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 X 네이버 뮤직 뮤지션리그
그림을 그리듯 노래하다
SEINE

세인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뮤지션이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듯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듯 디자인을 한다. 그러한 풍경 속에는 쓸쓸하지만, 의연한 소녀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세상 속에 한 발을 내딛고 있다.
지난해 첫 EP 앨범 <Wood>를 발매한 뮤지션 세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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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과의 만남은 여러모로 반가웠다. 뮤지션과 관객의 소통을 도모하는 네이버 뮤지션리그 인터뷰 이벤트에 두 번째로 도전해 선정된 뮤지션이기도 하고, 파운드 트랙스와 터미너스 라이브에도 얼굴을 비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 아직 낯선 세인은 지난해 7월 크라우드 펀딩으로 첫 앨범을 제작한 신인 뮤지션이다. 하지만 단순히 앨범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앨범 작업기를 네이버 포스트에 꾸준히 기록하며 자신의 일기장을 완성해 나갔다. 그 안에는 첫 앨범을 제작하는 신인 뮤지션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실질적인 이야기들과 앨범을 만들면서 뿌듯하지만, 때로는 힘들었던 과정들도 기록돼 있다. 포스트를 보다보면 가장 익숙해지는 이름이 있다. 세인의 기타 스승이자 멘토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한 순이네담벼락의 리더이자 솔로 뮤지션 윤제 씨. 그는 세인의 첫 앨범 <Wood>의 편곡과 프로듀싱을 맡았다. 

세인은 때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며 음악을 해나가고 있다. 아직 자신을 뮤지션이라고 당당하게 칭할 수 없다는 그녀이지만, 이미 그러한 과정 속에서 세인의 음악은 서서히 완성돼 가고 있었다. 바람이 살랑이는 봄 날씨의 어느 날, 뮤지션 세인을 만나 뮤지션리그에 도전하게 된 계기부터 그녀의 첫 앨범 스토리 등을 물었다.

# 다시 도전, 뮤지션리그
뮤지션리그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뭐예요? 
예전에 베스트리거로 선정되고 나서 인터뷰 이벤트에 신청했는데 한 번 떨어졌었어요. 워낙 인기가 많은 분들이 지원하셔서 기대도 안 했었죠. 그 후에 다시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메일이 왔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도전하게 됐어요.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참여 방법은 어땠어요?
SNS에 “저번에 한 번 탈락한 이벤트에 다시 지원하게 됐다”고 올리니까 글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더라구요. 감사했죠.  

뮤지션리그는 뮤지션과 관객이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요. 직접 참여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음악을 할 때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래를 부르고, 앨범을 만들 때도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어야 재미있잖아요. 뮤지션리그도 제가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저랑 상관없는 플랫폼인데, 제가 음악을 하기 때문에 이용해 볼 수 있는 거니까 좋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하면서 이러한 플랫폼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뮤지션리그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노래를 만들면 SNS에 올리거나 사운드클라우드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네이버는 이용자 수가 많잖아요. 이전에는 SNS 친구들에게만 음악을 들려줬다면,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공개된다는 차이점이 큰 것 같아요.  

뮤지션의 입장에서 뮤지션리그가 어떤 식으로 발전되면 좋을까요?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진 몰랐는데요. (웃음) 지금 하고 있는 인터뷰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부분에서도 뮤지션들끼리 경쟁을 하게 되는 방식들이 있는데, 경쟁을 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기준들이 다양하게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뮤지션리그에 참여한 후에 어떤 기대감이 생겼나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계속 음악을 만들고 영상을 올리는 건 계속하는 건데,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면 좋겠죠. 우연히 더 많은 사람들이 제 음악을 알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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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기록의 방
네이버에 세인 씨가 운영하는 연재 포스트를 보고 왔어요.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많더라구요.
앨범 만드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음악 한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첫 앨범을 만드는 과정들을 일기로 기록하고 싶었거든요. 저처럼 앨범을 처음 만든 사람들한테도 유용한 정보일 수도 있구요. 블로그 하듯이 연재를 시작했어요.  

앨범을 만들면서 힘들었던 과정을 기록한 부분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니가 좋아하는 일 하니까 힘들지 않고, 좋겠다”고 생각하는 시선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마냥 쉬운 건 아니거든요. 그런 과정들이 다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가장 힘든 건 뭐였어요?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쓰는 것들은 그냥 나오는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죠. 근데 앨범을 만들려면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사운드가 잘 들어가는지, 볼륨은 어떤지를 신경 써야 되잖아요. 그리고 한 번 녹음하면 앨범으로 나오는 거여서 목소리에 대한 강박관념도 생겼었어요. 윤제 씨도 만족이란 없다고, 그래도 녹음을 하는 이유는 지금 세인 씨의 목소리를 담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 나중에도 지금처럼 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 조언을 해주셨죠.   

포스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윤제 씨’에요. 기타 선생님이면서 때로는 멘토같은 역할을 하더라구요. 
노래를 만드는 것과 앨범 제작은 다른 일이잖아요. 경험이 없어서 사실 막막했거든요. 혼자 음악을 하다보면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잖아요. 그때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기타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순이네담벼락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제 씨가 기타 수업을 한다는 건 알고 있었거든요. 직접 공연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이 사람한테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어떤 부분이 잘 맞을 것 같았어요?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보단 윤제 씨의 음악이 좋았어요. 이 사람이 단순히 기타 연주자가 아니라 노래를 만들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도움을 받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았구요. 몇 번 수업을 받으면서 가르치는 방식이나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저랑 잘 맞아서 앨범도 같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현재 디자이너로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포스트를 보면서 그런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어요. 자기가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근데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어요. 제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제가 가진 이미지 안에 갇혀버리는 거죠. 다른 사람하고 작업을 했으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게 나왔을 수도 있잖아요. 앨범 디자인에 한에서는 틀이 있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요. 힘들면서, 재밌으면서 그래요. 

디자인과 음악 작업이 많이 다른데,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나요? 
제가 교육을 받지 않고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건 디자인 공부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요소들을 결합해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으로 음악을 시작한 거죠. 가사를 먼저 쓰게 됐고, 그런 요소를 기타와 결합시켜서 음악을 만들게 됐어요. 만약에 디자인을 하지 않았다면 많이 헤맸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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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불어오는 곳
미국에서 디자인 공부를 했는데, 유학을 가게 된 계기가 있어요? 
21살 때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어요. 사실 고등학교 때 적응을 잘하지 못했어요. 원하는 공부도 할 수 없고, 입시를 해서 대학에 가는 것도 좋지 않았어요. 사실 하고 싶은 게 없었나 봐요. 음악을 좋아하고 하고 싶긴 했지만, 음악 이외에 다른 것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거죠. 미술을 하고 싶었어도 어렸을 때부터 하지 않으면 입시를 하기가 힘들잖아요. 아무래도 꿈에 대한 열정이나 용기도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상태로 한국에서 대학을 가니까 잘 안 가게 되더라구요. 그러던 차에 미국에 갔는데 여기서 공부를 새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찾은 게 그래픽 디자인이에요.

미국에서 공부한 방식들은 잘 맞았어요? 
잘 맞았어요. 한국에 있을 때 그렇게 칭찬을 받았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자신감이 많이 생겼죠. 처음에는 의심도 했어요. 미국 사람들이 워낙 친절해서 모두에게 하는 말이고, 그다음에 하는 말들이 진심이 아닐까, 고민을 했었죠. 그래서 교수님한테 진심이냐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그랬더니 교수님이 내가 왜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냐는 식으로 정색을 하셔서 실수했구나 싶었죠. 한국에서는 주어진 것들을 하게 되는데, 미국에서는 스스로 알아서 해야 되거든요. 그런 방식이 좋고, 익숙해졌었어요. 

미국에서 디자인 회사에 다니면서 일을 했잖아요. 근데 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미국 내에서 다른 주로 이직을 하게 됐어요. 준비하는 동안 3개월 정도 시간이 생겨서 그때 한국으로 온 거죠. 근데 갑자기 이직하려는 직장에서 제가 일할 포지션을 취소한 거예요. 미국에 있었으면 다른 직장을 구해서 비자 문제가 없게끔 할 수 있는데 한국에 나와 있어서 당황스러웠죠. 이직을 하려면 취업 비자를 옮겨야 하거든요. 근데 또 한국에 있던 3개월간은 다시 돌아갈 생각으로 있다 보니까 너무 재밌었던 거예요. 일을 했으면 빨리 돌아가야지 생각했을 텐데. (웃음) 

다시 안 돌아가고 싶어요? 
한국에 온 지 5년 됐거든요. 중간에 돌아가고 싶긴 했는데, 공교롭게도 제가 노래를 만든 게 2010년부터였어요. 음악을 하면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게 되니까 지금은 계속 있고 싶어요. 사실 언제고 미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가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유학 생활을 해서 그런지 음악에서 이국적인 느낌이 많이 나더라구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다른 분들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더라구요. 제가 소화할 수 없는 부분들은 못 쓰기 때문에 진행이 평이하잖아요. 타이틀 곡이 영어 가사니까 영어로 노래할 때와 한글로 부를 때의 분위기가 다르다는 분들도 많았어요. 영향이 있었나 봐요. 

어떤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어요? 
많은 분들이 물어보셔서 생각해봤었는데, 라디오헤드(Radiohead)인 것 같아요. 그것만 들었다고 할 순 없지만요.

라디오헤드 음악색이 점점 짙어지고 있잖아요. 변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어떤 것 같아요? 
이미 좋아해져버려서 그런 생각은 안 했어요. 변화는 누구나 겪는 거니까요. 
그 밴드의 전성기를 그들한테 계속 바랄 순 없는 것 같아요. 나이도 들고, 보는 풍경도 바뀌니 자연스러운 행보겠죠. 사람들이 좀 악평을 쉽게 하는 것 같긴 해요. 
   
팬으로서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나름의 변화를 무시한 채로 악평만 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죠. 세인 씨도 어쿠스틱 음악을 하다가 일렉트로닉으로 전환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없다고 할 순 없겠죠.  

색깔을 정해놓고 가는 스타일은 아닌가 봐요. 
네, 그런 스타일은 아니에요. 인터뷰를 하면 말씀드리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제가 앨범이 하나밖에 없지만, 지금까지 만든 노래를 들으신 분들이 편안하고 감성적이다, 혹은 요즘 많이 이야기가 나오는 힐링에 대해서 많이 말씀해주세요. 근데 사실 저는 그런 의도로 노래를 만들진 않았어요. 음악 외적인 삶이 워낙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서 노래가 편안하다는 건 저로서도 아이러니한 부분이에요. ‘왜 난 노래를 이렇게 쓰지? 난 이런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래서 저한테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위로는 못 해드리지만, 노래라도 위로를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인 거죠. 

힘들긴 하지만, 창작에 있어서 예민함이 어떠한 원동력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렇죠. 필요할 때도 있거든요. 
그 예민함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살 수 있게끔 균형을 잘 맞춰야죠. 음악을 해서 다행인 것 같아요. 아직은 당당하게 뮤지션이라고 칭하지 못하지만, 창작을 하기 때문에 균형을 맞춰가고 있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예전에는 마냥 우울하거나 힘든 시간을 혼자서 겪어갔는데, 이제는 뭔가를 만들면 되니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가 하는 것들을 누군가에게 맞추지 않으면서 계속해나갔을 때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아직은 스타일이 명확하거나, 스스로도 확신이 드는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장르적으로 혹은 형식적으로 다양한 걸 시도 하면서, 세인이라는 사람이 만든 노래라는 걸 알 수 있게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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