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a Young and Ambitious Soul
청춘호텔

 

Editor> 반주형 Photo Editor> 천윤기

 

FOOD (1).jpg

 

FOOD (2).jpg

 

더위가 언제 찾아오고 언제 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비를 퍼부어대던 올 여름, 궂은 날씨가 누군가의 잘못이라면 화풀이라도 할 텐데 믿는 신도 없는 탓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침대에서 뒹굴기 일쑤였다. 일주일이 넘도록 쉬지 않고 내린 빗줄기는 좀처럼 풀리지 않던 개인적인 문제들과 담합이라도 한 듯 나의 모든 의욕을 한풀 꺾어 놓은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자정이 갓 넘어가고 있을 때쯤, 친구로부터 청춘호텔로 나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청춘호텔. 좀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름이지만 전화를 받기 며칠 전 트위터를 통해 얼핏 본 기억이 떠올랐다. 한강 고수부지 초입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잘생긴 청년이 있다고. 사방천지에 널린 게 포장마차고 그 천편일률적인 포장마차 음식들에 큰 흥미가 없는 나였지만  잘생긴 청년이 파스타에 소주와 와인을 판다는 이야기는 만사가 귀찮던 여름 밤 나의 두 다리를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 압구정 현대고등학교와 미성아파트 사이 길의 고수부지로 이어지는 ‘토끼굴’에 도착했다. 우산을 무용지물로 만들 정도로 거센 빗줄기와 청춘호텔의 엉성한 주황색 타포린 천막, 그리고 그 천막을 통해 뿌옇게 새어나오는 노랗고 붉은 촛불과 올리브오일에 익어가는 마늘 냄새의 조화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좁디 좁은 공간에 억지로 등받이 없는 플라스틱 의자를 끼워 넣어 이미 촛불만큼 붉게 달아오른 일행들과 얼굴을 마주 대고 등허리로는 들이치는 빗방울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파스타는 커녕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소문대로 젊고 잘 생긴대다가 눈치까지 빠른 포장마차 주인은 요리를 하던 손을 놓고는 뛰쳐나와 들이치는 비를 어떻게든 막아주려고 정작 본인은 온몸으로 비를 맞아가며 천막과 씨름을 했다. 독특한 메뉴(포장마차로서는)의 퀄리티와 와인의 셀렉션을 논하기 이전에 청춘의 패기가 우선인 곳. 청춘호텔의 첫인상이었다. 그날 나는 나를 불러낸 일행들보다 청춘호텔의 주인인 대열이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여전히 어린 나이지만 어릴 때부터 요리학교를 다니며 어떻게 공부를 했고,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나는 조언이랍시고 몇 마디 건네긴 했지만 의욕 없는 여름 밤 에너지를 얻은 건 정작 나였던 것 같다.
그날 이후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 대열이는 잦은 신고 탓에 포장마차 영업을 중지해야 했고 이내 특유의 추진력으로 압구정 로데오 한복판에 작은 둥지를 마련했다. 낮에는 주차장으로 쓰이는 건물 한 켠의 작은 공간에 작지만 야무진 부엌과 홀을 만들어 손님 맞이와 요리, 카운터까지 일인 다역을 기가 막히게 해낸다. 안주하지 않는 성격 탓에 메뉴의 발전도 꾸준하다. 파마산 치즈로 도우를 직접 만들어 피자를 구워내는가 하면 최근에는 포장마차 때는 할 수 없었던 바베큐 그릴을 구해와 훌륭한 립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덕분에 허기가 질 때면 순대국과 설렁탕이 선택의 전부였던 새벽 시간에 지금까지는 즐길 수 없었던 만찬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고민하고 발전하는 젊음의 에너지는 주문한 음식과 함께 덤으로 제공된다. 청춘호텔 메뉴의 비밀 레시피다.

 

 FOOD (3).jpg FOOD (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