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cure Reason
Joan Cornella

몸에 불이 붙은 채 기름통으로 뛰어든 남자에게 더 많은 기름을 퍼붓는 소방관. 나무에 목을 매달아 숨이 끊어지기 직전인데도 ‘브이’하며 ‘셀카’를 찍는 남자. ‘Free Hug’라 쓰인 티셔츠를 입었지만 팔이 없어 누군가를 절대 안을 수 없는 남자. 모두 조안 코넬라(Joan Cornella)의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조안 코넬라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카투니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피프티피프티에서 열린 개인전을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조안 코넬라에게 물었다. 비극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왜 그렇게 환한 건지, 심지어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기까지 하는 거냐고. 작품보다 대답이 더 놀라웠다. “이게 제일 웃기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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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부조화
한국에선 첫 전시인데 소감이 어때요? 
아시아 전시는 홍콩 말곤 한 적 없어요. 아시아 국가들을 잘 알지도 못하는 편이었고요. 그래서 이번에 한국 전시를 준비하면서 한국 사람에겐 내 그림이 컬처 쇼크일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니 기쁘기도 하고 좀 설레기도 했어요.

한국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인터넷이 가장 컸어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것들이요. 한국처럼 SNS가 발달한 나라가 사실 없거든요. 예를 들어 같은 아시아라도 중국이나 일본은 그 사람들이 쓰는 SNS 플랫폼이 따로 있어요. 심지어 중국 웨이보(Weibo) 같은 데는 해외 콘텐츠가 다 막혀있죠. 그런데 한국에선 SNS 활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제 그림도 SNS 위주로 퍼지니까, 그런 부분들이 잘 맞아서 한국을 선택하게 됐어요. 

큐레이터한테 “조안 코넬라 전시 포스터를 붙어 놓으면 사람들이 자꾸 떼어간다”는 말을 들었어요. 
대중이 작품을 좋아해 줄 거란 예상도 어느 정도는 하고 있었어요. 와보고 나서 제대로 실감했죠.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웃음)

이번 전시 작품은 어떤 기준으로 선별했는지 궁금해요. 신작들도 더러 보이던데요? 
시의적인 내용이 담긴 것도 있고, 한국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겠다 싶은 것도 있어요. 지금까지 여러 나라를 돌면서 전시를 열었는데, 그때마다 범세계적인 메시지가 담긴 그림들을 준비하려고 했어요. 전시 목적지를 염두에 두진 않고, 대신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림들로 준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도 어디든 통용될 수 있는 것들로 가지고 왔어요.

조안의 그림은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요. 그만큼 여러 갈래로 읽힐 수 있죠. 같은 작품을 보고 당혹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고, 통쾌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작가로서 의도한 부분도 이런 ‘관람자의 다의적인 해석’이었나요?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에요. 근데 그 ‘다의적이다’라는 말이 좋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어떤 특정한 의도를 갖고 그림을 그렸는데, 보는 사람은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경우가 있어요. 그게 때론 내 해석보다 훨씬 더 좋은 해석이 될 때도 있고요. 그렇게 그림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건 작가로서 큰 의미가 있는 일이죠.

소재에 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볼게요. 조안의 그림엔 식인, 신체 절단, 살인, 강간, 수술, 자살 같은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해요. 이런 자극적인 소재들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궁금해요. 
이렇게 ‘센’ 소재들로 그린 그림을 본 사람들이 눈살이 찌푸리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제 그림엔 블랙 유머가 있어요. 저는 이런 어두운 유머가 진짜 웃긴 유머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해서 유머를 구사했을 때 생기는 밸런스가 있어요.  

자극적인 소재가 뿜어내는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뉘앙스도 있죠. 
그림에 담긴 센 이야기를 담으면 사람들에게 더 빠르게, 더 쉽게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시각적 충격이 안겨주는 ‘한 방’이 있으니까요.

카툰 속에서 엄청난 일을 겪는 사람들은, 전혀 웃을 상황이 아닌데도 얼굴에 미소를 띠거나 때론 활짝 웃기까지 해요. 
이건 상업 광고에서 착안한 거예요. 치약 광고 같은 거 보면 사람이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환하게 웃잖아요. 그 미소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요. (웃음) 그렇게 웃고 있는 사람의 모습에서 생명력이 느껴지기도 했고, 보는 사람에겐 독특하고 신선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웃고 있죠. 누가 죽어도 웃고 있고, 팔이 잘려도 웃고 있고…. 웃을 상황이 아닌데도 웃는 사람의 모습이 제가 의도한 블랙 유머와 잘 어울리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작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인가’하고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요.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사실 가족들도 저를 그렇게 생각하고요. (웃음) 근데, 괜찮아요. 결국, 그런 것들도 모두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제일 중요한 건 작품 자체가 스스로 말을 하고 있는 거기 때문에,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난 이런 사람이야”라고 애써 설명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람들이 내 작품을 봐주고 좋아해 준다면 그게 베스트라고 생각해요.

그럼 실제의 당신은 어때요? 
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실제의 내가 어떤지 잘 모르면, 그림을 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사람은 정말 미친 건가, 정상인데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리나, 이렇게 궁금해할 여지가 훨씬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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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tyboop

# 허구와 진실, 사실과 거짓
지금의 일러스트 스타일과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의 스타일에 차이점이 있나요? 
처음엔 다른 스타일의 일러스트를 그렸어요. 색깔 없이 흑백으로만 그린 것도 있고, 문자도 많이 들어가고 디테일도 많았죠. 그러다가 더 많은 사람이 제 그림을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페이스북에 그림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스타일을 차츰 바꿔나갔어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웃음, 색깔이 담긴 일러스트로 방향이 옮겨갔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지금의 스타일을 완성한 거고요. 

순수회화를 전공했지만, 신문이나 잡지사에서 카툰을 그리며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순수미술을 전공했을 때부터 개념 미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순수미술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척’하는 태도가 너무 싫었어요. 아는 척, 잘난 척, 속물인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런 것보단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카툰을 시작하게 됐죠.

4컷, 혹은 6컷의 카툰 작업도 많이 해요. 카툰은 한 장으로 완성하는 그림과는 다른 과정과 고민을 거쳐 나올 것 같아요. 
아이디어 하나를 갖고 궁리를 하면서, 어떤 큰 테마로 확장하는 과정을 거쳐요. 그렇게 만든 시나리오를 다시 4컷이나 6컷으로 최대한 단순하게 완성하죠. 제가 작업을 통해서 도달하려는 건, 여러 아이디어를 한데 모아 가장 미니멀한 결과물을 만드는 거예요. 제 그림엔 언어가 없기 때문에 이미지 하나만으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림으로 말하고자 하는 걸 전부 모으고 압축해서 최대한 간단하게, 하지만 핵심은 놓치지 않고 보여주려고 해요.

시나리오가 담긴 일러스트를 주로 그려온 사람이니까, 평소에도 그만큼 많은 아이디어를 축적해 놓았을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틈틈이 스케치해 놓지만, 머릿속에 많은 아이디어를 저장해 놓는 편은 아니에요. 아이디어의 양보다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갖고서 계속 생각을 하면서 확장해 나가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전체 과정을 놓고 보면 어떤 ‘여정’ 같은 거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고 다른 테마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하나를 갖고서 긴 시간 동안 집요하게 고민하는 편이에요. 그래야지 제대로 된 뭔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눈길 가는 이슈가 있나요? 다음 작품 소재로 삼을 만한 거요. 
요즘은 미디어에 관한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어요. 누구나 사용하고 누구나 문제의식을 느끼는 부분이지만, 저는 저만의 방식대로 새롭게 표현해보고 싶어요. 제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테마이기도 하고요. 근데 이게 완성된 그림으로 나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하나를 가지고 물고 늘어져야 더 발전된 생각들이 파생되고 확장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다음 작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언젠간 완성된 그림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아무리 그림 속 이야기가 허구적인 설정이라고 해도, 들여다보면 모든 그림은 현실과 진실의 뿌리위에서 자란 것들이란 생각이 들어요. 
저도 동시대를 사는 사람이니까, 제가 세상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방식도 이 현실로부터 나오는 게 맞아요. 어떤 사람은 저에게 “세상에서 일어난 비극을 보고 너무 비웃는 거 아니냐” 하면서 지적하기도 해요. 하지만 제 그림은 분명 픽션이에요. 잔인하고 끔찍한 부분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허구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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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upakan

<Mox Nox> <Zonzo> <Sot>이란 제목의 작품집도 냈어요. 특히 ‘Zonzo’가 궁금해서 스페인어 사전에서 찾아봤는데 ‘정신이 멍한’이란 뜻이더라고요. 
스페인어에도 ‘Zonzo’라는 단어가 있지만, 사실 저는 이탈리아어에서 착안한 거예요. 이탈리아어로 ‘Zonzo’는 ‘목적지를 모른 채로 떠돈다’는 의미가 있거든요. ‘어지러운’이란 뜻도 있고요. 특별한 의미를 담으려고 책 이름을 이렇게 지은 건 아니고요, 세 단어의 발음이 재밌어서 붙이게 됐어요.

한국 전시를 마치고 돌아가면, 또 어떤 일이 예정돼 있나요? 
내년에는 대만에서 전시가 있고, 그 이후에도 여러 나라에서 전시를 할 계획이에요. 그래서 내년엔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에 와서도 사실 매일 세 시간 정도밖에 못 잤어요. (웃음) 그래도 제 그림을 좋아해 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한국 관객들을 만나 피곤한 것보단 행복한 마음이 훨씬 더 많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당신이 바라는 세상이 있어요? 
사람들은 평화로운 삶을 살길 바라잖아요. 근데 전,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우리에게 완벽한 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 세상을 좀 다르게 바라봐요. 

그게 뭘까요? 
‘Obscure(모호하다)’한 상태요. 이 말은 제가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세상에 대해 가지는 태도예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호하고, 이해하기 힘든 일투성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어떤 큰 꿈을 가지고 먼 미래를 생각하거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미리 계획하며 살진 않아요. 그냥 순간순간, 앞에 닥친 상황과 사건에 대해 직관적인 태도를 가지고 행동하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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