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SEULKI
the winner of creative spirits

 

‘그림’이라는 무중력 공간
지난 호에 소개된 ‘Orange universe’의 우주비행사를 기억하는지. 무중력 공간에서 일탈의 자유를 누리던 사람들 말이다. 어쩌면 김슬기에겐 이들을 그려내는 일 자체가
일상의 중력을 뛰어넘는 경험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종이를 펴고 손에 익은 펜을 쥘 때, 그녀는 생활인을 넘어선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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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Spirits에는 어떻게 지원하게 됐어요?

트위터에서 리트윗된 글을 봤어요. ‘Creative Spirits’ 지원에 대한 거였죠. 그 때는 이미 ‘Orange universe’를 그려놓은 상태였고, 어딘가에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었어요. 그래서 문을 두드리게 됐어요.
 
전업 일러스트레이터이신가요? 아니면 다른 일을 함께 하고 있나요?

전업 일러스트레이터는 아니에요. UX Design Agency에서 모바일 디바이스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어요. 일러스트 작업은 퇴근 후나 주말에 주로 하는 편이고요. 이렇게 두 영역의 활동을 병행하는 패턴이 삶의 균형을 맞춰줘요.
 
펜 선의 질감이 잘 살아 있어요. 종이에 직접 그리시는 건가요?
네. 가장 일상적이며 평범한 방법을 써요. 질 좋은 종이에 그리려면 손이 경직되는 터라, 부담 없는 이면지나 저렴한 스프링 무지 노트에 작업을 하구요. 펜은 일반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마하펜’을 사용해요.
 
색상 작업도 종이에 직접 하세요?
색은 대부분 컴퓨터에서 입혀요. 다양한 컬러를 시도해볼 수 있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종이에 직접 칠한 후에 스캔을 하기도 했는데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요즘은 그 방법을 자주 사용하지 않아요.
 
작업 과정에서 특히 신경 쓰는 것은 뭐예요?
기본적으로는 선의 느낌에 비중을 둬요. 선의 강약 조절이 제 감성을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에는 더 과감하게 생략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생략한 만큼 보는 사람들이 각자 채워나가게 되거든요. 그러면서 각자 생각하고 느끼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겠죠. 그 다음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건 색상이에요. 색상은 보는 사람이 느끼는 감성의 폭을 결정하는데, 그 폭을 다루는 주제에 따라 알맞게 조절해야 하거든요.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컴퓨터로 하는 후반작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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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소재는 주로 어떤 건가요?
대중적이면서도 그리기에 매력적인 물건이나 인간 유형을 그리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동차, 각종 유니폼 입은 사람, 건축물, 느낌 있는 소품, 조형적으로 괜찮게 생각되는 동물 같은 게 소재로 많이 쓰였어요.

작업 과정 중 가장 힘든 때는 언제예요? 예컨대 에디터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써 내려가기 시작해야 할 때가 그렇거든요. 일러스트 작업은 어때요?
저는 반대예요. 시작은 곧잘 해요. 그런데 작업을 마치고 나서 한동안 잊고 있다가 다시 보면, 전혀 발전이 없어 보이거나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어요. 열에 여덟은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계속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일러스트레이션의 매력은 뭐예요?
작업 안에서는 무엇이든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그림으로 옮길 때 느끼는 쾌감, 내 세상을 만드는 듯한 느낌은 상당히 중독성이 있어요. 오랜만에 그런 매력을 느낀 작업이 ‘Orange universe’였구요.
 
자신의 작품이 가진 개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제 작품에 대한 적절한 비유를 찾자면, 아무래도 ‘이태리 고급 파스타’보다는 ‘수타 자장면’쪽에 가까울 것 같아요. 다듬어지지 않은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단기적인 동시에 장기적인 목표로 ‘지속가능한 작품 생산’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업 작가가 아니기에 지속성이 중요해요. 지금과 같은 방식의 매체 노출이나 상업적 일러스트레이션으로의 영역 확대가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개인 작업은 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데 한계가 있어 (작업 과정에서) 동기 부여가 잘 안될 수 있거든요. 5년 뒤에는 전시회를 열고 싶은, 정말 호흡 긴 계획이 있구요. 거기서 조금 더 시간을 당겨 보는 것도 계획 중 하나예요.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꿈이 있다면?
40살이 되고, 50살이 되어도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 작품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것이 제가 가진 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