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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igh Line New York
New York, USA
마신영

‘하이라인(The High Line)’은 과거 화물열차가 다니던 고가 철도를 비영리 단체와 시민들 그리고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힘을 합쳐 도심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프로젝트다. 오래전 사용이 중단되어 흉물로 남아 철거 위기에 놓여있던 이 공간이 지금은 복잡한 도심 한가운데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휴식처가 되며 여러 가지 이벤트가 열리는 문화 공간으로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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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 강을 따라 미트 패킹(Meatpacking District)부터 첼시(Chelsea)의 30번가까지 남북으로 길게 연결된 이 지상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 마련된 벤치와 계단식 의자 그리고 잘 가꾸어진 꽃과 나무들 사이로 허드슨 강과 맨해튼 거리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옆으로 나란히 들어선 고급 주택들과 프랭크 게리(Frank Gehry), 장 누벨(Jean Nouvel), 렌조 피아노(Renzo Piano) 등 유명 건축가들의 빌딩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하이라인은 총 3구역으로 나뉘어 공사가 진행되었는데 지금은 2구역까지 오픈 돼 운영되고 있으며 34번가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은 올해 완공 예정으로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이라인에 빠져든 세 명의 뉴요커가 하이라인의 매력에 대해 얘기했다. www.thehighlin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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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가는 과거의 공간 
Sunny Helena Lim
제가 생각하는 하이라인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 좋다는 것과 주변에 갈 곳이 많다는 것입니다. 미트 패킹과 첼시에 자리 잡고 있고 지하철역도 가까이 있어 친구들과 만날 때 약속 장소로 정하기도 합니다. 굳이 시간을 따로 내서 센트럴 파크같이 큰 공원으로 가지 않아도 바쁜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자연을 만끽할 수 있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저는 합창단 지휘를 하는데 저의 직업보다는 인테리어, 패션, 요리에 관심이 많은 저의 라이프 스타일과 하이라인이 잘 맞아 떨어지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라인 주변에는 이름난 레스토랑과 커피숍, 첼시마켓 등의 상점이 많아 근처에 오면 굳이 다른 데로 옮겨 다니지 않아도 한 번에 식사, 쇼핑, 휴식 등 모든 일이 가능해 무척 편리합니다. 그리고 저는 예전의 것을 무작정 없애버리지 않고 이렇게 멋지고 새롭게 공원으로 바꾼 이 프로젝트의 컨셉이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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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공의 조화
Parker
저는 패션에서 영감을 받아 순수미술 작업을 하는 사진작가입니다. 이제 막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잠깐 들렀는데 오늘 날씨가 좋고 바람도 선선해 기분전환이 되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이라인에 올라 허드슨 강을 바라보면 선착장이라든가 물 위에 떠 있는 배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마치 저의 고향인 플로리다에 있는 마리나 잭(Marina Jack)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주어 향수에 젖게 만듭니다. 그리고 저는 하루 중에 해질 무렵을 제일 좋아하는데 이곳에서의 일몰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하이라인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뿐 아니라 산책로를 따라 잘 조성된 야생화나 나무들의 자연적인 요소가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닥을 보면 예전에 쓰였던 녹슨 철로가 그대로 디자인의 한 부분으로 남아있고, 강을 향해서 나열된 나무 벤치도 바퀴를 달아 선로를 따라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이런 작은 것들까지 섬세하게 디자인된 하이라인은 저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사진 작업에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www.parkermccom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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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힐링 플레이스 
Daniel
저는 잡지사에서 패션 어시스트를 하고 있는데 하이라인에 오면 다양한 사람들의 패션을 구경할 수 있어 좋습니다. 특히 미트 패킹에는 사진 스튜디오나 갤러리가 밀집돼 있고 패션 브랜드 샵이 몰려있어 이곳 주변에서는 항상 패셔너블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재밌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저는 사람이 많은 낮 시간을 피해 저녁 때 오는 것을 선호하는데 일단 번잡하지 않아 좋고 공원 내 선로를 따라 설치된 조명이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리고 첼시의 불 켜진 야경이 낮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이라인에 설치된 조각 작품이나 주변에 그려진 벽화 등을 보며 종종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특히나 프로젝터와 주변 건물의 빈 벽을 이용해 상영되는 아티스트의 작품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렇듯 하이라인은 단순히 휴식만 취하는 곳이 아닌 문화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 제가 좋아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Instagram: @mrdrasmussen

마신영: 뉴욕에 사는 아트 디렉터. 다수의 패션 광고 작업에 참여하고 있고,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등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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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Forever Navigli Milano
Milano, Italy
Italy 국정윤

‘스트리트와 피플’이라는 이달의 주제를 건네받자마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떠오르며, 동시에 밀라노의 물길이 생각났다. 조금 엉뚱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물길도 길이니 물길과 사람을 주제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

밀라노에는 2개의 운하(Navigli, 이하 나빌리)가 있다. 포르타 제노바(Porta Genova)역 부근에서 시작하는 2개의 물길로, 밀라노 외각 지역까지 길게 자리 잡고 있는 운하다. 밀라노 두오모(Duomo)를 건축할 당시 고급 대리석을 운반할 목적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완공 이후에도 다양한 물자들이 밀라노를 오갔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 물자와 건설 장비들이 오갔던 한 때 중요한 물길이었다. 이후 도로와 철도가 건설되면서 나빌리를 통한 물자 운반은 줄어들었지만 밀라노 사람들은 여전히 나빌리를 찾아 물건을 사고팔았다. 이 모습을 지켜본 밀라노시는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 대형장을 열기 시작했고, 지금의 나빌리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또한 지금의 밀라노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역시 나빌리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것이 나의 친구 엘렌 교수의 설명이다. 더불어 소싯적 나빌리를 주름 잡았던, 아니 구겨봤다는 무용담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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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인 지금은 물길을 사이에 두고 레스토랑, 바, 빈티지 상점 등 상업지구가 형성되어 있고, 현재의 밀라노 사람들에게 다른 의미에서 중요한 물길이 되고 있다. 물을 볼 일이 없는 불쌍한 밀라노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는 아주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빌리는 젊음의 거리로도 통하는데, 한국의 홍대와 비교한다면 많이 다른 느낌의 젊음의 거리라고 할 수 있을 거다.(사람들의 목소리보다 아이돌의 유행가와 프랜차이즈가 홍대 거리를 지배한지 오래이지 않는가. 요즘 세대들과 기성 세대들이 이해하는 홍대 거리의 분위기는 많은 차이가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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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이면, 낮 동안 숨어있던 밀라노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엇에 홀린 듯 나빌리로 향한다. 늦은 8시 즈음 아페르티보(Apertivo, 해피 아워(Happy Hour))나 저녁식사를 시작해 자정이 넘도록 밀라노 사람들은 나빌리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물길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젤라또를 먹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다. 그렇게 유유자적 나빌리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길거리 예술가들의 공연도 볼 수 있는데, 낮과는 다른 빛을 내고 있는 여름 하늘과 손에 들고 있는 젤라또, 그리고 음악은 밀라노의 콧대 높은 태도에 주눅 든 ‘쭈구리’ 젊은 청년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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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엘렌 교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곁에 있어주는 나빌리가 있어 밀라노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밀라노에서 살고 싶단다. 그의 말을 들으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한 길 사람 속은 몰라도 나빌리를 걷는 사람 속은 안다”로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세월의 속도를 몸으로 맞으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은 변하지 않고 늘 같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물러 줄 무언가가 필요한가 보다. 나빌리가 밀라노 사람들에게 그 무언가가 되어주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 소싯적 홍대를 구겨봤던 선배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정윤: 카페 사장이 꿈인 밀라노의 패션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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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Street Shinjuku Tokyo
Tokyo, Japan
이신희

밤이 되면 화려한 패션과 휘황찬란한 액세서리로 온몸을 휘감은 호스트와 호스티스들로 붐비는 신주쿠 유흥의 거리 카부키쵸. 네온사인이 눈부신 카부키쵸에서 조금 눈을 돌리면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신주쿠 안의 또 다른 신주쿠 고르덴가이를 만날 수 있다. 불빛이 화려한 유흥가를 벗어나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7명쯤 앉으면 만석이 되는 2~3평 남짓의 자그마한 바들이 오밀조밀 줄지어 있다. 처음 고르덴가이를 찾은 초심자라도 마치 아까 만났던 친구처럼 반겨주는 마스터와 손님들 덕분에 일단 한 번 발을 들이면 단골집 서너 곳쯤은 만들게 되는 매력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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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 찾은 ‘토토바’라는 술집은 27살의 젊은 여주인이 운영하는 에피소드가 많은 가게였다. 오사카에서 오랜만에 놀러 온 단골손님과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주인 아야카는 손님이 들고 온 찐빵을 나눠주며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고교생이던 시절 친구를 만나기 위해 혼자 도쿄에 왔다가 수중에 돈을 다 써버려 비행기 값을 충당하기 위해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그녀. 그러던 사이 어느덧 도쿄에 정이 들어버렸고 일을 하다 보니 몇 년을 지내게 되었다. 어느 날은 일을 마치고 신주쿠의 주점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데 옆에 있던 한 여자 손님이 같이 마시지 않겠냐며 말을 걸었고, 고르덴가이에 가본 적이 없다는 아야카를 이끌었던 그 날이 고르덴가이와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 날 처음 와본 건데 너무 좋은 거야. 우연히도 아르바이트를 구하더라고. 그래서 주말에 하루씩 와서 아르바이트를 했지. 그러다 사이좋게 지내던 손님이랑 약혼까지 해버렸고”라며 손에 낀 반지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함께 들어선 곳이 바로 지금 여주인으로 일하고 있는 토토바다. 그녀는 고르덴가이를 술을 파는 곳이 아닌 즐거움을 파는 곳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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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은 곳은 나의 단골집인 ‘산쯔보’. 가게 평수가 3평밖에 안 돼 3평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쯔보의 점장 히사노부(이하 노부)는 목소리도, 웃음소리도 독특한 웃기는 아저씨다. 새벽 4시가 가까운 시간에 찾아갔더니 이미 다른 손님들과 함께 얼큰하게 취해 일단 앉으라면서 줄곧 농담만 늘어놓았다. 짧은 인터뷰가 있다고 질문을 던지자 도저히 진지한 이야기는 못하겠으니 그냥 술이나 마시자더니, 최근에 여자친구에게 청혼한 이야기를 하면서는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그의 사진을 찍고 있자니 옆자리 손님들이 자기들도 사진을 찍어달라면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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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바들이 문을 닫는 시간, 보통은 손님이 계속 있길 원하면 영업이 끝났다는 말도 안 하는 게 정 많은 고르덴가이의 바들이지만, 그보다 더 정 많은 노부는 오늘은 피곤하니까 이제 다 돈 내놓고 집에 가라며 우리를 내쫓았다.

이신희: 신주쿠 직장인.



[#46 June, 2014 스페셜 이슈] Street and People Part1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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