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뜻하는 제목과는 달리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 아무르(Amour).

관객을 잠시 당황하게 한 후에는
다시 아름다운 음악과 장면들을 풀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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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이가 들면 저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평화롭고 교양있게 살아가는 중산층 노부부의 일상은
너무나도 완벽해서 오히려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데요.

제자의 피아노 독주회를 함께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에게서
구김살이나 어두운 그늘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평생 큰 어려움 없이 살아온 사람의 여유가 느껴지기까지 하죠.

집에 돌아온 후에는 아내의 코트를 받아주고
오늘 정말 아름다웠다고 수줍게 고백할만큼
젊은 시절의 감정도 유지하며 살아가는 노부부의 삶은
그저 아름답기만 합니다.


햇살이 비추이는 작은 식탁.
백발이 성성하지만 정갈한 요리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정정했던 노부부의 일상에 예상치 못했던 균열이 찾아옵니다.

이상한 행동을 보이더니 순간적으로 기억상실증을 겪은 안느.
간단한 수술을 하면 괜찮아질 것이라던 남편의 말과는 달리
그녀는 반신마비라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되죠.

의자에 앉는 것도, 안경을 쓰는 것도,
식사를 하는 것마저도 어려워진 안느는
자존감이 뿌리채 흔들리는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절대로 자신을 병원에 혼자 남겨두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안느의 바람대로 그녀는 집에서 투병생활을 이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병수발을 하는 남편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보면
그의 몸도 온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서로 아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부부의 일상에

점점 그늘이 드리워지고 견디기 힘든 순간들이 이들을 잠식해 갑니다.

생필품 구매를 돕던 건물 관리인이 존경한다고 표현할 만큼
견고하고 아름다웠던 이들의 사랑도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우리의 옛 속담처럼 조금씩 그 빛을 잃어갑니다.

아름다운 노부부의 사랑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려냈다고 생각했던 처음과는 달리
내용을 되새겨 볼 수록 그보다는 좀 더 냉혹한 현실을

담담히 그려낸 것이 아닌가하고 점점 생각이 변하게 되더라고요.

영화는 예상했던 결말을 향해 천천히 진행되다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허망하면서도 안타깝게 끝나게 되죠.

'사랑 그 자체인 영화'라는 서브 카피는

영화의 중반부까지만 유효합니다.
조금 더 냉정하게 나의 미래와 내 훗날을 그려보게 되는 영화, 아무르.

상영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배우자 혹은 연인과 함께 영화를 보고

노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