음
솔직히 되게 외롭고 힘들 때도 많아요. 내향적인 편이라 혼자 있는 게 좋기는 한데, 이러다가 문득 죽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편하고 자유롭지만, 외롭고 고독한 마음이 들기도 하죠. 기쁜 마음이 크면, 그만큼 슬픈 마음도 큰 것 같아요.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이런 감정은 아무것도 아닌 거란 생각도 들더라구요.

나는 안녕한가요 (3).jpg
저서 <나는 안녕한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도 여러 번 얘길 했지만, 혼자 사는 걸 정말 추천해요. 우리나라는 부모님과 같이 살다가 결혼하고 나면 독립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그만큼 늦춰지는 거죠. 혼자 결정해야 하고, 혼자 책임져야 하는 일을 많이 겪다 보면, 더 크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도 그걸 이겨낼 근육이 생겨요. 사실 몇 년 동안 혼자서 살다 보니까 이젠 누구랑 같이 살라고 하면 못 살 것 같아요. (웃음) 부모님이 잠깐 집에 와 계실 때도 누군가와 한 공간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작업이 잘 안 될 때도 있어요.

결혼
독신주의자는 아니에요. 서른다섯 정도가 되면 결혼을 하고 싶어요. 아기를 좋아하거든요. 아이를 50대가 되어도 낳을 수 있다면 최대한 늦게 하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30대 중반에 결혼해서 후반엔 아이를 낳아야겠죠. 사실 아직 결혼할 사람도 없는데…. (웃음)

세 번째 책
어른에 관한 내용으로 새로운 책을 기획하고 있어요. 이래라저래라 하는 꼰대스러운 이야기는 아니고, 힐링하자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에요. 어렸을 때는 H.O.T.를 ‘핫’으로 읽는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EXID를 ‘엑시드’라고 읽고 있더라고요. (웃음) 그렇게 ‘나도 어른이 되어 버렸네’ 하는 느낌을 주는 이야기를 담을 것 같아요.




[#69 May, 2016 스페셜 이슈] Being Alone Part2에서 이어집니다.
http://foundmag.co.kr/1084593
publish.json?nurl=http%3A%2F%2Ffoundmag.co.kr%2F1084552&xml_url=http%3A%2F%2Ffoundmag.co.kr%2Fdaum_xml%2F1084552.xml&channel=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