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asty Mixture of Music
Two Door CinemaClub

제대로 섞인 밴드 음악 한 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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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도어 시네마 클럽(Two Door Cinema Club, 이하 TDCC)의 음악은 무겁지 않다. 심각하지 않게 가볍고, 댄스 클럽이나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춤추기에 알맞다.  밴드 음악은 당연히 하드코어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다소 실망할진 모르지만, 편견만 없다면 마음껏 즐거워해도 부담스럽지 않을 비트를 가지고 있다.  8월 초, 위크 앤 티(Week & T) 첫 날 무대에 오르기 위해 낙산을 찾은 TDCC는 음악만큼이나 부담스럽지 않은 외모를 가진 스무 살 남짓의 남자 아이들이었다.  청년이라는 말도 어색한, 앳된 청춘들과의 40분. 만나자마자 느껴지는 친근함은 아마 그 음악을 닮은 경계 없는 마음가짐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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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머가 없이 알렉스(보컬, 기타)와 샘(기타), 케빈(베이스)의 세 명으로 이루어진 밴드 TDCC은 북 아일랜드 출신이다. 스노우 패트롤(Snow Patrol)과 출신이 같아 종종 함께 비교되곤 하는 이들은 음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크게 알려진 것이 없는 작은 지역, 작은 도시(Bangor)에서 친구 사이로 만나 밴드를 만들게 되고, 결국 올해 프랑스 레이블(Kitsune Maison)을 통해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그 후에는 영국, 유럽, 그리고 한국에 이어 미국 투어까지 엄청나게 긴 시간을 투어로 보내고 있는 운 좋은 밴드이기도 하다. 이들을 만나기 전, 검색해 낸 자료에서 ‘샘과 알렉스가 알고 있는 여자에게 접근하는 케빈을 만났다’라는 이야기를 읽은 터라 첫 질문으로 “그래서 결국 케빈은 그 여자와 데이트를 했느냐?”라고 물었다. 도대체 그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느냐는 황당하고 당황한 표정을 짓던 세 명은 그건 작은 에피소드일 뿐 결국은 음악을 좋아하는 세 명이 만나 가장 친한 친구들이 되고 결국 밴드를 만들게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열네 살에 만나 스무 살을 함께 맞은(기타를 치는 알렉스가 21세, 나머지 둘은 20세다.) 동네 친구 셋. 모두 음악을 좋아하고, 게다가 기타까지 치고 있으니 같이 노래를 써 보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매일 차고에 모여 앉아 기타를 뚱땅거리는 모습은 불 보듯뻔하다. 수많은 개러지 밴드가 탄생했던 그 과정 그대로 TDCC도 데모 곡들을 녹음하며 밴드의 시작을 알린다. 인디 밴드들에겐 더 없이 좋은 홍보 수단인 ‘마이스페이스’에 음악을 업로드 하면서 TDCC는 레이블 계약을 따 내고, 결국은 투어를 하는 꿈을 이룬 인디 밴드가 된다.

 

앨범을 만들고 투어를 하기 전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모두 음악을 좋아하니까 항상 모여서 음악을 듣거나 로컬 밴드의 공연을 보러 다녔어요. 주로 얼터너티브나 개러지 음악을 하는 밴드들이었죠. 그런 곡들을 커버하면서 서서히 우리 노래를 쓰게 된 것 같아요. 우리가 사는 곳이 큰 도시가 아니라서 나중엔 작은 클럽에서 공연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공연을 할 수 있는 클럽이 딱 다섯 개가 있는데 한 달에 몇 번씩 그 클럽들에서 공연을 했어요.

 

어떤 음악들을 주로 듣나요?
-각자 좋아하는 밴드가 너무 많아요. 스트록스(The Strokes), 라디오 헤드(Radiohead), 피닉스(Pheonix) 등. 지난 주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스트록스의 공연을 봤는데, 너무 멋있었어요. 만나지는 못했지만, 정말 오랫동안 좋아했던 밴드라서 신났었죠.

 

원래 모두 음악을 하고 싶어 했었나요?
-다른 친구들은 그랬을 텐데, 난 밴드를 만들기 전까지는 그렇게 심각하게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밴드를 만들고 함께 연주를 하면서 ‘아, 이게 나의 길이구나’라고 생각했죠. 열두 살 때 쯤, 기타를 배우면서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샘)

 

10년 전에, 그러니까 당신들이 10살이었을 때는 뭐가 되고 싶었나요?
-건축가(알렉스). 배우(케빈).
-하하하. 우리가 열다섯 살 때쯤, 친구 생일 선물로 짧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때 케빈이 연기를 했어요. 최악이예요 배우로선. 그거 필름이 어디 있을 텐데…(알렉스)
-아, 제발 찾아서 어디에 공개하겠단 말은 하지 마. 혹시 그게 온라인에 올라오더라도 제발 보지 마세요 여러분.(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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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CC의 음악은 정의하기 애매모호한 스타일이다. 기타가 둘, 베이스가 하나인 걸 보면 록 밴드의 구성에 가깝지만, 중요한 드러머 역할은 프로그래밍 된 컴퓨터가 하고 있으니 아주 중요한 록 밴드 요소가 빠져있다. (물론 최근 이들은 투어를 위해 드러머를 세션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이 드러머를 정식 멤버로 들일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베스트 프랜드로 만난 세 명의 관계에 다른 낯선 사람이 들어오는 걸 꺼려하고 두려워하는 아직은 ‘또래 집단’이고 ‘동네 친구’ 같은 밴드 분위기 때문이란다.) 사운드 면에서도 일렉트로닉과 댄스 음악의 비트가 강하고, 너무 예쁘고 고운 알렉스의 보컬은 이들의 연주에 또 다른 색깔을 입힌다. 말하자면 밴드가 연주하는 댄스 음악이라고 할까.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왜 영국에서 유독 인기를 끌고 있는지 묻자 세 명 모두 몇 초간 입을 열지 못했다.

 

영국에선 춤추기 좋은 밴드 음악이 엄청나게 유행하고 있어요. 전혀 록킹하지 않은 밴드 음악이 유행을 타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댄스 클럽 씬이 커서 그런 게 아닐까요? 록 음악에 비해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구요. 라디오에도 쉽게 나오니 사람들이 접하기도 쉽고, 결국 레코드 판매와도 관련이 있겠죠. 우리 같은 경우는, 댄스, 록, 인디, 개러지 음악 모두를 좋아한다는 게 이유인 것 같아요. 그 모든 게 믹스되어서 나오다 보니 이런 스타일이 된 거죠.(케빈) 영국의 즐기는 문화가 클럽과 관련이 깊어요. 대학이 많은 도시에 가보면 정말 어린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거든요. 그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에서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알렉스)

 

소녀 취향의 음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우리 쇼에 여자들만 많이 오는 건 아니에요. 나이층이 한정된 것도 아니고. 록은 약간 특정 성별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은데, 제 생각엔 남자들요, 우리 음악은 댄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강한 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진다고 느껴요. 요즘 남자 관객들이 많아졌어요. 사실 처음엔 여자 관객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팬들의 나이층이 어떻게 되요?
-클럽은 대부분 18세 이상 입장 가능하니까 그 나이대의 팬들을 자주 보는데, 미성년자를 위한 쇼도 많이 해달라고들 해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보면 14세에서 30세 정도가 가장 많은 것 같구요.

 

가장 나이가 많았던 팬은요?
-우리 엄마요.(알렉스) 네덜란드에서 만난 40세 즈음의 팬이 있었어요. 엄청나게 큰 통에 든 맥주와 군것질 거리들을 잔뜩 주고 갔어요. 대기실에 그냥 놓고 와서 아쉬워했던 기억이 나네요.(케빈)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 같은 다른 밴드들과 자주 비교당하는 것 같은데요?
-사실 이런 질문 많이 받는데, 매번 다른 밴드와 비교 당해요(웃음). 대부분 우리가 좋아하는 밴드와 비교당하니까 크게 기분 나쁘거나 하진 않구요. 그냥 항상 다른 밴드와 비교하는 걸 보면 우리가 꼭 어느 한 그룹 같진 않은가보다 하고 생각하고 말아요.

 

영국을 좋아하지만, 북아일랜드를 가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TDCC에게 여행 포인트를 물었다. 자신들이 이름을 따 온 ‘Tudor Cinema Club’을 포함해 야생 오리 보호 구역(알렉스는 오리를 좋아한다면 꼭 가보라고 말했다) 등 그저 그런 장소들을 추천하다 말고 케빈이 ‘국제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는 곳이다. 사실 한국도 북아일랜드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라고 말한다. 사실이다. 이들이 살던 곳은 그렇게 작고 평범한 도시다. 그래서 그들이 이렇게 한국까지 와서 공연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밴드로서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워 친구들의 반응을 물었더니 “글라스고 여행하다가 맥도날드에서 우리 노래 들었다는 문자를 받았어요. 비슷한 연락을 자주 받는데, 친한 친구들은 우리를 너무 자랑스럽게 생각하죠. 처음에 우리를 비웃던 아이들이 친해지려고 노력하는데, 믿을 수가 없네요”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좋은 음악을 하지만, TDCC처럼 외국 투어를 다니지 못하는 한국 인디 밴드들을 위한 조언을 구하자 좋은 데모 앨범을 만들어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부지런히 홍보를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음악의 힘을 믿고 최선을 다 해보라는 이야기다.

 

이건 한국 밴드 칵스(The Koxx)가 보내온 질문인데, 알렉스는 그 청명한 목소리를 어떻게 관리하나요?
-충분히 쉬려고 해요. 홍차, 허브 차 가리지 않고 차를 많이 마시고,  따뜻한 물도 많이 마셔요. 물론 담배도 많이 핍니다.(웃음) 공연 전에 대기실에서 노래 틀어놓고 워밍업도 충분히 해요.

 

밴드로서 가장 연주해 보고 싶은 곳은 어디죠?
-(모두 함께) 리우(리우데자네이루)! 밴드로서 성공해야만 그 도시에서 공연할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요. 솔직히 오늘 공연도 너무 신나요. 많은 밴드들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우리 엔지니어가 25년 동안 같은 일을 해 왔는데 여긴 처음이래요. 우린 운이 좋아요.

 

나도 여긴 처음인데요.(웃음) 사실 난 당신들이 운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에서 공연했다면 당신들과 비슷한 팬들, 밴드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을 거에요.
-정말 우리 같은 밴드가 있다구요? 아마 돌아올 수 있겠죠. 공연이 너무 많아서 오스트레일리아 공연 끝나자마자 공항에서 공항으로 이동해 이 호텔에 와 있는 걸요. 우리 동네 사람들은 이렇게 멀리까지 와 본 경험이 전혀 없을 거예요. 지금 우린 그냥 새로운 것들을 보고, 새로운 곳에서 공연하고, 여권에 새 나라 도장이 찍히는 게 신나고 재미있어요.(샘)

 

다음 스튜디오 앨범 계획은요?
-시간이 나면 웨일즈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해요. 완전한 계획은 아직 없어요. 시간 날 때마다 곡을 써 두고, 투어가 끝나는 대로 스튜디오에 돌아가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어요.

 

마이스페이스를 보니 스케줄이 엄청나더라고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멀리 다니고 있어요. 우리가 죽기 전에는 스튜디오로 돌아가야죠.

 

서른 살 즈음엔 뭘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딱 10년 뒤인데.
-투어도 계속 하고 적어도 4~5장의 앨범을 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도 돌아와서 공연을 했으면 하구요. 수 백 만 장의 앨범을 팔고, 거대한 공연장에서 매일 밤 공연하는 꿈은 안 꿔요. 그런 인기 없더라도 밴드로서 즐겁게 음악을 하고 싶어요.

 

TDCC는 있는 척하거나 멋있는 척 하는 밴드가 아니었다. 공연을 할 때도 자신들이 즐겁고, 관객이 즐거운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이런저런 평가들도 편하게 받아들인다. 그들에겐 음악도, 세상도 아직 탐험하고 배워야 할 것들이고, 그들은 굉장히 순수하게 그 모든 것을 소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단정한 패션 감각과 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예의 바르고 밝은 태도는 그들의 음악과 꼭 닮아있다. 카니예 웨스트가 이들의 음악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었기에, “오늘 카니예 웨스트를 만날 수 있지 않겠어요?”
라고 묻자, “아마 근처에도 못 가겠죠”라며 웃어넘기는 순수한 청춘들. 오후 3시가 막 넘은 시간, 무대에 올라 라이브를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열심이다. 심각하게 더우니 심하게 즐거워하진 말라는 조언이 이들에게 통할 리 없다. 이렇게 음악이 좋고, 공연이 즐거우니 2집 앨범에서는 좀 더 다져진 연주 실력과 더 신나는 음악을 기대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