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Optimized Actor

최적화된 배우

Kim, Kangwoo

 

2005년 5월, 배우 김강우를 처음 만났다. 선배 에디터의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그는 첫 주연을 맡은 영화 <태풍태양>의 개봉을 앞두고 있었고, 에디터는 이제 막 수습 에디터 2주차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7년 뒤, 그와 다시 마주했다. 그는 18편의 영화와 4편의 TV 드라마에 출연한 10년차 배우가 되어있었고, 에디터는 200여 명의 인터뷰이를 만난 7년차 에디터가 되어있었다. 7년이라는 시간은 그와 에디터를 변하게 만들기도, 변하지 않게 만들기도 했다.

 

커버 (54).jpg

 

지난 달, 파운드 매거진은 2013년에 꼭 마주하고 싶은 인터뷰이를 선정했다. 에디터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이는 김강우였다. 2012년 스크린과 브라운관, 그리고 책을 통해 만난 그는 전과 달라져 있었다. 자주 입어 길들여진 제 옷을 입은 듯 편안해 보였고, 그 어떤 일이 닥쳐도 여유로운 미소를 날릴 것만 같았다. 그런 그의 모습은 썩 괜찮은 신호처럼 느껴졌다. 에디터는 다음과 같은 선정 이유를 12월호에 실었다.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게 보인다. 그 영역이 어느 날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커지더라도 그는 우왕좌왕하지 않을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단단하고 탄탄하게 다져놓았기 때문이다. 그 단단함과 탄탄함의 밑바탕이 되어준 무언가가 궁금하다. 왠지 그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는 배우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10년차 배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자신을 포장하는 일에 서툰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영역에 대한 이야기와 단단함과 탄탄함의 밑바탕이 되어준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놨다. 그 이야기는 어쩌면 당신이 지금까지 들어온 이야기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디터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확신하게 됐다.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싸이’처럼 10억 명의 관심을 받게 되더라도 그는 우왕좌왕하지 않을 거다.

 

A커버스토리_김강우 작품 (10).jpg

영화 <돈의 맛>

 

#1. 재미있어지다
<돈의 맛>, <해운대 연인들>, 태국여행 에세이, 2012년에 공개된 작품들을 보면서 편해지고 여유로워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재밌어서 그런 걸 거예요. 연기하는 행위 자체가 재밌으니까.

 

그 전에는 재미없었어요? (웃음)
크게 재미를 못 느꼈어요. 그냥 직업이었죠. 직업.

 

재미를 못 느꼈다니 좀 충격적인데요. 그럼 2012년에 어떤 계기나 변화가 있었던 거예요?
음… 사춘기는 갑자기 오잖아요. 내가 계기를 갖는 게 아니고, 갑자기 몸에 털이 나네. 그런 것처럼 갑자기 그랬던 거 같아요. 기자 분들도 글 쓰는 게 매일 즐거운 건 아닐 거 아니에요. 갑자기 재미있는 날이 있잖아요. 2년 전 즈음부터 갑자기 현장이 재미있어지더라구요. 다행인 거죠. (그동안의) 8년이 얼마나 억울할 뻔했어요. (웃음)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태국여행 에세이(<두 남자의 거침없는 태국여행>)는 의외의 행보였어요.
저는 여행갈 때 사진기도 잘 안 들고 가요.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보다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렇게 여행을 다니다보니까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 순간에 대한 얘기들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평소에는 수다를 별로 안 떠는데 여행을 가면 좀 떨어요. 함께 여행을 갔던 친한 형과 태국에 대한 얘기만 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게 재미있을까?’와 같은 얘기들을 했어요. 이렇게 처음 만나서 인터뷰를 하는 나와 친한 사람들이랑 있을 때의 나는 다르잖아요. 편하죠. 그 모습을 멋 부리지 않고 담아내고 싶었어요.
 
영상으로 기록할 수도 있는데 글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어요?
제일 솔직한 거 같아요. 영상은 뭔가를 해야 될 거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가 않더라구요.

 

A커버스토리_김강우 작품.jpg

TV드라마 <해운대의 연인들>

 

<해운대 연인들>을 보고 ‘김강우에게 저런 코믹한 면이 있었나?’ 하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저도 그 정도까지 갈 줄은 몰랐어요. 영화랑 다르게 대본이 끝까지 나와 있는 게 아니니까요. 코미디는 웃기려고 하면 안 되는 거 같아요. 당사자는 되게 진지해야 돼요. 절실해야 되고. 그게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에요. 웃기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배가 고파서 막 먹고, 진짜 슬퍼서 우는데 너무 절실해서 웃긴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죠.

 

늘 입던 옷이 아니라서 좀 다르지 않던가요?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런 건 있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멋있게 총을 든다거나 카메라워킹의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그냥 감정으로 가는 거니까. 그래서 더 즐겨야 했던 거 같아요. 다른 작품들을 할 때는 내 감정과 카메라가 딱 맞아떨어져야 했는데, <해운대 연인들>은 정확한 동선 없이 제가 노는 거에 따라 카메라가 움직이는 식으로 찍었어요.

 

그래서 예전에 그런 얘기를 했나 봐요. 멜로는 배우의 연기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르이기 때문에 30대 중반 이후에 하고 싶다고.
맞아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 가지 감정을 느낀다고 하면 사랑도 해보고, 차여도 보고, 결혼도 해보고, 애도 낳아보고, 더 많은 걸 느꼈을 때 더 좋은 감정, 더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한 거였어요. 특히 멜로는 새로운 걸 하기가 힘들어요. 새로운 감정이 뭐가 있겠어요? 더 깊게 느끼고, 그걸 어떻게 보여주느냐의 차이겠죠. 

 

그럼 ‘내가 어느 정도 연륜도 쌓이고, 경험도 쌓였으니까 멜로를 해도 되겠네’라고 생각한 거예요? (웃음)
아유.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옛날에는 멜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근데 최근에 재미있을 거 같다, 나 자신한테 덜 부끄러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편하게 재미있게 가면 되는데 전에는 겁을 먹었던 거 같아요.

 

A커버스토리_김강우 (4).jpg

 

#2. 밑바탕의 솔직함
신인 때부터 줄곧 연기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있잖아요. 탄탄한 연기력의 밑바탕이 되는 건 뭐예요?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인데요. 음…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저는 하루에도 12번씩 ‘배우로 사는 게 맞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와이프한테 많이 혼나기도 해요. 그건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런 거 같아요. 내 재능에 대해서 믿음이 없기 때문에. 그러니까 불안한 거죠. 옛날에는 잘 때도 대본이 옆에 없으면 못 잤어요. 극도로 예민했죠. 그리고 솔직하려고 해요. 나 스스로에게도, 카메라 앞에 섰을 때도. 물론 지금까지 저도 모르게 많은 스킬들이 쌓였겠죠. 그건 다 무시해요. 그냥 솔직하게, 대사 하나를 해도 솔직하게, 방법은 그거예요. 그 방법밖에 없어요. 그리고 나쁘게 안 살고, 남한테 해 안 끼치고. 속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좋은 배우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잘하는 배우는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좋은 배우가 되기는 힘든 거 같아요. 아이나 동물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면 감정 이입이 잘 되는 게 착하고 솔직해서 그런 거예요. 

 

근데 왜 이렇게 자신한테 믿음이 없어요?
(웃음) 저의 재능을 못 믿는 거예요.

 

10년 했으면 믿어도 되지 않나? (웃음)
믿기보다 익숙해진 거죠.

 

‘자뻑’ 기질이 없나 봐요.
그런 건 없어요. 근데 카메라 앞에 섰을 때는 가지고 가요. 그 순간만큼은. 대학에서 연기를 처음 배웠을 때부터 그렇게 해왔어요. 그러지 않으면 못하니까.

 

훈련이 된 거네요.
인간적으로 결핍이 많은 사람이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꾸준히 무엇을 하지도 못하고. 어느 자리에서건 자신만만하게 노래하고, 술자리를 리드하는 외향적인 사람들을 보면 되게 부러워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근데 그건 성향인 거잖아요. 안 되는 걸 억지로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니까.

 

본인한테 연기 잘했다고 칭찬한 적도 없겠어요?
어유. (웃음) 없어요. 

 

어느 정도의 칭찬은 스스로에게 득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칭찬은 해요. 성실하긴 했다. 열심히 했다. 나중에 내 아들이 보든, 누가 보든, 열심히 안 했네, 이런 말을 듣지는 않겠다.

 

그럼 연기력이 좀 늘었나요? 데뷔 때보다.
데뷔 때보다는 늘었겠죠. 매체에 익숙해졌으니까.

 

하루에도 12번씩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고민한다니까 슬럼프나 매너리즘도 자주 올 거 같아요.
작품이 끝나고 나면 오죠. 작품의 캐릭터 때문에 힘들진 않아요. 저는 작품이 끝나면 대사도 기억이 안 나요. 아예 싹 잊어버려요. 다시 나로 돌아오니까 무료한 거죠. 역할 속에서는 재밌는 사람이고 러블리한 사람인 반면 현실의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니까 우울해지는 거죠. 심심하고.

 

좀 위험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웃음) 계속 작품을 해야 될 거 같아요.
(웃음) 그런 배우들 많을 걸요? 거의 내성적이에요 배우들이. 제가 여행을 가는 이유도 낯선 곳에 가면 다른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순간이 오니까 가는 거예요.

 

 

 

김강우 | “오래 걸리더라도 내 방식대로 살아가려구요” Part 2에서 이어집니다.

http://foundmag.co.kr/58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