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평화로운 부엌.
오븐에 넣을 머핀 반죽을 만들며 아름다운 실루엣을 보여주는 마고.

아름다운 공간을 부드럽게 응시하던 카메라의 시선은
초점을 흐리게 하거나 손과 발 등의 신체 일부를 전체로 보여주면서

나른함과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을 표현한다.
그리고 뒷모습의 윤곽만 희미하게 드러낸 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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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는
결혼 5년차 프리랜서 작가인 마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상의 섬세한 기록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생기 넘치는 순수한 모습으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 미쉘 윌리엄스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인상적인 역할을 했던 배우라 기억에 남았었다.)

다정하고 가정적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남편 '루'와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빈 틈이 생겨버린 것만 같다.
때마침 등장한 매력적인 남자 대니얼은

빈 틈을 응시하고 있던 마고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아버리고,

그녀의 발걸음이 불안함을 향해 나아가도록 조금씩 이끌어낸다.

강렬한 자극과 이끌림 그리고 익숙한 편안함과 여유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는 마고.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그녀의 모습을 스스로에게 투영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새로운 사랑을 선택한 마고의 일상은
반짝이는 생기를 얻은 듯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더욱 강하고 자극적인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마고와 대니얼은
그녀가 루와 함께 생활했던 모습을 데자뷰처럼 되풀이한다.

"인생에는 빈 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꿔가면서 살 수는 없어."라는 영화 속 대사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행복의 완성이 결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완벽한 착각임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그러나 이 영화는 관객에게 어떠한 도덕적 판단도 강요하지 않는다.
마고는 남편인 루와 함께여서 행복했던 것이 아니며,
애인 대니얼과 함께 있어서 행복했던 것이 아니다.

그녀가 대니얼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던 장면을 가만히 떠올리던 순간
이 영화가 왜 편안하게 다가왔는지 깨닫게 되었다.
놀이기구의 움직임과 노래가 끝난 그 순간의 어색함과 생경함을 이기지 못했던 그녀는

혼자서 그곳을 다시 찾았을 때 행복으로 충만한 표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스스로의 존재로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보여지는 한 남자의 뒷모습은 그가 누구인지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 되면 그가 누구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원제 [Take This Waltz]와 국내 개봉 제목인 [우리도 사랑일까]는
아주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영화를 바라보게 한다.
마고 스스로 자신만의 왈츠를 추는 절정의 순간이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지금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흔들리는 찰나의 순간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누구도 정답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평소에 작은 웃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남편 루의 마음이야말로

진짜 사랑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한다.
아직까지 인생의 해피엔딩을 꿈꾸는 순수함이 남아있다면

이 영화를 보며 조금 더 냉정하게 삶에 대해 생각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