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nner of Creative Spirits
Soon, E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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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루이지는 마리오이고 싶다

지난 호에 실린 세 작품-‘자유’, ‘Sugar Candy Mountaion’ 시리즈를 소개해 주세요. 
우선 제 작업의 골자는 삶의 마주하기 불편한 부분들을 잡아내고 그것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거예요.  ‘Sugar Candy Mountain’ 시리즈는 현실 세계의 부조리들을 하나의 마을에 빗대어서 그 풍경을 그린 작업이고 ‘자유’ 같은 경우는 조금 더 작은 단위의 그림인데, 권력구조 앞에서 쉽게 무시되곤 하는 자유의 모습을 그렸어요. 

풍자적인 작품들이에요. 정치, 사회적으로 시니컬한 시각을 가지고 계신건가요? 
제 생각에 세상엔 잘 돌아가는 일보단 엉망으로 돌아가는 일이 더 많아요. 멀쩡해 보이는 것들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구요. 개개인은 물론이고 개개인이 모여 이루어지는 정치나 다른 사회현상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이런 작품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항상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에 흥미가 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긍정의 이야기는 뻔하고 재미없었구요. 그러다보니 머릿속에 가득한 음울하고 냉소적인 생각들에 더 매력을 느꼈고 자연스레 그런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됐어요.

작품에 표현된 대형 브랜드들은 어떤 기준으로 그림에 들어가게 되었나요? 
원래부터 워드플레이(Wordplay)를 통한 패러디를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간판을 그려야 되는 상황에서 안에 무엇을 넣을까 생각하다가 자연스럽게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들을 워드플레이 해보자는 생각이 떠올랐죠. 패러디 된 원본을 아무도 모르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 중에서 스펠링을 살짝만 바꿔도 비속어가 되는 브랜드를 골랐어요. ‘KFC’를 ‘F*CK’로 바꾸는 식이죠.

‘모든 루이지는 마리오이고 싶다’ 작품의 메시지 혹은 주제는 무엇인가요? 
게임 속에서 마리오는 늘 주인공이자 1Player에요. 뒤쫓는 루이지는 늘 2Player죠. 누구도 루이지를 플레이하지 않아요. 근데 현실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루이지거든요. 마리오는 현실에서도 똑같이 한명이지만 루이지는 수십만 명 이잖아요. 1등의 뒤를 쫓는 수십만의 2등들을 생각하면서 그리게 됐어요. 아무도 2등의 이름을 게임 제목으로 써주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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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은 이곳의 규범이다

‘무관심은 이곳의 규범이다’라는 작품에선 인물이 모두 복면을 쓰고 있어요. ‘이곳’은 어디인가요? 
제 작업들은 ‘Sugar Candy Mountaion’이라는 거대한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제목의 ‘이곳’ 역시 이 마을을 지칭해요. ‘무관심은 이곳의 규범이다’ 같은 경우는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향에 초점을 맞추고 그린 그림이에요. 타인의 곤란에 대해선 무서울 정도로 무관심한 사람들을 표현하고자 복면을 쓴 모습으로 그렸어요. 스케치 단계에선 모두 맨 얼굴이었는데 조금 더 극적인 장치가 뭐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중에 씌우게 된 경우에요.

작가님 스스로 ‘냉소적이고 음울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는데, 반대의 시선(밝고 긍정적인)을 가지고 작업한 작품들은 없나요? 
아직까지는 없어요.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작업은 전부 이래요. 제 머릿 속에 없는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는 큰 흥미가 없거든요. 물론 개인 작업 이외의 외주 작업 이라던가 단순 재미를 위해 그리는 그림들은 냉소적인 부분을 빼고 그리기도 하죠. 그럴 땐 좋아하는 브랜드의 룩북이나 즐겨듣는 뮤지션들을 주로 그려요.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다른 작가가 있다면? 
영향을 받은 작가라면 매우 많죠. 뱅크시(Banksy)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 처음으로 ‘나도 이런 거 하고 싶다’고 느꼈거든요. 표현력 뿐 아니라 기획력에서도 탁월한 작가라고 생각해요. 배우려고 많이 노력했죠. 이외에도 만화가 조안 코넬라(Joan Cornella)나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등 장르에 상관없이 많은 작가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편이에요.

영문 이름 표기가 특이해요. ‘Easy’ 라는 단어를 사용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작품들의 분위기와 ‘Easy’라는 단어의 어감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어요. 
작가명인 ‘Soon. Easy’도 제 본명(이지순)의 글자순서를 뒤바꾼 워드플레이로 만들었어요.  ‘Soon’과 ‘Easy’를 ‘머지않아’, ‘안락한’의 의미로 생각을 하고 지은 이름인데 곧 죽게 될 것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요. 아무도 모르겠지만요.

음악, 책, 영화 등 작가님이 좋아하는 다른 문화 작품들은 어떤 건가요? 
초등학생 때 처음 만든 이메일 주소가 CB Mass의 노래 제목일 만큼 힙합 음악을 좋아해요. 책은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가장 좋아하고 거의 전편을 다 봤을 정도로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요.

작가님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홈페이지 sooneasy.net와 인스타그램 @soon.easy에서 보실 수 있어요.

작가로서 올 하반기 계획이나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연말에 홍대 앞에서 첫 개인전을 열게 됐어요. 당분간은 전시준비에 전념할 계획이에요. 구체적인 사항은 SNS나 제 웹사이트를 통해서 확인 하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