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밤 각자의 시간
Epiton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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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톤 프로젝트의 목소리에서는 사랑에 어리숙한 남자가 부르는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그는 화려한 언변이나 가창력을 지니진 않았지만, 흘러가는 시간과 찰나의 감정을 회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지난 7일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에피톤 프로젝트의 <각자의 밤> 앵콜 콘서트가 열렸다. 경쾌한 연주 음악으로 시작된 이번 공연은 무대 조명과 세션 등에 많은 공을 들였다. 감성적인 음악을 형상화할 형형색색의 조명과 숲으로 꾸며진 무대 뒤편, 남녀의 이별과 만남을 담은 영상, 오케스트레이션과 밴드 세션까지 에피톤의 감성을 무대 위에 그대로 재현했다.

여자 보컬들과 호흡이 좋기로 유명한 에피톤은 3집 <각자의 밤>에서 그간 작업했던 심규선이나 한희정 외에 손주희, 선우정아, 아진 등 실력 있는 여성 보컬리스트들과 함께했다. 촉촉한 목소리의 아진, 시원한 가창력의 손주희, 존재감이 대단한 선우정아가 오프닝 무대에 등장해 각자의 목소리로 에피톤을 노래했다. 특히 에피톤의 여리한 감성을 파워풀하게 표현한 선우정아와 손주희의 섬세한 가창력이 인상적이었다. 

피아노 앞에 앉은 에피톤은 마치 일기를 쓰듯 무대를 채워나갔다.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고 말하곤 혼자 조용히 회상했다. 그리곤 노래를 불렀다. 그는 말 대신 음악으로 자신의 여정을 들려줬다. 관객들은 그의 음악을 들으며 힘들고 즐거웠던 감정의 응어리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무작정 즐거운 무대로 기억을 미화시키거나 해소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떨리는 목소리에선 떠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졌고, 경쾌한 멜로디에서 즐거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도 많았다. 그간 많은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면서 입이 벌어지거나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던 적은 많았지만,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는 느낌은 오랜만이었다. 사람의 감정은 ‘보편성’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하지만 에피톤의 음악은 보편성보다는 ‘공감’이 먼저다. 보편적인 감정으로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닌, 조용히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 두 시간 여 동안 그의 음악을 들으며 수많은 관객들의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렇기에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여운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12월 16일 파스텔뮤직 컴필레이션 앨범 <사랑의 단상 Chapter 5. The Letter From Nowhere>를 발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