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nner of Creative Spirits
Kang, Mi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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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a

노브레인의 ‘아직도 긴 터널’ 작품이 7월호에 실렸어요. 노브레인의 뮤직 비디오 작업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노브레인 드러머 황현성씨와 대학 선후배 사이에요. 학창시절부터 노브레인의 영상음악 작업도 병행했고, 그 덕분(?)에 현성 오빠는 학과의 다수 졸업작품의 음악을 만들어줬어요. 제 졸업작품도 작업해 줬구요. 졸업 후에도 제가 만든 단편작품들과 커미션 작업들의 대부분 음악을 현성 오빠와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지난 4월, 새 앨범 수록곡 ‘아직도 긴 터널’의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겠냐고 연락이 와서 바로 하겠다고 했구요. 

곡의 어떤 느낌을 그려내고 싶었는지 궁금해요. 
제가 느끼는 황현성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10년 넘게 친구로 지켜보면서 세상을 대하는 태도라던지 그만의 특이한 기질과 유쾌함,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그만의 깊이와 감등 등 제가 보고 느꼈던 황현성을 마치 스스로 자화상을 그린 것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부분은 기획 단계에서 요청 받기도 했구요. ‘아직도 긴 터널’은 어느 날 춘천으로 가는 길에 떠올린 곡이라고 했고, 그 느낌을 작품에 담으려고 했어요. 

영상미술학과를 졸업하신 걸로 알아요. 어떤 과정이었나요? 
이름 그대로 애니메이션의 기초부터 배우고 필드로 나갈 준비를 하거나 자신의 작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드로잉, 제작 과정, 프로그램 등 애니메이션 제작의 전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이었어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때는 언제이고, 어떤 그림들을 그리셨나요? 
그림은 아이 때부터 낙서로 시작했고, 그림이나 만들기 등에 즐거움을 느껴 자연스럽게 직업이 된 것 같아요. 평생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그림 그리는 건 언제나 어렵고 여전히 재밌는 것 같아요. 초상화나 풍경화도 매력적이지만 가장 재미있는 소재는 순간적으로 스치는 느낌들이나 꿈에서 보았던 이미지들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 ‘아직도 긴 터널’ 뮤직비디오처럼 제가 즐기는 추상 드로잉과 컨셉이 잘 맞아 작품으로 표현이 잘 되었을 경우에는 정말 기분이 좋아요. 

<Hello!(2006)>라는 작품이 외국 영화제에서도 초대받아 상영된 걸로 알아요. 이 작품이 특별히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Hello!>는 어떤 심리실험에 관한 글과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한 장의 그림이 여러 사람들의 연상작용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실험으로 나타낸 것이었는데 “이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어요. 종이, 연필, 카메라와 여러 명의 사람들이 필요해서 그래서 무작정 서울, 경기도 지역에 아이들이 모일 수 있는 기관이나 센터에 무작정 전화를 걸어 취지를 설명했고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러다 서울 신월동에 위치한 ‘SOS 어린이마을’이라는 곳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고 싶다고 했고, 이 프로젝트 후에도 계속해서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첫 만남에서 자세한 설명 없이 그림을 그리는 게임을 하자고 제안을 하고, 아이들에게 미술도구를 주고 카메라 작동법을 알려준 후 바로 시작을 했어요. 

저는 단지 게임 방식을 유지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었구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순조롭게 이미지 소스들이 만들어졌고, 저는 아이들의 그림(원화)을 바탕으로 움직임을 만들고 편집과 음악, 음향작업을 진행했어요.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저는 <Hello!>를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경쾌한 비디오 작업쯤으로 시도했던 것이라 음악과 음향 작업도 가벼운 마음으로 스스로 만들었는데 (정말 단순하게 ‘Hello’라는 제목을 가진 음악들을 다 모아서 음악을 영상처럼 편집했어요. 지금은 절대 시도하지도, 해서도 안 되는 위험한 방식이지요.) 예상 밖으로 반응이 좋았어요. 아마 영상을 보면서 갇혀있지 않은 자유로움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아요. <Hello!>는 저 스스로도 호기심에서 가볍게 시작해서 작업 자체를 즐겼던 작품이었고 딱 1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그때 작품을 대했던 제 감성이 그립기도 하고 그래서 조금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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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al Urban Nature

애니메이션 작업은 또 어떤 것들을 하셨는지 소개해 주세요. 
애니메이션 작업은 크게 단편 창작 작품과 커미션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진행했어요. 두 가지를 병행하는 분들을 보면 메인이 창작 작품들인 경우가 있는데 저의 경우에는 둘 다 너무도 소중한 작업들이에요. 왜냐하면 저에게 의뢰가 들어오는 커미션 작업들은 제가 자유롭게 기획하고 표현할 수 있었던 작가로서 최적의 커미션 작업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오히려 커미션 작업이 단편 창작보다 플랫폼이나 포맷의 다양성이라는 특성이 있어서 단편 작품들보다 자유롭게 즐기며 진행했던 작업들도 많은 것 같아요. 

2013년 MBC 대선 개표 방송이 그 예죠. 단편 작품들로는 위에서 언급한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Hello!>, 한 장의 종이가 접히고 펴지는 것에 따라 상황이 바뀌고 전개되는 오브제 페이퍼 애니메이션 <종이 한 장(2008)>, 제 고양이와 저와의 추억을 다룬 자전적 느낌의 드로잉 애니메이셔 <묘아(2010)>, 도시 속의 자연의 역설적인 모습을 16:9 영상 프레임과 말린 꽃, 이파리, 오브제 등의 대비를 통해 표현한 오브제 애니메이션 <Natural Urban Nature(2011)>,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순간’이라는 찰나를 애니메이션 기념품으로 남긴 드로잉+스톱모션 애니메이션 <Souvenir Animation(2012)>, 그리고 최근에 완성한 <Before & After(2016)>가 있어요. 이 작품은 제목에 나와있듯이 성형수술을 소재로 만들었고, 인간의 자기부정과 더 나아지고 싶은 욕망을 표현한 드로잉+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에요. 제 단편, 커미션 작업들은 여러 가지 기법들이 섞여있고 작업을 통해 매번 호기심을 실험하는 말 그대로 ‘실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어요. 

항상 작업을 하는 스타일인가요? 
네. 2006년 학교 졸업을 하며 데뷔를 했고 지금까지 9편의 단편 애니메이션과 15편의 커미션 작품을 만들었으니 거의 쉬지 않고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엔 어떻게 하세요? 
거의 모든 작업의 제작 기간이 여유롭지 않았어요. 그래서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조차도 작업에서 손을 놓을 수는 없었어요. 제작 단계에서 막히면 가장 하기 싫고 어려운 씬부터 진행하는 스타일이에요. 가장 겁나는 부분들을 남겨 놓으면 그 자체가 부담이 되고, 또 어려운 부분을 먼저 진행하게 되면 수월한 씬들은 스스로 즐기면서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남들과는 반대로 작업 순서를 정해요. 기획 단계에서 작품의 방향이나 윤곽의 흐름이 막히는 게 작업 중 가장 힘든데요. 그럴 땐 포맷을 바꿔서 변화를 주는 방법을 써요. 예를 들면 콘티 작업을 종이에 물감으로, 종이에 색연필로, 디지털 드로잉으로 또는 각 씬별로 카드로 만들어서 카드 놀이를 하듯 배열을 바꾸면서 구상을 해보는 등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여러 기법들을 써서 스스로 재미를 주며 무조건 작업을 추진하려고 해요.

문화적으로 어떤 걸 좋아하세요? 
책, 영화, 음악 다 좋아하는데 그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소설요. 제 머릿속에 그렸던 이미지들이 실시간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전개되는 과정이 재밌어요. 예를 들면 제가 생각한 소설 속 집의 지붕은 파란색인데 어느 문장에서 집의 빨간 지붕을 이야기 하면 지붕 색깔이 ‘짠’ 하고 바뀌는 그런 느낌이요. 좋아하는 작가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백년 동안의 고독>), 버지니아 울프(<댈러웨이 부인>), 오스카 와일드나 프란츠 카프카, 오에 겐자부로처럼 초현실주의 소설을 즐겨 읽어요. 음악은 프랑스 뮤지션 ‘얀티에르센’을 좋아해요. 유명한 영화 <아멜리에> OST를 작곡해서 대부분 달콤한 느낌의 음악으로 많이들 알고 있는데 사실 이 OST와는 굉장히 다른 다양한 실험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라 곡들을 들으며 영감을 많이 얻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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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al Urban Nature

최근 유럽에 다녀오셨는데, 여행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지난 2월 완성된 단편 애니메이션 <Before & After>가 프랑스 안시 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상영이 됐어요. 작품들이 특정 영화제에서 상영 되면 초청을 받아 영화제 참석도 하고 여행도 해요. 단편 애니메이션 작가들에겐 작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정당한 휴식과 여행을 할 수 있는 단비 같은 일이죠.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3분짜리 5편 시리즈의 웹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있어요. 지난 6월부터 내년 2월까지 제작하는 프로젝트에요. 온라인 플랫폼 상영을 목적으로 한 웹 애니메이션 (웹툰과 비슷한 맥락)이고 형식적으로 새로운 방식이라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스스로도 궁금해요. 제가 겪었던 임신과 출산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과 여성으로써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루려고 해요.

작가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 웹사이트나 Vimeo 개정이 가시면 커미션 영상들은 보실 수 있어요. 하지만 단편창작작품들은 배급문제로 최신작들은 온라인 공개는 아니에요. 단편 작품들은 영화제나 방송 등을 통해 상영될 때 보실 수 있습니다. 
minji-kang.com, vimeo.com/rivermin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