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e Bye Badman
It’s Our Own Light
이제 막 시작된 빛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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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악기로 실용음악 전공을 원하던 십대 청소년 다섯 명이 동네 합주실에 모여 구체적인 계획이나 목표 없이 무작정 합주를 시작했다. 함께 연주하고 곡을 쓰는 게 그저 좋았다. 자연스럽게 바이바이배드맨(Bye Bye Badman/정한솔(드럼), 곽민혁(기타), 고형석(키보드), 이루리(베이스), 정봉길(보컬/기타))이라는 이름을 가진 밴드가 되었고, 우연히 홍대 라이브 클럽 무대에 서게 됐다. 그들이 합주실에서 재미삼아 연주하던 곡들은 한 장의 EP와 한 장의 정규 앨범으로 세상에 나왔다.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의 곡 제목에서 따온 밴드명과 빈티지한 사운드의 질감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오아시스(Oasis)로 대표되는 브리티시 록을 떠올리게 했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안정적인 연주력과 재치 있는 표현들은 그들의 행보에 기대를 걸게 했다. ‘정통 브리티시 로큰롤 사운드를 추구하는 밴드’가 바이바이배드맨을 설명하는 정형화된 타이틀이 되어간 듯 보였을 때, 이루리는 이렇게 반문했다. “우리가 아무리 영국 스타일의 록을 해도 우리는 한국인인데, 어떻게 그게 브리티시 록이 되겠어요?”

 

# 글래스톤베리를 꿈꾸며

바이바이배드맨의 첫 클럽 데뷔 무대, 기억나요?
고형석 ― 제가 다니는 학교에 음악하는 사람들끼리 공연을 하는데 갑자기 무대에 설 한 팀이 모자란다고 하는 거예요. 공연 전날 연락을 받고 갑자기 무대에 서게 됐어요. 2009년 말에 홍대 라이브 클럽 프리버드에서요.
이루리 ― 준비는 되어 있었어요. 그땐 우리끼리 노래 하나 만드는 게 좋아서 연습만 했는데 그러면서 은연중에 준비가 된 거예요.
정한솔 ― 그전까진 목적 없이 그저 연습만 해서, 연습은 되어 있으니까 무대에 올라갈 순 있었는데….
고형석 ― 연주할 준비는 되어 있었는데, 공연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어요. (웃음) 지금 많이 나아진 거예요. 그땐 퍼포먼스도 없이 딱딱하게 굳어서 공연했어요. 전 키보드도 앉아서 쳤어요, 아주 얌전하게.
곽민혁 ― 그때 우리 진짜 별로였어요.

 

2009년 첫 무대 이후, 2010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루키로 뽑혔고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숨은 고수가 됐어요. 2011년에는 CJ 문화재단의 신인뮤지션 지원사업인 ‘튠업’ 5기에 선정됐고 이어서 EBS <헬로루키> 대상까지 얻었죠. 라이브 무대 데뷔 이후 음악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생긴 건가요?
고형석 ― 사실 합주실에 모여서 합주만 하던 때가 가장 야망이 컸었던 것 같아요.
정한솔 ― 합주할 땐 아예 해외에서 데뷔하려고 했어요. ‘아유~ 한국 씬은 너무 좁아’ 하는 생각을 했죠. 우린 데뷔하면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Festival)’ 같은 데에 갈 줄 알았어요. (웃음)
정봉길 ― ‘헬로루키’ 대상까지 받아보니, 현실이 그게 아니란 걸 알겠더라구요.
이우리 ― 앨범을 내자, 정식 데뷔를 하자, 이런 게 아니었어요. 그냥 막연하게 ‘록페에 서고 싶다’ 이런 걸 꿈꿨죠.
고형석 ― ‘우리 실력이 그만큼 된다’가 아니라 그냥 막연히요.
이우리 ― 그래서 우리가 지산 록페 무대 오디션을 본 거예요. 지산 록페가 큰 무대라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거란 계산이 아니라, 그냥 록페에 서고 싶었으니까요. 멋있잖아요.
곽민혁 ― 맞아요. 아티스트는 팔찌 색깔도 다르고….

 

록페에 서고 난 뒤 달라진 점은 뭐예요?
이우리 ― 지금 소속된 레이블 대표님을 만나게 됐죠.
정한솔 ― 그 이후에 클럽 공연을 할 때 우리를 보러 공연장에 오는 사람이 2~3명 정도 생기더라구요. 그 전까진 한명도 없었거든요.

 

레이블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있었어요?
고형석 ― 사실 그때 우리는 레이블이 뭔지도 잘 몰랐어요. 앨범을 내려면 뭘 해야 하고, 어떤 게 필요한지도 몰랐죠.
이루리 ― 십대를 갓 벗어난 우리들은 사회에서도 초년생이었지만 음악 씬에서도 마찬가지로 초년생이었어요. 미숙했고 구체적인 생각이 없었죠. 어렸을 때 누가 “넌 꿈이 뭐야?” 하고 물으면 “간호사! 대통령!” 하고 대답했던 것처럼. 록페에 서고 나니 앨범 욕심이 생겼고, 때마침 레이블로부터 감사한 제의가 들어온 거죠. 그렇게 2011년 초 EP <Bye Bye Badman>을 냈고, CJ ‘튠업’ 오디션에 뽑히면서 제작비를 지원 받아 지난해 말에 정규 1집 <Light Beside You>를
발매했어요.

 

# 섬 같은 멤버들 사이에 생긴 다리

오디션을 통해 두각을 나타냈어요. 본인들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이루리 ― 밴드 세 명의 대학 운과 오디션 운을 맞바꿨어요.
곽민혁 ― 오~ 다섯 명 모두 대학 못 갔으면 글래스톤베리 갔겠는데? (웃음)


자신들이 무대에 선 모습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눈이 생긴 것 같아요?
곽민혁 ― 우리는 무대 위에서도 그냥 우리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아요.
이루리 ― 얘(곽민혁)만 그래요, 얘만.

 

지금 본인들이 가고 있는 방향이나 속도에 대한 불안감 같은 건 없어요?
정봉길 ― 어떤 때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빠를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후진을 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런 때가 언제에요?
고형석 ― 공연을 망쳤을 때요. ‘망한다’는 건 모든 게 다 ‘망한다’에요. 사운드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다요. 그럴 땐 그냥 망한 채로 가요. 전에는 무대에서 내려오면 서로 틀렸다고 탓하기 바빴어요. 루리랑 저랑 울면서 싸운 적도 있어요.
이우리 ― 자기는 잘못을 안했다고 생각하고, 서로만 탓하니까요. 레이블 대표님이 “서로 탓하지 말고 자기 자신 먼저 되돌아보라”고 따끔하게 혼내셨어요.
곽민혁 ― 그 이후부터 공연 망치면 “아~ 나 오늘 진짜 못했어” 이런 식이에요. 특히 봉길이가 공연 끝나고 항상 물어봐요. “나 오늘 진짜 노래 못했지?”
이우리 ― 무대의 부담감은 봉길이가 제일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봉길씨가 무대 위의 시니컬한 모습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정봉길 ― 무대 위의 모습은 제가 만든 이미지에요. 밴드에서 저만 인위적인 것 같아요.
이루리 ― 얘는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성격이에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내숭떠는 여자애를 보는 것 같아요. 봉길이는 차라리 연예인을 했으면 잘 했을 것 같아요. 자기 관리도 잘 하고….
정봉길 ― 사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심하게 낯을 가리는 편이에요. 낯선 사람을 심하게 경계하고 벽을 치는 편이죠.

 

봉길씨가 선글라스를 끼고 시니컬하게 노래하는 모습이 관객들을 낯설어하고 경계하는 모습인 건가요?
정봉길 ― 네. 무대에 서고 공연하는 것도 밴드와 관객이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거다 보니 아무래도 그렇게 되지 않나 싶어요.

 

무대에서 낯설고 긴장된 감정에만 시달리면 힘이 들겠죠. 반면 무대 위의 희열 같은 것도 함께 느끼니까 계속 무대에 서는 거겠죠? 봉길씨는 무대 위에서 극과 극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거네요.
정봉길 ― 무대에 올라가기 전엔 항상 부담을 느껴요.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무대 위에선 냉정한 척하죠. 공연이 잘 안 풀리고 냉정함을 유지해야 해요. 그래서 제가 선글라스를 끼는 거예요. 눈이 안보이면 제 불안이나 긴장이 표정으로 안보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을 내보이려고 음악을 한다고 하는데, 봉길씨는 오히려 뭔가를 감추려하는 스타일이네요.
정봉길 ― 아직 그러기엔 내공이 딸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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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의 매력

멤버들 음악적 취향은 어때요?
고형석 ― 다섯 명 모두 취향이 달라요.

 

봉길씨가 주로 곡을 쓰니 다른 멤버들이 여기에 어떤 옷을 입히느냐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겠네요.
곽민혁 ― 각자 스타일을 입히되 합의점을 찾는 것 같아요.
고형석 ― 모여서 토론하고 이야기하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하면 되요 이상하게.

 

완성된 결과가 곡을 쓴 사람의 애초 의도와 완전 달라질 수도 있겠네요?
이루리 ― 그런 곡들이 굉장히 많아요.
고형석 ― 봉길이가 처음에 생각한 느낌이랑 많이 다르죠.

 

봉길씨도 고집하지 않는군요?
곽민혁 ― 그래서 밴드인 것 같아요.
이루리 ― 맞아요. 한 사람의 생각은 한계가 있어요. 이것저것 여럿이 하다보면 좀 더 좋은 게 나올 수도 있고, 봉길이도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죠.

 

멤버들이 쓰는 악기도 그렇고, 사운드나 소스 면에서도 브리티시 록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어요.
정봉길 ― 사실 데뷔 앨범 보도 자료를 제가 썼는데 그게 실수였어요. 그땐 ‘우리는 XX다’라고 표현할 만한 게 없어서 오아시스나 스톤 로지스를 예로 들었죠. 근데 그게 우리 꼬리표가 되려고 해요.
이루리 ― 브리티시 록 사운드에 영향을 받은 건 맞아요. 하지만 우린 한국인이잖아요. 우리가 아무리 외부적인 사운드의 영향을 받아 흉내를 내더라도 우리는 우리만의 ‘소울’이라는 게 있잖아요.
곽민혁 ― 사실 처음엔 밴드가 자리를 잡게 될 지도 몰랐어요. 밴드에 별 애정 없이 그냥 봉길이가 그렇게 한다니까 하나보다, 했죠. 근데 밴드를 하면서 점점 애정이 생기니까 하고 싶은 게 생기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원하는 음악이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 충분히 접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바이바이배드맨의 음악이 ‘글로벌’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건 좋은데 바이바이배드맨만의 ‘무언가’가 아직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정봉길 ― 네. 저희도 그래요. 그건 앞으로 가봐야 아는 것 같아요, 진짜로.
이루리 ― 사회에서도, 음악 씬에서도, 밴드 씬에서도 초년생인 우리가 앞으로 점점 찾아가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정통 브리티시 록은 아닐 거라 생각해요.

 

바이바이배드맨 밴드만의 아이덴티티 또한 만들어나가려 하나요?
정봉길 ― 사실 1집에 그런 게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앨범을 통해 하나로 모아지는 무언가가 없어요. 안 모아질 듯하면서 모아질 것도 같은데, 결국 안 모아져요. 하나의 구체적인 이미지가 없는 거죠.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거에 더 비중을 두고 생각해보려고 해요.

 

EP 발매 후 시간이 지나 정규 1집을 발매할 때 스스로 변화한 모습들이 보이던가요?
정봉길 ― EP를 내면서 겪게 된 시행착오들을 1집에서는 겪지 말아야지, 하다가 결국 다시 겪었어요. 앞으로 그런 걸 조금씩이나마 줄여나가는 게 우리의 목표에요.

 

앨범 작업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뭐에요?
정봉길 ―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어요. 녹음을 끝내고 그걸 들어볼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을 느껴요. ‘조금만 더’의 아쉬움이요. 기계의 힘으로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요.

 

그게 만족되는 날이 있을까요?
정봉길 ― 그러게요. 모든 이들이 겪는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밴드와 음악에 욕심이 많아지나요?
이루리 ― EP 발매 때까지만 해도 사실 밴드에 진짜 관심이 없었어요. 1집을 내면서 스스로 아쉬운 게 생겼고,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알았죠. 그전까진 봉길이가 시키는 대로만 했었는데 이제 서로 밴드에 관한 회의도 많이 하고 같이 생각하고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꿈꾸고 있는 무대가 있어요? 글래스톤베리?
정봉길 ― 이제 무대의 크기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주어진 무대에서 계속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좋은 무대, 큰 무대에 서게 되지 않을까요?
곽민혁 ― 아직 우리에겐 페스티벌 ‘빅탑 스테이지’가 남아있어요!

 

십대의 그들이 공부대신 집중했던 것 음악이었다. 그들에게 음악은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었고,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놀이였다. 좋은 곡을 써서 성공적인 데뷔를 해 뮤지션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당찬 포부로 시작된 밴드였다면 어쩌면 그들의 어깨에는 힘이 좀 더 들어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음악은 놀이이며 젊음을 만끽하는 수단이자 세상을 배우는 방법이다. 십대에 만나 이십대 초반을 함께 지나고 있는 그들은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음악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계속해서 바뀔 것이다. 그래서 밴드 바이바이배드맨의 미래에 기대를 건다. 치밀한 계산과 계획 끝에 무언가를 이뤄내는 사람이라도 결국 즐기는 사람을 당해낼 순 없으니까.

 

Bye Bye Badman 단독 공연 ‘Show Me the Light’2012.02.11(토) 오후 7시│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바이바이배드맨의 인터뷰 영상은 www.foundmag.co.kr ‘F.OUND TV’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