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 조현준,서옥선 포토 > 김희언
#3. Fragment Design
당신이 디자인한 제품들이 프리미엄 가격에 팔리고 큰 히트를 치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행복해요. 그런데 그런 성공엔 또 다른 면이 있어요. 패션이나 저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제 제품을 사서 경매 사이트에서 재판매를 하기도 하니까요. 제가 만든 제품의 가치를 알고,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 제품들을 아껴 주는 건 정말 기쁜 일이에요. 당신처럼 저에 대해 관심이 있고, 제가 만든 것들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품을 갖고 있길 바라거든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재판매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사람들 때문에 당신 같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
다른 아티스트들이나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트를 할 때, 가장 우선시 하는 건 뭔가요? 재미? 멋? 명예? 혹은 돈인가요?
당연히 저 스스로 즐길 수 있느냐는 거죠. 재미있어야 해요.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으나 아직 기회를 잡지 못한 아티스트나 브랜드가 있나요?
아뇨, 없어요. 아까 말했잖아요. 전 프로포즈를 한 적이 없었다고. (웃음)
혹시 한국 아티스트나 브랜드 중에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요?
사실 한국 문화의 그런 부분에 대해선 잘 몰라요. 브랜드나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가 아직 없네요.
프레그먼트 디자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스물다섯 명의 직원을 가졌던 헤드포터, 다섯 명 정도의 직원과 일했던 굿이너프처럼 처음엔 회사 같은 곳이었어요. 프레그먼트에서는 일곱 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고 있었는데, 회사의 미래에 대해 결정을 해야 될 시기가 왔었어요. 지금까지 해 오던 언더그라운드 성향의 일들을 계속 해 나갈지, 아니면 회사처럼 키워서 일을 더 해 나갈지. 리스크를 감수하진 말자는 게 결론이었어요. 큰 패션 브랜드 회사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내는 회사로 정착을 했고, 지금은 저 말고 두 명의 직원이 더 있습니다.
그 직원들은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저랑 차 한 잔 마시는 일도 하구요. (웃음) 한 명은 재무 쪽을 담당하고, 다른 한 직원은 저를 도와주는 역할을 많이 해요. 셋이 같이 일을 해서 저도 수익의 일부를 갖게 되는 형식으로 일합니다. ‘No Risk, No Return’이란 말을 저한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전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가고 싶지 않아요.
그럼 프레그먼트 디자인은 아이디어 컴퍼니 같은 거네요.
그런 셈이죠. 아이디어 에이전시라고 보시면 돼요.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경우엔 뭘 해요? 나이키에서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원한다면요?
1년에 몇 번씩 나이키 본사엘 가요. 사람들 만나고. 뭘 하는지 보고. 내가 좋아하는 걸 발견하면 거기서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키죠. 나이키와 일하는 건 상당히 재미있어요. 만들어진 제품들을 보는 것도 좋고, 그 과정을 즐기고 있어요. 물론 인디펜던트 회사들과 일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나이키처럼 큰 회사가 로컬 브랜드들과 차별되는 점은 어떤 것일까요?
나이키는 아주 좋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죠. 대단한 것 같아요.
오픈 마인드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한 개인에게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그걸로 제품을 만들어 선보인다는 게요.
그렇죠.
#4. Be Honest to Yourself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왜 항상 헌팅캡을 쓰고 다니나요? 제가 본 많은 사진들이 다 헌팅 캡을 쓰고 있는 거였어요. 오늘은 안 쓰셨네요. (웃음)
그거 한 2년 동안만 쓴 거였어요. (웃음) 그때 캉골이랑 같이 일하고 있어서 아마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아시겠지만, 모자를 쓰기 시작하면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안 써도 돼서 쉬워지죠. 그래서 자주 썼어요. 이젠 아니네요.
한국은 몇 번째 방문인가요?
세 번째 방문이에요. 사카이 재팬의 친구들과 그냥 여행하러 왔어요. 직전에 방문했던 베이징과 연결된 여행이기도 하고요.
한국 스트리트 컬쳐 씬에 큰 영향력을 가진 분이 아시아 스트리트 컬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당신을 꼽았어요. 동의하나요?
정말요? (웃음) 기분은 좋아요. 그런데 제가 이젠 좀 늙었잖아요. 이제 좀 더 어린 세대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그런 문화의 어떤 시작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아직 모르는 새로운 세대가 그들의 일을 시작하고 있을 거예요.
그 세대들은 당신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해 왔는지 배우고 싶어 할 거예요.
그럴까요? 분명히 다른 새로운 길도 있을 거예요. 그들만의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길이요. 내가 정보를 얻었던 방식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지금 세대들은 정보를 얻잖아요. 새로운 정보는 그들에게 큰 무기에요. 제가 일을 시작할 때는 뉴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것이 굉장한 파워였지만, 지금은 알고자 한다면 검색하면 되잖아요. 아주 다른 시대에요.
젊은 세대들과 소통은 잘 하는 편이에요?
그다지요. 예전엔 그랬지만 더 이상 열여덟 살인 친구들이 없으니까요. 제일 어린 게 스물다섯 살 정도이니까.
많은 젊은 친구들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할 걸요?
그럴까요? 전 그냥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계속 궁금하긴 해요. 한국이 커지고 있잖아요. 내 친구는 런던의 아트 스쿨 선생인데 거기 한국 사람들 많다고 하더라구요. 50% 정도가 동양인이래요. 예전엔 그게 대부분 일본인이었는데. 지금은 한국인들이 많대요. 한국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긴 한 거죠. 당신들도 패션, 아트 이런 다양한 것에 관심이 있잖아요. 그런데 한 가지, 내 친구가 그 학생들에게 뭐가 되고 싶냐, 꿈이 뭐냐고 물어보니 “전 H&M이나 탑샵(Top Shop)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라고 답하더래요. 좀 슬픈 것 같아요. 좀 더 큰 꿈을 꾸면 좋잖아요.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된다고 해도 샤넬이나 카르티에처럼 더 큰 회사의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꾸지 않고 지금 당장이라도 일할 수 있는 H&M이라니…. 물론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튼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탑샵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게 꿈이라는 건 좀 슬퍼요 제겐.
한국 스트리트 문화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어요?
아, 아니요. 한국 문화가 일본에서 인기가 많긴 해요. 드라마, 영화, 가수들처럼 메이저 스타들이 인기가 많죠. 물론 지금 질문하신 건 이런 것들과는 아주 다른 문화에 대한 거겠죠. 저도 메이저 문화에는 그렇게 관심이 없어요. 뭔가 알아가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있죠.
지난 몇 년간 한국엔 많은 로컬 브랜드들이 태어났어요. 다수의 브랜드들이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몇몇 브랜드들은 다른 유명한 브랜드들과 너무 비슷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어요. 로컬 브랜드들이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기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오리지널이 된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죠. 정말 어려워요. 로컬 브랜드이지만, 딱 그 지역에서만 인기를 얻을 제품을 만들고 싶진 않을 테니까요. 달라지기 위해 노력해야죠. 그건 한국 브랜드들이 가진 문제만은 아니에요.
한국 로컬 브랜드를 만든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잘 알고 있어서, 당신이 하는 말들이 굉장히 중요해요. (웃음) 나중에 직접 만나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좋죠. 한국에서 그런 브랜드를 하는 이들이나 아티스트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다음에 방문할 때 시간이 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엔 짧은 여행이라서.
한국에도 잡지는 많은데 대부분 패션에만 국한되어 있고, 또 그 대부분도 여성 성향이에요.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잡지의 역할도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어떤 걸 하면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파운드 매거진이 거의 유일한 스타일이죠? 매거진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을 거예요. 잡지사로서는 좋은 스폰서를 찾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게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구요. 당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진짜로 서포트 해 줄 수 있는 큰 스폰서를 찾기를 바래요. 그리고 또, 정보는 이제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어요. 이제는 당신들 스스로의 의견을 밝힐 줄 알아야 해요. 좋은 에디터도 필요하구요. 바른 마인드와 판단력을 가진 작가들이 중요해요. 사람들이 그가 생각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하죠.
세계는 갈수록 작아지고 있어요. 아시아의 브랜드나 음악이 웨스턴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경쟁력이 있을까요?
한국 음악이 특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제나 언어가 문제죠.
아시아 문화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내 생각엔 한국이나 일본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것 같아요. 중국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거잖아요. 이런 좋은 것들을 계속 지켜가야죠. 한국 사람들한테도 분명 좀 과격한 면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아주 친절해요.
더 이상 젊은 나이는 아니에요. 무엇이 당신을 젊게 유지하도록 만드나요? 보통의 다른 사람들-결혼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동경해 본 적은 없어요?
결혼은 글쎄요… 전 그냥 내 삶을 살고, 하고 싶은 거 하고, 그런 게 좋아요.
무엇이 당신의 프레쉬함을 유지하게끔 하죠?
아, 이젠 프레쉬하지 않아요. (웃음) 아마 오픈 마인드로 살아가는 것이 영향을 미칠 것 같긴 해요.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즐기는 걸 아직 좋아해요?
네. 클럽은 그렇게 많이 가지 않지만 나가서 사람들 만나고 그러는 건 여전히 좋아해요.
일하지 않을 땐 어떤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죠?
일할 때나 하지 않을 때나 똑같아요. 자주 외출하는 편이죠. 아, 이 이야길 해 주고 싶네요.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쳐요. 인터넷으로 작품을 찾아보고 “아, 난 저 작품을 알아, 좋아” 하죠. 하지만 그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서 직접 보면 정말 깜짝 놀랄 걸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인터넷 채팅도 좋고, 전화 통화도 좋지만,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훨씬 좋잖아요. 그래서 전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직접 만나고 경험하는 게 좋아요.
꿈이 뭔가요?
꿈은 없어요. 어렸을 때도 대통령이 되고 싶다거나, 파일럿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져 본 적이 없어요. 선생님이 물어보면 패션 디자이너 되고 싶다고 했었거든요. 같은 반 애들 중에는 달에 가고 싶다고 하는 애들이 있었는데, 말도 안 되죠. (웃음) 그때그때 작은 꿈들이 있어요. 십대 때 런던에 가고 싶어했던 것과 같은 류의 꿈은 꿔요.
프레그먼트 디자인의 내년도 계획은 뭔가요?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아이디어를 내고 있겠죠.
당신처럼 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정직하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걸 항상 말하세요. 좋아하지 않는다면 동의하지 마세요. 자기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돼요.
바쁜 시간을 쪼개어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만나서 너무 즐거웠어요. 당신들이 하고 있는 독립적인 일이 마음에 듭니다!











마지막에 있는 이 부분.
'정직하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걸 항상 말하세요. 좋아하지 않는다면 동의하지 마세요. 자기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돼요.'
정말 와닿네요.