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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의 방,

1000명의 책 고립된 방 안에 같혀서 인생의 책을 받아 쓰는 사람들.

 

필사 (筆寫)   [명사] 베끼어 씀.

 

1. 

아버지(아부지)는 나에게 늘 어렵고, 커다란 산이였다.

어렸을때 (아니 지금까지) 아부지 몰래, 책상과 책장을 구경하는것을 좋아했다.

아빠의 글씨는 가히 명필이였다. 수수한 유년시절부터 법대를 다니던 대학시절,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 무심히 적은 메모 마저 멋있었다.

그래서 따라하고싶었다.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일기를 썼다.

단 두줄이어도 꼭 적었다. 날씨가 어떻고, 오늘은 무엇을 먹었는지 하는 시시한 이야기부터

도입부분이 어찌되었건, 글자를 적는다는것은

오로지 진정한 나와의 소통의 시간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타이핑보다 손글씨가 편하고. 립스틱보다 볼펜을 먼저 챙기는게 버릇인, 나는

스물하고도 다섯살이 더 먹었다.

소중한 사람에게 손편지를 써주는것을 그리 좋아한다.

또 반응도 좋다.

 

 

2. 

패션회사를 다니고 있다.

짧게나마 글을 쓴다.

내가 쓰는 글을 누군가가 읽는다는것은

설레는 일이다.

쉬는 날이다. 월차다. 공짜 휴일인 셈이다.

미술관에 향했다.

서울에 살며 손꼽는 몇개의 미술관중, 대표적인 MMCA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90년생은 공짜란다. 빠른 91년생이라 기분좋게 입장했다.

캐비닛에 비밀번호 4자리를 설정한 후, 핸드폰과 연필 한 자루를 챙겼다.

(연필을 가지고 다니냐는 신기한듯 보는 친구였다. - 그러게, 가끔 눈썹이 옅어지면

미용용품으로 써먹기도하지 하곤)

 

3.

나의 버릇이자 습관 한 가지.

이를테면, 매주가는 서점이나 전시회.

동반인이 있다해도, 혼자 둘러보고 잠시후 다시 만나기로 한다.

자발적인 고립을 실행한다.

 

<아홉마리의 금붕어>, <피아니스트와 조율사>,

<1000명의 책>,<기억의벽>, <식물의 시간>,

<64개의 방> ,<침묵의방>까지.

 

강인한 이끌림은 마치 성당에 온듯했다.

(나는 성당의 그 무언의 힘을 좋아한다. 그래서 얼마전 전례부도 들었다.)

 

 

사각사각거리는 필사의 소리를 듣고있으니, 이렇게 평온할 수가.

마치 우산에 부딪치는 빗소리나, 낙엽을 밟을때의 포근함 등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운드였다.

그리고 나는 집에와서 작가노트를 필사해보았다.

 

 

 

사랑은 너무 많고 싸구려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사랑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서 다시 사랑을 얘기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나?

 - 그 긴 침묵의 시간들은 모두 같은 길을 향하고 있다.

 

2015년 가을, 꼭 봐야할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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