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DREN
시각적 카타르시스

 

창백한 얼굴의 톰 요크(Thom Yorke)가 꽃과 나비와 함께 서 있다. 꽃으로 심장을 관통당한 소년의 손에는 사랑의 촛농이 흐른다. 화려한 표현 속에 녹아 있는 자유분방한 상상력. 킬드런(Kildren)은 수많은 창작물들로부터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자신이 떠올린 느낌 그대로를 캔버스에 담아내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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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dren’이라는 이름의 뜻이 궁금했어요. 무슨 의미인가요? 애와 어른의 중간이란 뜻이에요. 가끔 코 크고 머리 노란 친구들이 “Kill the Children?”이냐며 묻는데, 그건 아니에요. (웃음) 회색 인간으로 철들기보다는, 화끈하고 자유롭게 창작하며 살자는 뜻을 담고 있죠. 2005년부터 쓴 이름이에요.

 

지금 일본 도쿄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얼마나 됐어요?  지난 2009년 초에 왔으니 올해로 3년째네요.

 

도쿄에서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새로운 마음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해보고 싶었거든요. 전 어렸을 적부터 쭉 미술을 해 왔고, 지난 10년 동안 학원에서 미술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하지만 모든 걸 비우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요. 선 그리기, 색 다루는 법부터 다시 공부했죠.

 

그렇게 새롭게 시작해야 할 이유가 있었어요? 사실 유학 오기 전 방황을 많이 했었거든요. 전 오랫동안 미술학원 강사 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그런데 점점 ‘장님’이 되어 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실 내 꿈은 작가로서 성공하는 건데, 창작하는 게 정말 즐거운 일인데, 가족에게 충실한 것도 아니고 제 스스로에게도 충실하지 않은 어중간한 삶을 사는 것 같았어요. 갈수록 궁지에 몰리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호젓하게 혼자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요.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해 유학길에 올랐죠.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있었어요? 일본에 온 후 2년간은 정말 그림만 그렸어요. 개인 블로그도 닫고 외부와 어떤 소통도 하지 않았죠. 제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와야 외부와도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동안 그려왔던 걸 다 잊고 새로 시작하는 단계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2년이 지난 후, 올해 봄부터는 일본과 한국의 블로그를 통해 작업물을 공개하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일이 잘 풀렸어요. 지금은 프로젝트 아트 디렉팅도 준비하고 있고, 일본과 한국 몇몇 아트 웹진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요즘 주로 어떤 작업을 해요? 수작업 일러스트, 그리고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회화 두 가지를 같이 하고 있는데요. 일러스트는 클라이언트로부터 의뢰를 받아 진행하는 상업적인 작업이구요. 회화 작업은 제 개인의 우주를 살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떤 인물을 제3의 공간에 배치하고 팝적으로 연출하는 방식이죠.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걸 그리려 노력해요. 그냥 그리고 싶은 것, 제 머릿속을 간질이는 이미지를 그대로 그려요. 지금까지 시, 음악, 영화, 미술 등 다양한 문화에 심취해 왔어요. 그걸 믿고, 제게 스며오는 느낌 그대로 진행해요.

 

작품들을 보면, 특히 대중음악으로부터 영감을 많이 얻는 것 같은데? 중학생 때부터 음악에 깊이 심취했거든요. 오래된 가요, 흑인음악, 록, 팝에 미쳐 거의 매일 음반을 구입했어요. 팝문화에 빠져 살았던 거죠. 워크맨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 그리는 낙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어요. 지금도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아요. 시리즈 작업이 아닌 일러스트의 경우엔, 영감을 얻은 음악 제목을 작품의 제목으로 그대로 차용할 정도니까요.

 

그렇게 완성해 낸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건 뭔가요? 시각적 카타르시스. 거기까지가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 이후의 진행은 보는 이가, 각자 살아온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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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 작품 소개에 쓴 말과도 연관되는 것 같네요. “썰을 풀어 당신의 상상력을 죽이는 만큼 권위적인 것은 없다”라는 거. 말이 그림을 그려주는 잘못된 예를 너무 많이 봐 왔어요. 하지만 작품이 공개된 후라면 이후의 감상은 온전히 보는 이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관객이 자유로이 상상하고 받아들이는 게 이상적이에요. 말 많이 할 거면 글을 써야죠. 그림 그리는 사람은 그림으로 말하면 돼요. 그게 그림의 힘이구요.

 

한국에는 언제 돌아와요? 내년 초에 돌아갈 계획이에요. 본격적인 활동도 그때 시작할 예정이구요. 서울 변두리에 작업실을 얻어서 정말 미친 듯이 해보고 싶어요. 일본에도 채널을 만들어 둔 채 지속적으로 오고 갈 계획이에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일러스트레이터, 화가, 아트디렉터 등 제가 잘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영역들을 오가며 유동적으로 활동할 거예요. 장르를 한정하지 않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많이 보고 듣고 느끼고 또 뛰어야죠. 소명의식을 갖고,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