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 and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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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Korea_A Relaxed Tongui-dong / Paris, France_Warm and Free Paris / New York, USA_The High Line New York / Milano, Italy_Live Forever Navigli Milano / Tokyo, Japan_Night Street Shinjuku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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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laxed Tongui-dong
Seoul, Korea
양열매

종로를 거쳐 광화문을 지나는 퇴근 길, 사람들이 마치 레이저처럼 지나다닌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직도 꺼지지 않는 수많은 빌딩의 불빛과 광화문 광장에서 쏘아대는 빛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과 맞물려 초스피드 시대를 살아가는 서울 시민을 그려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광화문을 지나기만 하면 마치 암전된 듯이 고요한 동네가 펼쳐진다. 갑자기 삶의 속도가 슬로우 모션으로 변해버리는 곳, 통의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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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모든 기억을 부수고 마는 서울에서 통의동은 꽤 특별한 동네다. 경복궁 서문인 영추문 건너편에 자리 잡은 이 동네는 도심 한복판에서 옛 서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한가롭다 못해 투박하기까지 한 통의동에는 꽤 많은 주택이 밀집되어 있다. 그리고 주택가 골목골목마다 오래된 서점과 세련된 갤러리 등이 이질감 없이 섞여 있는 모습은 이 동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다양한 전시 기획으로 공공장소로 거듭나고 있는 대림미술관부터 한옥을 개조한 갤러리 류가헌, 젊은 예술가들의 전시 공간인 브레인 팩토리 같은 곳이 하나둘씩 생기며 현재는 100여 개의 갤러리, 소규모 카페, 독립출판물 서점 등 문화적인 대안 공간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이러한 통의동에는 누구 하나 잰걸음으로 거닐지 않는다. 다음 목적지만을 생각하며 시간에 쫓겨 앞만 보고 걸어가는 이들이 없다. 천천히 한 발 한 발 거닐면서 건물의 큰 창에 자신을 비춰 옷 매무새를 정리하기도 하고, 정체 모를 건물에 다가가 뭐 하는 곳인지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묻어날 뿐이다. 거니는 사람도 드문 한적한 이 거리에서 여유로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던 이들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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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데이트
정혜수&윤영찬
둘 다 학생이라 학교 끝나고 데이트 하러 왔어요. 통의동은 3~4번 정도 와 본 것 같아요. 대림미술관 전시도 볼 겸 데이트도 할 겸이요. 지난번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 사진 전시만 빼고 근래 대림미술관에서 한 전시는 거의 다 왔어요. 사실 전시하면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대림미술관 전시는 딱 저희 또래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작가와 주제를 지닌 전시라 늘 흥미롭게 보러 오곤 해요. 종로 근처에 있어서 오기도 편하구요. 통의동에서 데이트할 때는 홍대나 명동에서 데이트 할 때와는 다르게 시간을 많이 비울 수 있는 날에 와요. 여유가 많을 때 찾게 되는 동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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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공간 속 사람과 문화가 드리운 곳 
김홍성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구요. 통의동에서 ‘haifai’라고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하고 있어요. 통의동에 사무실을 오픈한 지는 아직 6개월이 채 안 됐어요. 원래 사무실은 안국역 근처 현대 사옥 뒤 편에 있었어요. 사실 그곳도 북촌 쪽이라 통의동과 얼핏 비슷한 느낌이 있는데 요즘 들어 온갖 프랜차이즈가 들어서고 관광지로 거듭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이번에 사무실 이전할 때 어디로 옮겨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디자인 스튜디오는 사실 홍대나 강남 쪽에 많잖아요. 그런데 홍대는 어린 친구들로 가득한 동네라 너무 활기차요. 제가 동화될 수 없는 그런 동네 같은? (웃음) 그렇다고 강남으로 가자니 거기 가면 온갖 야근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거 같았어요. 찾다가 통의동을 돌았는데 저절로 마음이 가더라구요. 이 곳엔 저와 같은 직업군인 디자이너나 건축가, 포토그래퍼들이 많이 모여 있잖아요. 공방과 갤러리들이 다 한 길가에 모여 있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구요. 통의동이 지닌 이런 콘텐츠는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저희도 디자인 스튜디오긴 하지만 앞으로 스튜디오 한 편에 전시 공간을 마련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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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한 템포 쉬어가기
연진아
기분 전환 겸 통의동으로 놀러 왔어요. 금호미술관에서 하는 <키친-20세기 부엌과 디자인>전과 대림미술관에서 하는 <트로이카>전을 보러 왔어요. 통의동에서 갤러리 투어만 해도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요. (웃음) 오늘은 독립 출판물 서점인 더북소사이어티도 갔다 왔어요. 수많은 갤러리와 소소한 카페, 다양한 도서를 접할 수 있는 서점이 한 공간에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어요. 이제 통의동을 지나 국제갤러리에 전시 보러 가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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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m and Free Paris
Paris, France
변수정

유독 휴일이 많은 계절의 여왕 5월. 궂은 날씨가 한껏 풀리고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주말을 맞아 소르본 대학 근처의 룩셈부르 공원(Jardin du Luxembourg)으로 향했다. 역시나 예상했던 것처럼 빼곡한 사람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라는 노랫말이 무심하게 기후에 따라 감정의 변화가 있는 이곳 사람들이 하나, 둘 햇볕을 찾아 공원에 나와 있었다.

처음 리옹에 왔을 때, 공원 시설이 잘 되어있는 것에, 어딜 가든 마주하는 크고 작은 공원의 수에, 또 공원이라는 문화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작게나마 문화적 신선함을 느꼈던 나는 그 후 론 강변(le Rhone, 리옹에 흐르는 강)을 따라 만나게 된 황금머리 공원(Parc de la tete d'or)을 자주 찾았다. 그 곳은 나에게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 달리기 코스이자 마음속 나만의 공원으로 남아있다. 

운동 코스로, 책을 읽는 장소로, 피크닉 장소 등으로 가족, 연인, 친구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원. 그곳의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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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공기를 느낄 수 있는 풍선 같은 곳
두 명의 손녀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할아버님이 보였다. 손녀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준 뒤 쉬고 있는 그는 정말로 멋진 휴일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 근처에 살아서 손녀들과 함께 산책을 하러 자주 오지. 여기 말고도 생 루이 정원이나 방센 공원에도 자주 가. 공원은 항상 자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장소이고 아이들에게도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한 공기를 만끽 할 수 있는 곳이지. 비가 오고 날씨가 좋지 않아도 따뜻한 옷을 입고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니까 말이야.”   

아침에 와서 점심인 지금까지 이곳에 계신다는 할아버님은 때 마침 날씨가 너무 좋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으셨다. 그 모습에서 따스한 마음이 느껴졌다. 자주 이곳을 찾는 만큼 테니스나 농구를 할 수 있는 장소와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소규모 연극이 진행되는 곳 등을 설명해 주셨고, 반대편에 위치한 음악 공연장을 안내해 주셨다. 그 음악을 들으며 작별인사를 한 뒤 발걸음을 안쪽으로 옮겼다. 그 곳에서 각기 다른 스카프를 매고 수다를 떨고 있는 3명의 여대생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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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게 하는 휴식의 장소
“이 공원은 자주 오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 날씨도 좋고 집에만 있기 아쉬워서 햇볕을 쐬러 친구들하고 나왔어요.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잔디밭에 앉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거든요. 가족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여러 가지 스포츠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너나없이 대답을 해주며 공감을 하는 그녀들은 영락없이 밝고 즐거운 20대였다. 그녀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에 덩달아 신이 나 공원 산책을 더 하고 있던 찰나, 테니스를 치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 한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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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목의 푸르름을 즐길 수 있는 곳
“우리는 여름에 친구들하고 함께 피크닉을 즐기러 자주 이곳에 와요. 오늘은 햇볕이 좋아 아이들이 즐기는 모습이랑 테니스 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고 즐겁네요. 파리 안에 있는 정원은 조용하고, 사람들도 다른 곳보다 북적이지 않고, 일상에서 푸르름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아닌가 해요.” 그래서 그런가? 그들에게서 조용하지만 푸른 아우라를 느꼈다면 과장된 것일까? 

공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날씨만큼 따뜻한 웃음을 지니고 있었고,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에서부터 혼자 책을 읽는 사람들까지 각자의 공간에서 만끽하고 있는 이 주말의 여유를 나는 통째로 떼어내 한국으로 옮겨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일상의 스트레스는 잠시 잊고 오늘 하루 잠깐이나마 햇볕을 바라보며 웃어보는 건 어떨까? 

변수정: 한국에서 태어나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프랑스 리옹, 파리를 거쳐 지금은 에페르네에 잠시 머무르고 있는 20대 후반의 프리랜서 디자이너.



[#46 June, 2014 스페셜 이슈] Street and People Part1에서 이어집니다.
http://foundmag.co.kr/36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