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시를 읽기 좋은 계절이예요.

시에는 간결한 문장이 주는 아찔한 감동이 있죠.

어젯 밤, 이 구절을 읽다가 눈물이 나올 뻔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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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밤


너에게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과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 나희덕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으신가요?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읽어본 듯한.

나이를 이만큼 먹고 다시 보니 더 좋은 것들이 많아요.

시도, 소설도, 음악도, 그림도 말이죠.

열매가 영그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듯, 감정이 영그는 데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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