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issue (4).jpg

 

크리스마스는 연인들을 위한 날도, 노는 날도 아닙니다.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그간 건네지 못한 따뜻한 말들을 나누라고 모두에게 휴일을 선사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 명의 사람들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들 역시 파운드 매거진과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main issue (1).jpg

 

공감을 위한 눈높이_한국구세군 자선냄비


거리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들리시나요? 매년 12월이 되면 저는 거리로 나갑니다. 종과 빨간 자선냄비를 들고서요. 저는 한국구세군의 신진균 사관입니다.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됐습니다. 갑작스런 재난으로 추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된 천여 명의 사람들을 도울 방법을 찾던 한 구세군 사관은 주방에서 사용하던 큰 쇠솥을 들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쇠솥 옆에 이렇게 써 붙였지요.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 그 문구는 사람들의 마음을 끓게 만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여 명의 사람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의 기금이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자선냄비가 한국에 들어온 건 1928년입니다. 서울의 도심 20여 곳에서 시작된 모금운동은 곧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현재 300여 개의 자선냄비가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년 거리에서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를 외치면서 느끼는 건 이 세상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겁니다. 자선냄비는 고액 기부자가 적어요. 천원, 이천원의 소액 기부가 대부분이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자선냄비 안에 담겨있다는 뜻입니다. 고사리 손으로 모은 저금통을 건네받을 때마다, 모금에 참여하게 된 사연이 담긴 편지를 접할 때마다 세상이 결코 삭막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모인 기금은 한국구세군에 속해 있는 보육원, 양로원, 여성·노숙자 쉼터 등 200여 개의 복지시설 운영과 에이즈 예방 교육 및 HIV감염인 복지사업 운영, 심장병 어린이 무료수술 지원, 긴급구호 활동 등에 사용됩니다.


자선냄비 모금은 12월 1일 시작되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 끝이 납니다. 하지만 구세군의 자선활동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시작인 거죠. 저는 현재 에이즈 예방과 감염인 케어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구세군 보건사업부’ 담당관이자 감염인 상담 센터인 ‘레드리본센터’의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고 감염인에 대한 편견을 감소시키기 위해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생, 노인 등을 대상으로 에이즈 예방교육을 하고 있고, 감염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 위해 생활 상담과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불과 5년 전만 해도 감염인들의 마음을 깊숙이 이해하지는 못했던 거 같아요. 무의식중에 편견이 존재하고 있었던 거죠.
구세군 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다 보건사업부로 옮기면서 많은 감염인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들의 마음을 100%로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위로가 되는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조금씩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는 굉장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10대 후반, 구세군 사관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했던 때가 떠오르네요. 어떤 삶이 보람된 삶인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경찰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내 구세군 교회의 사관님을 보고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청렴을 늘 강조하던 그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땀 흘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본인 역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을 먼저 생각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얼굴은 늘 기쁘고 즐거워보였습니다. 벌써 3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 길을 걷겠다고 다짐하고부터는 이 길만을 보며 쭉 걸어왔습니다. 앞으로 남은 삶 역시 다르지 않을 겁니다. 삶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건강한 몸과 건강한 마음으로 이 일을 잘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 내가 10대 때 정말 옳은 결정을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 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릴게요. 한 유치원의 선생님이 박물관 견학을 앞두고 박물관으로 답사를 왔다고 합니다. 무릎을 꿇고 박물관을 둘러보기에 ‘다리가 아프신가 보다’라고 생각했대요. 그런데 박물관을 다 둘러본 뒤 정상대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더랍니다. 왜 그렇게 불편한 자세로 박물관을 둘러봤냐고 물으니 그녀가 이렇게 말했대요. “아이들 키에 맞춰서 살펴봐야 아이들한테 맞는 설명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진정한 공감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의 눈높이까지 내려갈 때, 아이들이 부모의 눈높이를 맞출 때 대화가 가능해지거든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눈높이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결국에는 함께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www.jasunnambi.or.kr

 

main issue (3).jpg

 

main issue (2).jpg

 

마음을 전하는 즐거움_(주)도아 디자인연구소


저는 디자이너 이정은입니다. 디자인문구 회사 (주)도아 스테이셔너리(DOA, 이하 (주)도아)에서 일하고 있죠. 오늘 크리스마스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잊고 있던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전 어릴 때부터 크리스마스카드 만들기를 좋아했더군요.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크리스마스카드는 통과의례 같은 존재였어요. 수업 중 크리스마스카드 만들기 시간이 따로 있을 정도였고, 평상시에 카드를 쓰지 않던 친구들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카드를 썼으니까요.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했던 전 크리스마스카드를 정성껏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선물하곤 했습니다. 제 카드를 보고 즐거워하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그러한 추억 때문인지 다이어리나 스터디플래너를 디자인할 때보다 크리스마스카드를 디자인할 때 더욱 즐거운 거 같아요. 참고로 1년 내내 크리스마스카드만 만드는 건 아니에요. 다른 디자인문구 회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크리스마스카드는 시즌 상품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작업을 한답니다. 보통 봄에 계획을 잡아놓고 여름부터 3개월 동안 바짝 크리스마스카드에 힘을 쏟는 거죠.


올해 몇 종의 카드를 내놓을 거라는 게 정해지면 그때부터 디자이너들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한 사람당 보통 스무 개 이상의 시안을 만드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시안에는 디자이너의 성향이 많이 반영되는데 저 같은 경우는 팝업카드나 조립하고 세우는 구조적인 카드를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 쪽으로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이죠. 처음 크리스마스카드 디자인을 시작할 때만해도 시안 잡는데 정말 많은 시간을 썼는데 3년 정도 하고 나니 노하우가 생긴 건지 시간이 많이 단축됐어요.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눈사람과 트리, 리스 등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아이템들을 잘 활용해야 돼요. 소재가 식상하다구요? 크리스마스카드는 크리스마스다워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리고 대중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풍기는 카드들을 좋아하거든요. 


카드를 만들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건 대중적이면서도 독특한 카드를 만들어야한다는 거예요. 매년 하고 있지만 그게 참 어려워요. 그래서 지난 해 가장 인기 있었던 카드들을 참고하는 편이에요. 그걸 보면 대중들이 어떤 느낌의 카드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거든요. 디자이너가 좋아하는 카드와 대중들이 좋아하는 카드가 일치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게 되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인 거 같아요. 사실 처음엔 대중적인 디자인보다 독특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대중이 좋아하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중들이 좋아하는 카드를 만드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그렇다고 대중성에 갇혀서 휘둘리면 안 되죠. 대중을 생각하되 대중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을 계속 찾아내고 만들어야 해요.


올해는 총 50종의 크리스마스카드가 출시됐어요. 심플하면서도 재미있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카드를 만들려고 노력했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면 정말 좋겠어요. 디자이너는 자기가 만든 카드가 사랑을 받을 때 가장 뿌듯한 법이거든요.


(주)도아 카드는 슬로건이 있어요. ‘마음을 전하는 즐거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카드 한 장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당신의 마음을 전해보세요. 아, 이거 마치 광고 문구처럼 돼버려서 쑥스러운데요. 잘 만들어진 카드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어요. 작은 메모지에 혹은 A4 종이에 마음을 적어 보세요. 손 글씨로 채워진 글은 진심을 전하기 마련이니까요.
www.ilovedo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