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nner of Creative Spirits
Kim, Do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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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 Gril who has beard

<The Boy Who Was Born on Friday the 13th>라는 제목의 작품을 보내주셨어요. 어떤 배경의 작품이고,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영국 유학 시절에 같은 반 친구들끼리 소소한 프로젝트를 종종 했습니다. <The Boy Who Was Born on Friday the 13th>도 그런 프로젝트 중 하나였어요. 3학년 어느 겨울, 다음 달에 13일의 금요일이 있다는 걸 알고 한 친구가 그것을 주제로 작업을 하자고 제안했어요. 무슨 작업을 할까 고민하다가 13일의 금요일이 서양에만 있는 미신이고 우리나라엔 없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특정 지역에만 있는 미신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신도 하나의 선입견이고 무지에서 비롯된 막연한 두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평소에 그런 두려움들이 만들어내는 미움과 차별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동양인 여자로 서양에서 6년 동안 지내다 보니 그런 차별을 몸소 겪었고 남들과는 다른 스타일, 몸에 있는 문신 때문인지 편견 어린 시선도 감수 해야 하는 날들이 많았거든요. 그저 365일 중 어느 하루일 뿐인데 불길한 날이라는 편견 때문에 13일의 금요일이 고통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난 아이의 이야기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불길한 날에 태어났다는 이유 때문에 편견으로 고통 받던 아이가 어떤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는 것을 계기로 치유 받고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통해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 불길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실재하지 않는 과대망상일 뿐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어요. 

주로 스토리텔링으로 진행되는 작품을 하는 편인가요? 
스토리텔링하는 것을 좋아해요. 로케이션 드로잉, 라이프 드로잉 같이 보고 그리는 작업, 또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 것 같아요. 시각적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작업은 즐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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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 Gril who has beard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The Girl Who Has a Beard>도 흥미로웠어요. 왜 수염이 난 여자아이가 주인공이 됐나요? 
<The Girl Who Has a Beard>도 <The Boy Who Was Born on Friday the 13th>와 동일 선상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난 남자아이와 같이 차별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예요. 학교 과제 중 Fanzine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주제가 Hair(머리카락 또는 털)였어요. 과제를 받고 같은 그룹 아이들하고 Hair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세상은 여자의 털에 관대하지 않다는 화두가 붉어졌습니다. 영화 <색계>에서 탕웨이의 털이 수북한 겨드랑이가 서양권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충격적이었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웃겼어요. 

한편으로는 조금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뿐만 아니고 모든 여자들이 체모관리에 남모를 고통을 감수하고 있어요. 하지만 남자들은 겨드랑이 할거 없이 팔, 다리, 수염까지 자랑스럽게 드러내놓고 다니잖아요. 세상이 여자에게 요구하는 미의 기준이 참 각박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수염이 더부룩하게 난 사랑스러운 소녀가 수상쩍은 미용실에 가서 이상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꾸며 재미있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Cut Cut Cut> 시리즈는 두 가지의 다른 물건들이 종이 접기를 통해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집니다. 작품으로 다룬 물건들은 어떻게 선정이 되었고, 왜 이 작품을 하게 됐는지도 궁금해요. 
<Cut Cut Cut>이라는 타이틀의 프린트 메이킹 프로젝트 였어요. 이 과제가 나왔을 때 당시 전세계가 경제위기였거든요. 리먼 브라더스가 부도난 후 환율이 2500원까지 치솟고 그리스가 국가 부도위기, EU해체설이 나오던 시기였어요. “이런 상황을 이겨내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가 주제였는데 당시에 2차원적인 지면을 벗어나 오리고 접는 방식으로 3차원이 되는 작업을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 프로젝트에 접목 시켜보았어요. 머그컵과 전기주전자를 따로 사지 않아도 되는 전기 머그컵, 옷걸이와 거품기만 있다면 만들 수 있는 작은 새장, 할머니 집에서 굴러다니는 낡은 포크와 털목도리로 만드는 최고급 붓! 종이 접기와 제가 정말 좋아하던 동판화를 접목해서 작업을 했습니다. 시행 착오도 많았고 완성도를 뽑아내는 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참 재미있었어요.  

런던에서 공부를 하셨어요. 런던(영국)은 예술가에게 어떤 곳인가요?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런던은 예술가에게 대한민국 서울과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좋은 도시죠. 마이너가 메이저가 되고 메이저가 다시 흘러가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예술가, 디자이너에 대해 호의적이고 그들에 대한 존중이 기저에 두껍게 깔려있어서 젊은 작가들한테 좋은 곳이에요.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을 위한 인프라가 잘 형성 되어있다 보니 자신을 대중에게 노출시키고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많구요. 다른 유럽국가에도 쉽게 갈 수 있어서 문화적인 혜택이 풍부하고 그만큼 영감을 얻을 곳도 많다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학교 커리큘럼도 한국과 달리 나의 장점, 잠재력에 심도 있게 접근하게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어요. 

판화수업을 예로 들면, 한국에서는 모두 같이 동판화, 고무판화, 실크스크린을 모두 배우잖아요. 한국 수업은 다양한 기술을 두루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진짜 내 것은 찾기 힘들죠. 하지만 영국 수업은 달라요. 처음엔 판화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결과물은 어떻게 나오는지 알려주고 과제를 하나 내줘요. 스스로 생각했을 때 이 과제에 어울리면서 관심이 가고 배워 보고 싶은 판화를 골라서 부딪히면서 배우게 되죠. 도중에 난관에 부딪히면 상주하고 있는 기술자에게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아요. 그렇게 몇 번의 프로젝트를 하고 나면 나의 스페셜티가 생기는 거죠. 작업하는 사람은 두루 잘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만의 색깔이 가장 중요한데, 영국은 그것을 길러주는 데 특성화 되어있는 곳인 것 같아요. 
 
문화적으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들에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시골에서 나고 자랐지만 책과 음악, 영화를 좋아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문화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란 것 같아요. 세상을 책으로 배운 듯한 어리숙함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도 나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뭣도 모르고 영화나 책을 주구장창 팠어요. 한 감독에 빠지면 그 감독 영화를 다 보고 그 감독 영화들을 보다가 한 배우에 빠지면 또 그 배우의 영화를 다 보고. 책도 마찬가지로 작가를 파고, 번역가를 파고 때로는 출판사를 파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가장 영향과 영감을 얻는 건 사람과의 소통이에요. 타인의 풍부한 경험을 듣고 의견을 공유하다 보면 경주마 같던 제 식견인 방사형태로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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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 Gril who has beard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떤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세요? 
솔직하게 말하면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작업을 거의 하고 있지 않았어요. 작업에 빠지면 한달 동안 사람도 안 만나고 집에만 쳐 박혀 밤 새서 그림만 그리는 삶을 계속 하고 싶지 않았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사람도 많이 만나고 엄청 바쁜 ‘사회생활’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사람도 많이 만날 수 있고 엄청 바쁘게 돌아가는 잡지사에서 일하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아주 좋은 기회로 크래커유어워드로브의 에디터가 되었고 3년 정도 잡지사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패션 브랜드에서 상품기획 일을 하고 있네요. 일하는 시간 외에 그림작업을 조금씩 하는 생활을 하고 있죠. 작업에 손을 놓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문득 위기감을 느끼곤 하는데 그럴 때 마다 스케치북에다 조금씩 긁적여요. 바쁘다는 핑계로 작업에 소홀해지는 시간이 많아져서 걱정이에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자주 찾는 공간(지역, 도시, 나라 등)이 있다면? 
6년 동안 살았던 영국은 마음의 고향이고 자주 찾는 나라는 일본이에요. 남자친구랑 오사카, 오키나와, 도쿄를 시간 날 때마다 가고 있어요. 남자친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이 일본 쪽이라 그곳은 정말 천국이에요. 너무 신나요. 예쁜 옷들도 많고 또 한국보다 저렴하니까요. 

작가로서의 목표나 꿈, 계획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지금은 작가라고 하기엔 제 정체성이 모호합니다. 제가 작업을 하고 있지 않아서 이 인터뷰가 조금 어색하기도 해요. 좋은 기회로 제 작품이 <파운드 매거진>이라는 훌륭한 잡지에 실리게 되었는데 사실 이 작업들 중 대부분이 4, 5년 전에 했던 작업이라 이래도 되나 싶어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자신에게 부족한 게 시간인지 재능인지에 대해 자신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불행해져요. “나는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것뿐이야” 라고 생각하는 것은 왠지 슬퍼요. 저는 제 일에 만족하고 있어요. 재미도 있고 보람도 느낍니다. 그렇다고 작업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제 자신에 100%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로서가 아닌 그냥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꿈이 있다면 제 자신에게 정직하고 솔직한 삶을 사는 것이에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