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SOYOUNG
2달러 50센트의 가치

 

 ‘$2.50’, 즉 2달러 50센트가 일러스트레이터 이소영의 필명이다. 무슨 뜻일까 궁금해 하는 에디터에게, 그녀는 “그만큼의 가치를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큰돈은 아니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그만큼의 액수로 생명을 이어가거나 희망을 얻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자신의 그림도 그런 가치를 지닐 수 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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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그림에 관심을 가졌어요?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때부터 Creative Spirits에 선정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두 살 터울의 오빠가 그림을 잘 그렸거든요.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우면서 어렸을 적부터 쭉 그림을 그려왔어요. 대학도 시각디자인학과에 진학했구요. 대학생활 중에 인터넷 쇼핑몰 웹 팀에서 일을 시작했고, 졸업 전에 웹 팀장이 되면서 계속 일하게 됐죠. 그러다 ‘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작년에 일을 그만뒀어요. 본격적으로 프리랜스 활동을 시작한 것은 올 초부터예요. 그동안 했던 개인 작업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보냈고, 감사하게도 Creative Spirits에 선정됐어요.
 
착상부터 마무리까지, 한 편의 일러스트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 궁금해요. 처음 발상을 하려고 애를 쓸수록 머릿속은 백지처럼 새하얘져요. 그래서, 뭘 그릴 지 딱히 시간을 투자해가며 생각하진 않아요.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 보면 재미있는 사진이나 특징적인 소재들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이걸 이런 이야기로 그려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하게 되죠. 운이 좋으면 새벽에 자려고 누웠을 때 그리고 싶은 것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그런 날은 정말 신나죠. 소재에 따라 연필, 펜, 디지털 등으로 작업을 하고, 마지막에 디지털로 간단하게 채색을 해 작품을 완성해요.

 

작업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뭐예요? 컬러요. 컬러의 조합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솔직히 제 그림이 다른 작가님들 그림처럼 대단한 수준은 아니거든요. 남들보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생각도 해본 적도 없구요. 그래서 컬러만큼이라도 예쁘게 써서 사람들 관심을 끌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또 한 가지, 그림에서 ‘나는 여자 작가입니다’라는 티가 나지 않게 하려고 신경 쓰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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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적인 감수성을 강조하지 않으려는 건가요? 네. 남성적인 그림을 더 좋아하거든요. 러프하고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작품을 선호하죠. 워낙에 남성적인 성향이 잠재되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예쁘고 화사한 쪽보단 차라리 익살스럽거나 위트 있는 쪽이 더 좋아요. 아기자기한 느낌보다는 툭툭 던지는 듯한 느낌이 더 좋구요.

 

가장 경계하고 싶은, 내놓고 싶지 않은 결과물은 어떤 건가요? 재미도 감동도 느낌도 없는 결과물이요. 재미있는 그림은 사람들이 보면서 웃어주기라도 해요. 감동적인 그림은 그림 한 장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요. 느낌 있는 스타일리시한 그림은 컬쳐 매거진을 통해 소개될 수도 있죠. 그런데 이런 것들이 아무것도 없는 그림은 저를 지치게만 만들어요.

 

특히 관심을 갖고 그리는 주제는 뭐예요? 표현력이 좋지 않아 자주 다루진 못하지만, ‘지구 온난화’라는 이슈는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아 때때로 그리곤 해요. 모든 죽음은 안타깝게 다가와요. 특히나 동식물의 죽음은 죄책감마저 들게 만들죠. 잘못은 우리가 저지른 것 같은데 가장 먼저 죽어나가는 것은 극지의 동물들이고 아프리카 메마른 땅의 사람들, 동식물들이잖아요. 미안해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표현력이 빨리 늘어서 만족할 만한 그림을 많이 그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세계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가 봐요. 사실 제가 가진 작은 목표가 있어요. 회사 다닐 때부터 아프리카 어린이를 한 명 후원하고 있었는데, 매년 연봉 협상을 할 때마다 후원 아동을 한 명씩 늘려가겠다고 다짐했었어요. 그런데 회사를 그만 두고 나니 보수가 일정치 않아서, 아직 후원 아동을 늘리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보다 일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나름의 기준을 세워 후원 아동을 한 명씩 늘려가고 싶어요. 저의 재능으로 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는 것, 그게 작가로서의 목표예요. 무엇이 되었든 가능하다면 제 손으로 직접 그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작품들을 보면, 그런 목표를 즐겁게 또 재미있게 쫓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한 때 인생이 전혀 재미있지 않다고 느껴지는 시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고, 일이 없어도 혼자 그림 그리는 것이 재미있고, 운동도 언제나 재미있고, 하루하루가 재미있거든요. 앞으로도 매일 재미있게만 살고 싶어요. 재미있게 꾸준히 살다 보면 어느새 멋진 일들도 생기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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