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taehoon’s talk-in
오디션 전성기에 가수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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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가 되기 위해선 먼저 오디션과 치열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맞다. 바야흐로 오디션 전성시대이다. 폭발적인 성공을 거둔 <슈퍼스타 K>는 거의 모든 방송사에 한 개 이상의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편성되게 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탈락의 압박을 견디는 두둑한 배짱이 없다면 가수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완전 소심으로 이야기되는 A형들은 가수라는 직업을 희망사항에서 빼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울증이 있거나 고혈압 증상이 있는 사람들도 가수를 지망해선 안 될 것이다. 60초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매회 자살 충동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당연히도 이러한 유행에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조영남이다. 가수는, 그리고 노래는 점수와 등수로 평가되는 직업과 예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MBC TV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코너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트위터로 영역을 확장한 마왕 신해철도 ‘나는 가수다’에 출연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그냥 가수 아닌 것으로 합시다.”


방향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가수 박상민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수들의 노래에 집중하기보다 심사위원들의 독설로 유지되는 듯한 분위기를 들어 심사위원들은 심사에만 신경 쓰라고 충고했다. 반발에 대한 반발도 속속 도착한다. <가요 톱 10>으로 대표되는, 그리고 그 이전 존재했던 무수히 많은 음악 프로그램들은 인기 순으로 1등부터 꼴등(!)까지 쭉 줄을 세우던 실질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는 설명이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오디션이라는 형식에 대해서도 별로 새로울 것 없다는 의견이다. 지방자치제가 생기기 한참 전부터 지역과 동네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이 상품 걸고 펼쳐진 노래자랑이라는 것이다. 전적으로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니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신선한 면이라곤 하나도 없는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왜 지금에 와서 이토록 대중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일까?

 

디지털의 시대는 단절의 시대이다. 개념적으로 이해하자면 손목시계와 휴대폰의 시계를 비교해보면 쉽다. 초침이 연속선상 위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아날로그 손목시계와 숫자로 딱딱 끊어져 움직이는 디지털시계의 차이다. ‘0101’로 대변되는 이진법의 디지털이 대세가 되면서 음악도 그 추세를 따랐다. 단순 리듬을 반복하는 테크노사운드가 클럽가를 중심으로 클러버들을 사로잡았고, 이어 걸 그룹, 보이 그룹들의 리듬 후크 음악이 TV와 라디오를 점령했다. 강렬한 리듬들은 자극을 강화시켰지만, 멜로디를 잃어버림으로 드라마를 상실했다. 서사 구조의 가사들은 사라지고 ‘뽀삐 뽀삐’ 같은 희한한 의성어들이 노랫말을 채우며 ‘눈 오는 어느 날 플랫폼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네’ 등의 줄거리는 몽땅 사라져 버렸다. 당연히도 가수, 그리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와 청중들의 정서적 교류는 불가능해졌다. 단지 표피를 건드리는 전기 충격 같은 리듬만이 남았을 뿐이다. 음악과 사람들은 각자의 섬에 괴리되어 머무르며, 담장 너머 들리는 소리에 무심히 귀만 기울이는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슈퍼스타 K>는 이런 유행에 반기를 든 프로그램이다.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을 통해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독설을 날리는 심사위원들은 일종의 갈등 구조를 만들어 이들의 드라마를 더욱 흥미진진한 어느 지점으로 끌고 간다. 여기에 오디션이 더해진다. 가창력이라는 부분을 중심에 놓고 진행되는 오디션은 기획형 가수들이 놓치고 있던 멜로디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특히나 1980~90년대의 히트곡들이 이들의 선곡을 통해
재등장하면서 나이 든 팬들까지도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지켜보게 하는 효과가 만들어졌다. ‘세시봉’과 ‘나는 가수다’ 역시 이 두 가지 요소인 ‘스토리+멜로디’라는 공식을 충실히 따랐고, 시청률에서 성공했다. 디지털 시대에 극히 아날로그적인 포맷이 침체된 가요계의 구세주가 된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참가자들보다 프로그램 그 자체가 슈퍼스타가 된다는 점이다. 매번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지난 시즌의 참가자들은 잊혀진다. TV의 속성상 더 강한 이야기와 더 나은 가창력을 지닌 사람들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가수들은 막상 프로들의 필드에선 살아남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 몇 달 동안 그들의 이야기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집중하던 친절한 관객도, 수많은 각도에서 다양한 앵글로 그 모습을 잡아주던 충직한 스태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슈퍼스타 K> 출신 스타들이 프로그램을 벗어난 이후, 기대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자. 허각과 존박의 현재 상황은 <슈퍼스타 K>의 인기를 녹차처럼 우려먹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슈퍼스타 K> ‘시즌 3’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으니, 이들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나는 가수다’도 서바이벌 형태를 차용해 첫 방송부터 화제를 모았다. 물론 이 배경에는 진짜(!) 노래를 하는 가수들의 힘이 컸다. 그러나 초반의 호평이 사라지면 슬금슬금 비판의 여론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그것이 대중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지했던 가수가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실 때 어쩌면 격렬한 저항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일반인들로 진행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과는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은 생각해야만 한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이미 강력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자신들의 군대를 지니고 있는 기성 가수들인 것이다. 어찌되건 시청률이라는 측면에선 성공을 거둘 것이 분명하다. 호평이든 혹평이든 관객들은 모여들 테니 말이다. 그러나 기획의 중심에 있던 ‘노래’가 곁다리가 되어버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수가 되고, 가수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대형기획사의 오디션을 통과해 몇 년 동안의 연습생 시절을 거쳐 황당한(!) 계약 조건으로 다시 재계약까지 살아남거나, 아니면 독설가들의 직격탄을 견디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버티다 다음 시즌이 방영되기 전에 재빨리 성공해야만 한다. 이미 가수라는 타이틀을 단 사람일지라도 뒤늦게 시험공부를 하는 만학도처럼 탈락의 공포를 견뎌야 하며 그 와중에 일생 불러본 적도 없는 장르의 음악을 편곡해 도전해야 하는 것이다. 이래저래 대한민국 가수들 큰일 났다. 몇 년 후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과 과도한 연습 때문에 과로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속출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충무로의 한 시나리오 작가가 생활고와 지병으로 사망했을 때, 트위터에서 작가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었다. 그 화두가 고스란히 가요계로 넘어왔다. 우리 시대에 과연 가수란 무엇인가? 질문은 이제 막 던져졌고, 지금부터 그 대답을 찾기 위한 부지런한 여정이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