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시작
Ban Blank

반 블랭크는 이제 막 첫 EP <해내길>을 발매했다. 그동안 팀으로 활동해온 그는, 솔로 뮤지션으로 레이블 한량사의 새로운 얼굴이 되었다. 그를 인상 깊게 본 건 지난 10월, 한량사의 개업식 공연 날이었다. 크루 멤버들과 함께하는 반 블랭크는 여유로워 보였고 홀로 무대에 선 그의 모습 또한 인상 깊었다. 두 쪽 다 근사했다. 솔로 반 블랭크의 걸음은 이제 시작, 지금은 앞으로 들려줄 그의 음악을 기다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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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 Chapter
싱글 <해내길>을 발매하는 기분은 어때요? 
일단 솔로로 내는 작품이 처음 음악 시작한 2012년 이후로 처음이라 떨려요. 긴장도 되구요. 반응도 많이 궁금해요. 어찌 보면 한량사에 들어와서 처음 발매하는 곡이잖아요. 그래서 더 기대되고 살짝 두렵기도 해요.

‘해내길’에서는 독한 각오가 느껴졌어요. 어떤 맘으로 이 곡을 만들었나요? 
음악을 몇 년 하면서 좀 힘들었어요. 예전에 크림빌라도 ‘해내길’이라는 곡을 만든 적이 있어요. 이번 곡은 그 노래의 연장선 같은 거예요. 나와 나를 아는 사람들 모두 해냈으면 좋겠다는 맘으로 작업한 거거든요. 음악을 같이하는 친구들이라든가, 음악 들어주는 팬들, 힘들게 음악 하는 모든 사람들 다 잘 되기를 바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노래에 ‘나는 바닥을 핥아본 혀를 팔어’라는 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그 동안 많은 일을 겪은 것 같아요. 
부산에서 올라온 지 3년이 다 되어가요. 서울 처음 왔을 때 엄청 힘들었어요. 뒤통수도 많이 맞았구요. 공연 페이 못 받은 것도 많고, 이것저것 많이 떼이고. 2년 동안 월세도 제대로 내기 어려웠어요. 이제는 사정이 좀 낫지만요. 음악을 하면서 늘 바닥을 기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밑바닥부터 혼자 시작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 밑바닥을 핥은 혀로 랩을 해서 성공할 거다, 이런 다짐이 담긴 가사에요.

서울에서는 음악만 하기 어려웠겠어요. 
음악만 하긴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도 최대한 음악만 하려고 노력했어요. 집중하고 싶어서요. 너무 힘들 때 한 번씩 노가다를 뛰러 가는 한이 있어도 음악에만 몰입하려고 애썼죠.

힙합을 팀으로 시작했죠? 
서울에 처음 올라올 때 프리즈몰릭이라는 2인조 팀으로 올라왔어요. 근데 프리즈몰릭 활동을 하면서 팀과 저의 색깔이 음악적으로 잘 안 맞는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크림빌라라는 크루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앨범을 만들었어요. 크림빌라 앨범에 좀 더 제 생각과 바이브를 담을 수 있었죠. 그러다가 이제 솔로 활동을 시작했죠. 지금은 솔로 정규 앨범을 열심히 작업하고 있어요. 크림빌라 싱글이 11월 18일쯤 발매되고, 솔로 활동도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힙합 레이블 한량사에 들어갔어요. 한량사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어요? 
올해 초에 프리즈몰릭 2집을 준비하는데 뭐랄까, 오래 음악을 하다 보니 각자의 색을 띠게 되잖아요. 그게 너무 많이 달라져버리니까 가사도 억지로 쓰는 것 같고, 자꾸 꾸며내게 되더라구요.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에 멤버와 대화를 했죠. 그러면서 솔로로 전향하게 된 참에  DJ 스킵(Skip) 형에게 제의가 온 거예요. 한량사라는 레이블을 다시 시작하는데 같이 하면 좋겠다구요. 혼자 음악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느껴지던 때였고, 한량사 분들과 맘과 뜻도 잘 맞아서 들어가게 됐어요.

한량사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배울 점이 많다는 거. 한량사에 멋진 선배들이 정말 많거든요. 가리온, 킵루츠, 다이얼로그…. 한량사에서는 2주에 한 번씩 모여서 회의를 해요. 그때 귀담아 들을 점들이 정말 많아요. 또 선배들이 공연도 워낙 많이 하셨던 분들이라 공연에 대해 배울 것도 엄청나요. 레이블 개업식 공연 때 가리온 형들 공연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님이다,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영감을 끊임없이 주는 레이블이라 더 매력적이에요.

한량사가 앞으로의 반 블랭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가장 기본적으로는, 앨범을 만들 때 큰 도움이 되겠죠. 잔뼈가 굵고 경험이 많은 분들이 계시니까요. 또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실 것 같아요. 무조건 돈 되는 음악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해주시니까. 하고자 하는 음악을 올곧게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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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titude As A Rapper
래퍼로서 자신만이 가진 아이덴티티는 뭐라고 생각해요? 
요즘 래퍼가 정말 많고 잘하는 사람도 너무 많아요. 어린 래퍼들 중에서도 잘하는 분들이 많구요. 하지만 제 아이덴티티는 경험을 통해서 생겼다고 봐요. 나이도 찰만큼 찼고. (웃음) 뭐랄까, 중후한 매력? 경험한 것들이 쌓여서 무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사에도 그런 점들을 담으려고 엄청 노력해요. 이제까지 쌓인 경험과 그걸 바탕으로 고민하며 쓰는 가사,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 
이게 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요.

가사를 쓸 때는 어떤 생각을 해요? 
가사 쓸 때 시간이 오래 걸려요. 주로 내 이야기를 하죠. 내 이야기, 생각, 느낀 점, 하고 싶은 말 같은 것들이요. 다른 사람 이야기를 억지로 꾸며내서 쓰고 싶지는 않거든요. 내 안에서만 짜내야 하니까 시간도 더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어휘나 표현을 선택할 때도 최대한 참신하게, 남들이 하지 않는 비유를 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비유나 표현은 어디서 영감을 받아요? 
책도 읽긴 하지만 영화를 무지 봐요. 매일 1~2편 정도 보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 대사나 표현이 독특하잖아요. 특히 외국 영화는 한국이랑 표현 방식이 달라요. 그런 부분에서 배우는 게 많더라구요. 좋은 대사라든가 나중에 쓰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적어둬요. 그런 것들이 가사 쓸 때 영감이 돼요.

프리즈몰릭, 크림빌라, 그리고 솔로 활동은 모두 다른 걸 지향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프리즈몰릭의 경우는 애초에 팀을 결성할 때 제2의 다이나믹 듀오가 돼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 느낌을 주는 곡들이 많죠. 제목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어리진 않지만 젊어’라든가 ‘사는 게 꽃 같네’ 같은 걸로 지었죠.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을 추구했다고 할까요? 크림빌라는 90년대 동부 힙합 스타일을 지향하며 만들었어요. 그래서 곡도 그런 느낌으로 작업했구요. 이젠 크림빌라의 원래 색깔을 가져가되 좀더 세련되게 작업하는 방향으로 갈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반 블랭크 솔로는 그냥 내 이야기를 담으려구요. 힙합은 스스로를 노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솔로 앨범에는 날것의 내 얘기, 그냥 그걸 담을 거예요.

오늘 얘기 나눠보니 참 차분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 본인의 얘기를 담은 솔로 앨범이 아주 센 음악은 아닐 것 같아요. 
아, 보통은 차분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편이긴 해요. 그런데 음악할 때는 이상하게 분노와 절박함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화나있고. (웃음) 아마 솔로 앨범도 음악 스타일로만 봤을 때는 센 편일 거예요.

이제껏 크루 활동을 길게 해왔어요. 솔로 활동을 해보니 어떤 점이 매력이에요? 
팀 활동만 하다 보니 솔로의 매력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솔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어요. 솔로로서 무대에 서고 싶고,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냥 내 이야기로만 가득 찬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죠. 솔로 무대는 이번 한량사 개업식 공연이 처음이었는데, 정말 긴장되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공연을 하니까 관객들의 환호를 혼자 받는다는 느낌이 뿌듯하기도 하고. (웃음)

솔로 활동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그게 엄청난 메리트예요. 온전히 내 맘, 생각을 담을 수 있다는 거요. 팀으로 하다 보면 아무래도 조율을 해야 해요. 프리즈몰릭으로서, 크림빌라로서. 어느 정도 팀 색깔에 맞추고 타협해야 하거든요. 솔로는 그냥 거칠 것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거예요. 엄청난 매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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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eamer
래퍼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예요? 
음악을 엄청 늦게 시작했어요. 전역하고 복학했는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이걸 하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때 알게 된 형이 집에 녹음 장비가 다 있대요. 그래서 재미로 나도 녹음 한번 시켜달라고 해서 처음 하게 됐어요. 처음엔 취미였는데 하면 할수록 너무 즐겁고, 스스로가 곧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계속하게 된 거죠.

그래서 음악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어요? 
스물 다섯에 처음 음악을 시작하고 방황을 좀 했어요. 갈피가 안 잡히니까요. 그러다 굳게 맘먹고 정규 작업을 하려고 서울로 올라온 거죠. 프리즈몰릭 같이하는 친구랑 2014년 12월에 올라왔어요.

음악 활동을 시작하면서 활동명은 쭉 반 블랭크였죠. 어떤 의미가 있어요? 
한국 만화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게 <아일랜드>예요. 그 만화 주인공 이름이 ‘반’이거든요. 그 캐릭터가 너무 멋지고 성격도 저랑 굉장히 닮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그 인물의 이름을 여기저기 썼었어요. 근데 힙합 필드에 올라오기 직전 싱글 앨범을 준비할 때, 또 다른 ‘반’이라는 래퍼가 나와버린 거예요. 그래서 급하게 이름을 바꾸게 된 거죠. ‘반’이라는 이름은 버릴 수 없고, 그와 어울리는 말을 찾다가 ‘블랭크’를 붙이게 된 거예요. 아무래도 ‘블랭크’보다는 ‘반’에 더 의미를 둔 이름이에요.

힙합 씬에 몸담은 지도 여러 해가 흘렀어요. 요즘 힙합 씬의 이슈는 뭘까요? 
가장 큰 이슈는 아직도 <쇼미더머니>긴 하죠. 씬 자체가 <쇼미더머니>로 인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그걸 욕할 수도 없구요. 그냥 지금 상황이 이런 거니까요.

그렇다면 래퍼로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음…. 자기가 선택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심을 잘 잡구요. 이 상황은 당장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 흐름에 맞춰가거나, 다른 길을 선택하거나…. 뭐든 간에 자신만의 것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쇼미더머니>가 주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하나요? 
사람들이 힙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분명해요. 힙합 음악이 음원 차트 1위를 하는 시대가 왔잖아요. 그만큼 힙합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는 거 자체는 장점이죠. 물론 단면적인 걸 수도 있죠. 하지만 관심이 커진 만큼 우리가 열심히 하면 주목을 받을 가능성은 높아졌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으니까요.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어요? 
버벌진트 형이요. 한국 힙합 씬에서 가장 좋아하는 분들 중 한 분이에요. 버벌진트 형과 함께 작업하면 느끼는 점이 많을 것 같아요.

뮤지션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 뭐예요? 
늘 앞에 보이는 목표만 보면서 작업해왔어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모님 건강검진 자주 시켜드리는 거요. 이걸 최소한의 목표로 하고, 가장 가까운 꿈으로 잡아서 음악하자고 생각했어요. 물론 최종 목표는 더 크죠. 제 가사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욕심은 없지만 더욱 큰 야망이 있다”고요. 랩하는 사람으로서 야망이 있어요. 랩스타 되고 싶죠. 음악으로, 랩으로 먹고 살고 싶어요. 돈도 많이 벌고.

앞으로의 계획이 듣고 싶어요. 
많은 음악을 들려드리려기 위해 계속 작업중이에요. 크림빌라 싱글이 먼저 첫 스타트를 끊을 거예요. 그 이후로도 다른 작업물과 정규 앨범까지 빠른 시일 내에 들려드리고 싶어요. 정규 앨범은 작업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서 3~40 퍼센트 정도 진행됐지만, 부지런히 작업하려구요. 좋은 음악을 어서 들려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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