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기분이 좀 그랬다. 눈을 떴는데 불길한 마음에 발걸음을 무겁기만 했다. 처음 가는 외근지(경기도 오산)라서 낯설어 그런 줄 알았다. 그래도 버스가 좀 돌아서 갔던 것 외에는 대체로 순조로웠다. 도착한지 1시간만에 납품화물트럭이 온 것도 괜찮았다. 다른 일을 하면 됐었으니까... 30여통의 밀린 메일들을 쳐내고, 담당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금새 납품차량이 도착하여 입고검사가 시작되었다. 불량률 15% 이상... 반품 결정 후 납품화물트럭을 얻어타고 인천 남동공단으로 향했다. 가서 눈이 빠지게 다시 검수를 하고 한도를 잡았다. 쉴 틈 없이 울려대는 휴대폰... 덕분에 시간은 배로 걸렸고, 집에 오니 아홉시가 넘었다. 랩탑을 열어 밀린 메일들을 쳐내고나니 10시 반이다. 이게 오늘 나의 하루였다. 이 끔찍한 일상을 6개월째 반복중이다.

 

 

왜 이렇게 사는 가.

 

 


퇴근 길 만원버스에서 마주한 얼굴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닐거라 생각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리곤 슬퍼졌다. 이렇게 업무강도가 센 회사는 9년간의 직장생활 중 처음이었다. 이직 후 입사 8개월 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회사에 정이 붙지 않는다. 물론 좋은 분들, 존경할만한 분들이 종종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사내문화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내문화라는 것이 경영진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영향력이 전혀 없지도 않을텐데..의지부족일까?) 하지만 분명 방향을 이끄는 무리가 있기 마련이다. 이 주도적인 무리가 나랑은 분명히 맞지 않는다. 그리고 맞추고 싶지도 않고... 섞이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다. 그냥 비슷비슷한 하루하루 사는 것이 피로할 뿐이다.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 현대판 노예가 직장인이라는 이야기에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도망가고 싶다. 기껏해야 이태원 정도로. 점점 소박해지는 내 마음. 귀엽고 가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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