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것이 처음이다. 언제나 불편했다. 굳이 알고싶지 않았던 보통 남자들의 밑바닥, 그 찌질함을 여과없이 드러내보인다.

 

배우 정유미를 좋아한다. 로맨스가 필요해 2012부터 그랬다. 백지장처럼 하얀 피부도, 참새같은 입모양과 쉴새없이 쫑알거리는 캐릭터도, 사랑받고 싶어 죽겠단 눈빛도 좋다.

 

술먹고 취해서 취중고백하는 찌질한 남자가 싫다. 취중진담같은 소리하네. 그냥 술먹고 찔러보는 것 뿐. 아까 다른 여자후배 가는 뒷모습을 하염없이 힐끗거린 주제에.. 도대체 하나같이 진심이라곤 느낄 수 없다.

 

남자의 귀차니즘, 술주정, 담배, 거짓말을 가장 싫어하는데,

홍상수 영화에서는 이 모든 것이 나온다.

 

교수가 가볍게 어깨를 툭툭 치는 장면에서 미묘하게 움찔하는 선희. 그런 표현의 디테일은 좋았다. 내가 홍상수 감독을 싫어하는 이유는 이 모든 것이 과하게 사실적이라서, 그래서 보기가 불편한거다.

 

하고싶은 얘기를 숨겨놓고 엄한 이야기만 빙빙 돌려 묻는 남자들. 짜증을 돋군다. 아아. 발암...

 

 

기본적으로 술자리에서 우울한 신세한탄이나 늘어놓는 게 최악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모적인 술자리가 싫다. 이것도 발암.

 

 

기억에 남는 대사 한줄 : 치킨 시킬까요?

 

장면, 상황 ,대사, 캐릭터는 종종 너무나도 깊이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엔딩크레딧이 오르며 밀려오는 허무함과 공허함은 어찌해야하나...

 

홍상수 감독 영화는 호불호가 굉장히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팬들이 있는 것도 사실. 특히 남성들의 지지를 많이 받고있는 홍상수감독.

 

누군가 나와 선희가 비슷하다고 했다. 그가 말한 비슷한 점이 '착하고 똑부러지고 용감하고 또라이같지만, 사랑스럽다'는 거라면, 나는 참 매력있는 여자구나. 뭐 그런 생각 알아요 미친 생각이라는 거. 하지만 사랑을 하고있는 여자라면 모두 다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카메라 구도의 아름다움같은 건 느낀 적 없으나, 롱테이크+핸드헬드의 느낌이어서 마치 그 상황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인 화면이었다.

 

영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가 개봉했는데, 고민이다. 이 암유발이 뻔할 영화를 볼 것인가 말것인가. 연애휴식기에 들어간 내가 이 영화를 보고나면 아예 연애 폐업상태로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 홍상수 감독 영화를 보고나면 잘 되던 썸도 끝나고, (실제로 그랬다. 썸남과 이 영화를 보고 괜히 싸웠다.) 사랑스러웠던 남친도 정이 뚝뚝 떨어져 버리는 것은 내가 과잉 몰입하기 때문인걸까. 아니면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홍감독을 탓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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