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cheon
To Find Everybody Memory
추억을 찾아, 추억을 위해 떠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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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자주 오가는 길목에 있는 과천. 서울 바로 남쪽으로 맞닿아 있고 전화 지역번호도 02를 쓰고, 지하철로도, 버스로도 쉽게 닿을 수 있는 곳. 모두가 한번쯤은 가보았을 서울대공원이 있어서 추억이 한 두 가지씩은 있을 법한 곳. 하지만 과천이 어떤 곳인지 조금 더 알아보고 싶다. 마침 한마당축제가 열리고 있는 과천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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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고 경이로운 <테오 얀센전>
지하철을 타고 과천을 향하는 길, 자주 다니는 길이라 그런지 익숙함에 더욱 여유로운 마음이 든다. 첫 행선지는 과천 과학관.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정면에 과학관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날씨가 오락가락하고 아직 흐린 하늘에 살짝 빗방울이 흩뿌리지만 넓은 광장에는 제법 많은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오늘 과학관에 온 목적은 <테오 얀센전> 관람. 일전에 방송에서 소개된 것을 보고 꼭 가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전시가 내리기 전에 찾게 되어 다행이다. 해변 동물과 바람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동물 조형 등이 네델란드의 바닷가에서 움직이는 영상을 보면 정말 살아있는 생명체로 느껴진다. 아니 살아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움직인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작가가 만들어낸 개체의 진화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원시의 생명체, 또는 미지의 세계의 생명체를 보는 듯하다. 작가에 대한 존경심보다 작품 자체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는 경험이다.
전시장에는 아이들이 가득하다. 미술 전시라기보다는 과학관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체험학습의 개념으로 찾아 온 듯하다. 작품을 진지하게 둘러보는 모습보다는 조금은 시끄럽고 부산한 모습이지만 흐뭇한 광경이다. 특히 작품을 움직이는 시연을 할 때는 그 반응이 대단하다. “꺄악~” 탄성을 지르고 조금은 기이한 모습에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다. 어른들도 신기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이 해변 동물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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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현대 미술관
또 다른 전시를 보러 현대미술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미술관까지는 거리가 제법 된다. 시간이 된다면 운동 삼아 걸어가도 좋겠지만 지하철역에서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등산객들을 상대로 하는 포장마차들을 지나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 카메라 박물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줄 알고 시간이 되면 들러볼 생각이었는데 운이 좋다. 시대에 따른 각종 카메라를 만나 볼 수 있는 공간인데, 전시되는 카메라나 유물들은 계속해서 조금씩 바뀐다고 한다. 지하 전시장에서는 3D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데 매 년 6월과 9월 새로운 전시를 진행한다고 한다. 2층으로 올라가니 3명의 남자아이들이 열심히 관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매우 진지한 모습이다. 이들은 오늘은 학교 과제로 면담하러 온 것인데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하고 특수한 카메라들에 특히 관심이 있다고 한다. 필름 카메라는 사용해 본 적 없는 디지털 세대지만 일회용 카메라를 사용해 본 경험을 이야기하며 사진 색깔이 더 선명하고 느낌이 좋았다는 평도 덧붙일 줄 안다. 사진을 직업으로 가져볼 생각도 있다는 아이에게는 열심히 해보라는 응원의 한마디를 건네 본다. 왠지 기특한 마음이 들어 아이들에게 기념이 될 사진을 한 장 찍어주었다.
셔틀버스는 서울랜드 옆의 산길을 돌아돌아 올라간다. 열어둔 창틈으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즐기는 사람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실려 온다. 흐렸던 하늘도 어느새 파랗게 개었고 조각공원을 돌아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길. 언제 였던가 동갑내기 여자 친구들과 대공원에 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무슨 일로 왔었는지 그냥 소풍을 온 것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해질 무렵 미술관을 나서면서 벤치에 앉아 차를 마셨고 벤치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노래를 들으면서 친구들이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기억. 그 벤치에 잠시 누워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때 하늘은 어땠나, 공기 냄새는 어땠나.... 어느새 쌓인 세월의 먼지를 털어가며 기억을 더듬어 본다. 조각 공원 여기저기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이 정답다. 살포시 잡은 손. 소근 거리는 목소리 간간이 들리는 웃음소리. 나까지 살짝 들뜬 기분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과학관을 이용하면 국립현대미술관 입장료가 20% 할인이 되니 티켓 챙기는 것은 잊지 말길 권한다. 또한 둘째 주 토요일에는 무료입장이 되니 시간을 맞춰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꽤 오랜만에 찾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소장품 전>이 열리고 있다. ‘La Sombra Del Habla: 언어의 그늘’이라는 타이틀 아래 언어와 미술작품을 문학, 정치, 대중 매체등과 다양한 연관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나는 지금의 여행을 또 그 밖의 내 언어를 사진 속에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전시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시간이 조금 더 있다면 더 머물고 싶지만 아쉬운 대로 전시를 보며 떠올린 이런저런 것들을 곱씹으며 미술관을 나선다. 어쩐지 마음이 든든하다고 해야 하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신적인 포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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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과 과천시립도서관
지하철 한 정거장을 지나 과천역에서 내리면 과천시립도서관이 출구 옆에 바로 있다. 옆에는 중앙공원이 자리하고 있으니 책 한 권 들고 햇살 아래 가을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도서관 안에는 시험기간을 맞아 열람실을 이용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종합자료실로 들어가니 곳곳에 책을 읽는 사람들 모습이 보기 좋다. 책장 사이사이를 걸으면서 책 냄새를 즐기는데 두꺼운 책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Warhol Diaries>. 앤디 워홀의 일기다.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의 세월의 무게가 묵직하다. 일요일이라 5시면 자료실이 닫을 터이니 이 두꺼운 책을 다 읽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문득 오늘 날짜 10월 3일들에는 그가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졌다. 클럽 터널, 셰어, 장 미셀 바스키아, 캠밸 수프 박스. 유명한 이름들이지만 그 자신의 일기 속에서는 왠지 평범한 일상의 냄새가 묻어난다.
도서관을 나서서 중앙공원을 가로질러 걸어 본다. 공원의 나무들이 색색으로 물들어 있다. 항상 달력을 보며 계절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대면하면 늘 새삼스럽게 감탄하게 된다. 등산을 좀처럼 가지 않는 나지만 아름답게 물든 나무들을 보니 산을 찾아가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오늘은 산에는 오르지 못하지만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향교를 찾아가볼 생각이다. 과천에는 향교 외에도 온온사를 비롯 보광사의 목조여래좌상 등 몇몇 문화재들이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런 문화재들을 찾아가보는 여정도 이 가을에는 나쁘지 않을 듯하다.
버스가 다니는 대로변, 높은 건물들이 즐비한 북적이는 거리지만 건물 사이로 나무 그늘이 시원한 가로수 길이 있다. 길을 따라 들어가니 금방 산기운을 느낄 수 있다. 지저귀는 새소리도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저물어가는 햇살도 참 좋다. 길 옆으로 주택들이 있지만 어색하지는 않다. 외지지 않으면서도 자연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겠다 싶어 왠지 부럽기도 하다. 저녁 무렵이라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산악동아리로 보이는 젊은이들 한 무리가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시끌시끌하지만 건강함이 느껴지는 모습들이다. 아마도 이제 파전에 동동주를 한잔 걸치러 가는 거겠지.

 

과천 한마당 축제
공연시간이 다되어 간다. 향교에는 시간이 늦어 들어가 보지는 못했고, 걸음을 조금 서둘러야겠다. 어제는 비로 공연들이 거의 취소가 되었는데 오늘도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해서 공연 일부가 취소 된듯하여 걱정스럽다. 다행이 7시 공연은 조금 늦어졌지만 진행된다고 한다. 낮이 짧아져 7시가 넘어가자 어느새 깜깜하다. 행사장 먹거리 장터에는 저녁시간을 맞아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과천에 사는 주민들 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많이들 찾아 온 듯. 저 너머에서 공연이 막 시작되는 모양이다. 무대에는 2명의 배우가 연기 중이다.
객석은 이미 제법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무대 왼편으로는 도로위로 차들이 지나가고,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공간이지만 어쩐지 다른 세계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바람이 서늘해지고 어두운 객석은 숨죽인 채 무대 위의 배우들에게 눈과 귀와 마음을 빼앗긴다. 이 날의 공연인 <블릭(Blik)>은 삶의 부조리를 유쾌하고 진지하게 풀어낸 훌륭한 공연이었다.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폐막식이 시작되고 흥겨운 마음에 좀 더 머물까 생각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공연 중에 내리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빗속에서도 여전히 공연과 여흥을 즐기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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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맛집: 청마루의 곤드레 돌솥밥
과천은 밤으로 유명하다는데 밤 요리를 하는 곳은 찾기가 쉽지 않다. 밤으로 식사가 되는 요리를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일까? 대신 곤드레 돌솥밥을 맛있게 하는 곳이 청계산 밑자락에 있다 하여 찾아가보기로 했다. 청마루는 고기집으로 유명하지만 평창에서 노지 재배한 곤드레로 지은 돌솥밥 정식도 별미. 일단 기본 찬이 12가지에 구수한 된장찌개와 계란찜까지 나온다. 향긋한 곤드레나물밥을 대접에 덜어 담아 간장양념에 쓱쓱 비벼 먹는데, 찬 없이 밥만 먹어도 좋을 만큼 맛있다. 고춧가루와 양념까지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여 반찬 하나하나가 깔끔하고 맛이 제대로다. 사장님의 말씀에서 정직한 음식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이곳의 또 하나의 인기 메뉴는 유명한 군산계곡집에서 공수해 오는 간장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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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브라더’의 착한 커피, 그리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서울로 돌아오는 길. 선바위역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커피 전문점에 들렸다. 건너편에 커다란 음식점들 몇 개 외에는 화원들이 즐비한 황량한 길이다. 어두운 도로를 따라 걸어가며 이거 길을 잘못 든 건 아닌가 싶었는데 10여 분 가량 걸어가자 크고 하얀 간판이 보인다. ‘커피 브라더’. 통유리로 벽을 두른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 다양한 커피를 내리는 도구들과 홈 메이드 쿠키들이 진열대에 앙증맞게 놓여있다. 추천해주시는 오늘의 커피와 직접 만든 치즈 케이크를 먹어보기로 했다. 아침마다 테이스팅을 하여 제일 좋은 커피를 오늘의 커피로 판매한다고. 오늘의 커피는 과테말라. 이곳에서는 공정거래 커피를 판매할 뿐 아니라 1회 음료 쿠폰을 찍을 때마다 100원씩 적립하여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데 기부하고 있다. 100원은 커피 가격에 이미 포함된 것. 메뉴판에도 ‘커피는
식품. 커피는 사랑. 커피는 모두의 것’이라 적어놓은 커피브라더에서는 누구든지 신선한 커피를 편안하게 즐기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늦은 시간. 조용한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생각해본다. 전시, 공연, 책, 그리고 자연.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바라보다 안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서 본 과천. 그곳에서는 문화와 자연의 균형 속에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오늘의 여행은 나에게 참 필요한 것이었다. ‘오랜만이다’. 오늘 하루 가장 많이 떠올린 말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언젠가부터 잊은 줄도 모르고 살았던 걸까. 올 가을에는 그 동안 소홀했던 나의 ‘Favorite’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여정을 부지런히 따라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