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순간
김나래

 

누군가 그랬던가. 카메라는 순간을 영원으로 둔갑시키는 도구라고. 여행의 필수품이 카메라인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거다. 스쳐 지나가는 여행의 장면을 갈무리해 두려, 김나래는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순간은 한 컷의 영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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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다니며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구요? 네. 사실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은 못 되지만, 그나마 여행지로서의 일본을 좋아해서 몇 번 갔었어요. 그밖에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정도? 국내 여행은 더 편한 마음으로 다녀오곤 하구요. 여행이라는 게 결국 매일 보던 풍경과는 다른 새로운 장소를 다니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낯선 것들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게 되더라고요.

 

사람보다는 풍경을 많이 찍는 것 같아요. 인물 사진은 잘 찍지 않아요. 인물에 집중하면 그 외의 것들은 생략되기 쉽잖아요. 여행에서의 인물 사진은 현지인을 모델로 하지 않는 이상 본질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관광지에서 셀카 열 컷 찍느니, 골목 안쪽 가정집에 걸려 있는 빨래 한 컷 찍는 편이 더 좋아요. 그런 장면은 그때가 아니면 다시 접하기 힘드니까요.

 

여행의 순간을 갈무리하는 자기만의 철학이 분명해 보여요. 여행지에서는 사진 찍기보다 그 순간을 즐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기억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사진을 찍게 되는 게 사실이죠. 그렇다고 뷰파인더 안에만 갇히다 보면 여행을 가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직접 눈으로 담으며 웃고 즐긴 후, 그 다음이 사진이라고 생각해요. 자세히 관찰해야 많은 느낄 수 있고, 또 좋은 장면을 포착할 수 있으니까요.

 

‘내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대해 소개한다면? 주로 언제 카메라를 꺼내들어요? 음. 어떻게 말로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순간’이라는 게 아주 짧은 시간을 말하는 거잖아요. 그 짧은 시간 동안, 저도 그냥 그 순간을 느끼고 찍는 거예요. 미리 그 순간을 판단하지는 않아요. 일단 보기에 좋으면 판단하기도 전에 바로 찍는 편이예요. 물론 찍고 나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도 많지만, 좋다고 느껴지는 사진은 이후 두고두고 꺼내보게 되니까.

 

그래도 특별히 좋아하는 소재나 장면이 있을 것 같은데. 햇살이 쪼개지는 모습, 바람의 흐름을 머리카락이 표현해 주는 모습 같은 것? 그런 것들과 마주치게 되면 재빨리 셔터를 누르게 돼요. 여행할 때가 아니면 주로 집 안의 풍경을 많이 찍어요. 집이라는 공간은 매일 머물며 호흡하는 공간이지만 날씨에 따라서, 그날 기분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달리 보이거든요. 특히 낮잠 자는 강아지의 모습, 바람에 찰랑거리는 커튼 같은 것들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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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여행지, 그리고 그 곳에서 찍었던 사진에 대해 소개한다면? 일본 오사카에 가면 ‘공중정원’이라는 곳이 있어요. 야경을 볼 수 있는 고층빌딩 옥상인데 점점 어둠에 잠기는 도시를 바라보다, 갑자기 눈물이 솟아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오사카의 밤 속에서 빛나는 불빛들을 보니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어 갑자기 너무 벅차져서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때 어떤 호주 청년이 다가오더니 제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어요. 마침 카메라 기종이 같아서 부탁했다고, 울고 있는데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하다며 말이에요. (웃음) 그 덕분에 우울함이 조금은 가셨던 기억이 나네요. 그곳에서 찍었던 저녁 풍경 사진이 남아 있어요.

 

가끔 여행지에서 찍었던 사진을 꺼내 보며 그때를 추억하기도 하나요? 네. 사실 그런 목적으로 찍은 사진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제가 좀 감성적이라 일상 속에서 우울해 하거나 울컥거릴 때가 많거든요. 그럴 때마다 여행을 갈 수는 없잖아요. (웃음) 대신 여행 사진을 보면 마음이 평온해져요.

 

프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일단 전 프리랜서 시각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이에요. 제가 찍는 사진은 소소한 일상을 담은 것에 불과해요. 사진을 직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아요. 어떤 일이 의무가 되고 또 규칙에 얽매이게 되면 부담으로 다가오잖아요. 사진만큼은 제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상이었으면 좋겠어요.

 

사진과 관련하여 앞으로 꿈꾸고 있는 것은? 기회가 된다면 ‘사진 일기집’ 같은 것을 내보고 싶어요. 보다 공익적인 사진을 찍어보고 싶기도 해요. 마음 맞는 친구들과 파티 같은 전시회도 갖고 싶구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네요! 20대가 지나가기 전까지 차근차근 해보고 싶어요.

 

부담 없이 즐기며 찍겠다는 것치고는 꿈이 큰 것 같은데요. (웃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어요. 제가 프로페셔널한 사진작가를 꿈꾸는 건 아니잖아요. 언젠가는 카메라와 멀어지는 순간이 올 지도 몰라요. 나중에 아줌마가 되어 딸의 입학식이나 아버지의 회갑잔치에서나 오랜만에 카메라를 꺼내게 된다 해도. 그때도 지금과 같은 감성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 전에 ‘쿨한’ 사진집 한권 정도는 이미 나와 있어야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